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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엔 기한이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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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뜨겁게 들끓었다. 2008년 아동 흉악범죄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조두순에 무기징역 판결을 내려달라는 청원의 추천 수가 61만여 명에 달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당시 민정수석 조국의 답변은 “현행법상 조두순 재심은 불가능하지만, 법무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조두순의 출소일은 2020년 12월 13일(일)이다. 그는 출소 이후 7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하게 되며 ‘성범죄자 알림e’ 서비스에 5년간 신상이 공개된다. 출소 일자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국민들은 전자발찌만으론 재범을 예방할 수 없다며, 국민청원을 통해 재심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재심’은 확정 판결로 이미 종결된 사건에 중대한 오류가 발견되어 소송 당사자가 재판을 청구해 진행하는 것으로, 보통 피의자가 무죄 선고를 받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때문에 국민들의 요청으로 ‘범죄자의 형량을 늘리기 위해’ 재심을 진행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조두순 출소에 대한 우려와 그 해결은 국회로 넘겨져야 했다.

국회에서는 지난해 표창원 의원이 일명 ‘조두순법’을 대표 발의하였고, 이는 이번 3월 28일(목)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조두순법’이란 19세 미만의 사람을 상대로 성폭력 범죄를 범한 보호관찰대상자 중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사람에 대해 일대일로 해당 보호관찰대상자만을 전담하는 보호관찰관을 두도록 하고, 법원이 보호관찰을 부과할 시 피해자 등 특정인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처음 발의되었던 조두순법 원안에는 전자발찌 부착 기간을 연장하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었으나 ‘법원의 판단으로 선고된 형의 일부인 보호관찰을 사후에 다시 평가하여 그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따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삭제된 채 본회의에 부의되었다.

조두순법이 통과되어 일대일 전담 보호관찰관 제도가 도입되고, 주거지역 제한, 특정인 접근 금지 의무가 강화되었다. 이에 따라 피의자가 피해자 접근 금지를 위반한다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2010년 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성범죄자 중 재범 우려가 있는 경우 법원에서 신상 공개를 명령해 이들의 신상을 인터넷 사이트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최장 10년 동안 공개하도록 한다. 다만 사이트에서 열람한 신상을 재배포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신상을 공유하거나 배포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물론 배포가 불가하더라도 사이트에서 신상 열람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배포 금지가 신상 공개 제도의 취지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자유로운 배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열람 가능한 기간이 한정되어있다는 것은 기간이 만료된 십수 년 뒤엔 신상정보를 파악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피의자의 인권 및 신상 보호 조치는 물론 필요하다.  신상정보 공개 제도가 아니더라도 징역살이와 전자발찌 등의 처벌만으로 재범 방지가 가능할 수 있다.  또 재범 방지란 곧 피해 방지와도 일맥상통하니, 신상 공개를 확대해 무단 배포하도록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좀 더 초점을 맞추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범죄자가 징역살이를 마치고 출소 이후의 조치를 받는 기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상처는 기간이 지났다고 말끔히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다. 피해와 상처는 한정된 시간 동안만 유효한 것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범죄의 축소를 위해 그 처벌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는 만큼, 피해자들은 그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범죄와 관련한 제도는 범죄자에 대한 처벌과 응징에 초점을 두기보다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치유, 범죄 발발에 대한 원인 분석과 이를 통해 발생 가능한 피해 방지에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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