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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S동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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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이다. 작년 봄, 신문사 입사 후 반년이 좀 넘은 시기에 썼던 S동 211호를 다시 돌아온 올해 봄에 마주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신문사로 인해 마주한 여러 상황들과 그에 대한 고민에 대해 썼다.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2학기 S동 기사에는 신문사 생활을 청산하는 소감이 들어갈 것이다. 그래서 이번 지면에서는 그 중간 지점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사실 기자는 굉장히 성취감이 높은 사람이다. 남들 눈에 ‘열심히’, 혹은 ‘성실하게’라고 비치는 기자의 모습은 솔직히 말해, ‘사실 다 욕심’이었다. 그래서 몸과 여유를 챙기지도 못한 채 앞을 보고 달리기만 했던 대학교 3년, 그 엄청난 성취감이 희석시키지 못할 만큼의 피로와 고통이 되어 찾아왔다. 어쩌면 내내 몸에 누적되어 있던 피로였을까, 개강 후 몇 주 동안 몸에서 열은 떠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실 상습적인 열은 기자의 체질이기도 하다. 중·고등학교 시절 입시 때도 기자는 항상 열과 함께했다. 그런데 참 억울하게도 병원만 가면 열이 저절로 내려갔다. 왠지 괜히 투정을 부린 것 같아 그 애매한 상황이 싫었던 기자는 더 이상 열이 나는 일로는 병원을 찾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자연적으로 치유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몸이 안 좋으면 괜히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길,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이다. 그중 하나는 전공과 진로에 대한 것이다. 기자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미술을 시작했다. 22년의 삶 중 약 10년 동안 미술을 전공으로 삼은 것이다. 가끔씩 내가 이 전공에 잘 맞는 건가라는 의심이 들 때마다, 머릿속에서는 ‘이제 와서?’라는 생각도 동시에 떠오른다. 사실 다행히도 기자는 현 전공에 매우 만족한다. 시각적 언어로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시각디자인이라는 이 하나의 학문, 이 분야를 기자는 사랑한다. 하지만 역시 몸이 지치고 힘들 때는 만족스러운 일에도 괜히 투정을 부리고, 고민해보게 되는 것이었다. 이는 신문사 업무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생활의 너무나도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신문사에 대해 가장 고민이 많았던 시기는 지난 겨울이었다. 3학년이 되기를 기다리던 지난 겨울,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이곳에 쏟아 붓고 있는 시간들이 나중에는 다 허무하게만 느껴질까 봐, 그게 두려웠다. 내가 노력을 했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는 줄까. ‘나만 만족하면 돼’라고 하기에 신문사는 그 책임이 너무 무거웠다. 그래서 어쩌면 지난 겨울 더 열심히 신문사에 몰두했는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신문사를 떠올렸을 때 내가 그곳에서 뭐라도 했다는 증거물을 남기려고. 덕분에 방학 동안에 사용할 일 없어 보였던 영상툴(tool)까지 돌리며 신문사를 홍보하기 위한 많은 작업물을 제작했다. 그리고 100% 그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54기 기자들이 많이 들어온 것이 뿌듯함으로 남아, 신문사 생활을 계속 해나가게 해줄 또 다른 성취감이 되었다. 

곧 1학기의 절반이 지나간다. 내년 봄에 더 이상 신문사에 기자의 자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작은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마지막 해, 최선을 다해 보려 한다. 성취감을 많이 쌓아 두고두고 내년에 쓸 수 있도록. 후회가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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