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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이후의 아픔

〈크리스 조던: 아름다움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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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아름다움 그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무심코 쓰는 모든 인공물들은 생태계에 가늠할 수 없을 큰 상처를 남기고 있다. 이번 <크리스 조던: 아름다움 너머>展에서는 아름다움에 이끌려 가까이 다가서지만, 비극으로 가득 차 있는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작가는 수백 만개의 이미지를 직접 촬영하고 조합했으며, 자연과 인간의 삶을 존중하고 아끼자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생태계의 아름다움 너머에 있는 아픔에 공감하고 작가가 던진 “인간이 저지른 거대한 문제를 직시할 수 있는 용기가 스스로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에 잠겨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는 크게 여섯 가지의 섹션으로 나뉘지만, 결국엔 하나의 메시지를 전한다. 첫 번째 섹션에 발을 들이면 제일 먼저 <고래>라는 작품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저 고래의 이미지를 나타낸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세히 보면 5만 개의 비닐봉지로 이루어진 고래다. ‘5만 개’라는 숫자는 전 세계 해양의 1평방 마일마다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의 예상 숫자와 같다. 또 침몰하는 타이타닉을 표현한 작품 <타이타닉>은 첫눈에 보기에도 섬뜩한 충격을 안긴다. 해당 작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67,000개의 버섯구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67,000개의 버섯구름은 미국 전역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임시 저장 수조에 저장되는 방사성 폐기물의 톤 수를 뜻한다. 작가는 이렇게 특정 숫자를 예술 작품으로 표현하여 우리가 가늠하지 못했던 자연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한다. 

두 번째 섹션에서 작가는 직접 사진에 담은 슈마바 숲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사진 속 나무 하나하나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섹션에서는 마치 숲을 산책하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그의 작품은 경고와 아픔의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와 가까이 공존하던 숲이 인간의 욕심으로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되어 가면서 왜 인간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이 섹션의 주제인 ‘멀고도 가까운 숲’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섹션과 이어진 세 번째 섹션에서는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알바트로스>가 있다. 해당 사진은 알바트로스의 배 안의 수많은 플라스틱 조각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이야기를 담아냈다. 작가는 이 작품에 알바트로스가 날지 못하고 해변의 모래사장에서 죽어가야만 했던 모든 이야기를 담기 위해 8년이란 시간을 쏟았다. 새를 위한 애도의 작업으로 시작되었던 작품들은 관람자로 하여금 ‘인간이 저지른 거대한 문제’에 마주하게 한다. 

제2관에서 이어지는 네 번째 섹션과 다섯 번째 섹션의 작품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과 물건을 통해 작가의 메시지를 전한다. 버려진 비닐봉지로 이루어진 <비너스>, 라이터가 쌓인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등은 우리에게 친숙한 이미지이지만 가까이에서 살피면 이 전시가 계속해서 우리에게 던진 작가의 질문이 담겨 있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세 번째 섹션에 전시되었던 <알바트로스> 사진에 차마 담아내지 못한 나머지 이야기들을 담은 영화 <알바트로스>(2018)을 상영한다. 살아 숨쉬는 알바트로스가 보고 싶었다던 그는 쓰러지지 않으려 부리로 몸을 지탱하고, 죽어가는 새들을 보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무력감을 견뎠다. 

이번 전시는 관람자로 하여금 아름다움의 눈을 통해 절망의 바다를 본다는 작가의 생각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를 깊은 슬픔으로 가득 찬 우리의 바다는 여전히 그 아픔을 떠안고 조용히 일렁이고 있다. 이 바다가 결국 우리를 덮치지 않도록 우리는 끊임없이 사라져가는 모든 생명을 애도하고, 아름다움을 느끼며, 존재 자체를 사랑하라는 작가의 목소리를 기억해야만 할 것이다. 

 

전시기간: 2019년 2월 22일(금)~2019년 5월 5일(일)

전시장소: 성곡미술관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 월요일 휴무

관람요금: 성인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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