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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3모작, 70세의 나이로 또 다른 인생을 꿈꾸다교육대학원 평생교육전공 김희조 원우

따르릉-. 

갑작스레 찾아온 꽃샘추위 속에서도 어김없이 많은 기자들이 모여 기사를 쓰고 있던 바쁜 오후, 기자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의 내용은 정말 가뭄에 콩 나듯 오는 ‘제보 요청’이었다. 본교의 한 대학원생 원우가 자신의 동기 이야기를 본지에 싣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주인공은 2019학년도 ‘새내기’로 본교 교육대학원 평생교육전공에 입학한 김희조 원우였다. 
기자가 만난 그는 1949년생으로 올해 만 70세의 만학도(晩學徒)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보다 젊고 깨어있는 학생이었다. 은퇴 후 다시 학위를 취득하고자 공부에 도전하게 된 이유를 묻자 그는 눈을 반짝이며 자신이 지금껏 배워왔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약 50년 전인 학부 시절, 그는 토목과를 졸업해 한 건설회사에서 토목기사로 15년간 종사했다고 한다. 이후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각각 20년, 10년 총 30년간 해외에서 사업을 하며 자신의 젊음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그리고 3년 전, 은퇴 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지역 주민 센터에 젊은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문의하였으나, 기부할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이 없는 한 적당한 자리는 없을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실망스러운 대답에 잠시 좌절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사회에 봉사하고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았다. 이후 서울디지털대학 상담심리학과에 편입해 두 번째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는 본교 교육대학원 평생교육전공에 입학해 석사과정을 수학하고 있다고 전했다. 입을 벌린 채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기자는 도대체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으셨냐고, 쉬고 싶진 않으셨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친구들은 모두 나보고 왜 그렇게 어렵게 사느냐고 말한다”라고 대답하며 웃었다. 그러나 ‘100세 시대, 인생 3모작’이라며 자신은 이웃을 위한 삶인 3번째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젊은이들보다 더 불타오르는 열정에 기자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배움에 대한 열정은 20대 못지않은 그는 ‘놀고 싶어서’, ‘대외 활동으로 바빠서’라며 배움을 소홀히 하는 젊은이들에게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라는 시를 추천했다. 그는 이 시를 접한 후 시간이 날 때마다 이 시가 던진 물음에 스스로 대답하며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았다고 했다. 덧붙여 배움이란 끝이 없으며 주어진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배움의 한 방법으로 독서를 추천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은 다들 스마트폰을 통해 짧은 글을 많이 읽다 보니 진득하게 앉아 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조카에게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2016)을 읽으라고 건넸더니 책의 앞, 중간, 마지막 이렇게 세 부분을 펼쳐 빠르게 읽고 바로 덮더라”라며 요즘 젊은이들의 단편적인 읽기 방식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긴 글, 특히 장편 소설이 주는 마음의 울림은 짧은 글의 강렬한 영향과는 또 다르다며 몇 가지 장편 소설을 언급했다. 그는 학부생들이 꼭 졸업 전 조정래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과 박경리의 『토지』를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래된 대하소설 속 각각의 인물들이 독자로 하여금 간접경험을 통해 인생을 배울 수 있도록 해준다며, 바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알지만 젊은이들이 책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는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인 김형석 교수의 『백 년을 살아보니』(2019)를 언급하며 근래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100세라는 경이로운 숫자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강단에서 자신의 경력을 쌓아나가는 김형석 교수를 존경한다며 석사학위 취득 이후 자신의 꿈에 대해 말했다. 김희조 원우는 석사학위를 취득한 이후에도 체력이 허락하는 한 평생교육 전공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하며 더 많은 것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원래 자신의 꿈은 이웃인 젊은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또래인 노인들의 재사회화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곧 인구의 40%가 노년층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그저 그들의 편안한 여생을 위해 복지 예산만을 늘리는 것은 안일한 처사라며 그들도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몫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재사회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7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그를 보며 기자는 하루하루 흘려보내기 급급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되었다. 막연한 ‘꿈’은 가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없었던 기자에게, 조금은 특별한 그의 미래 계획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와의 대화를 마친 후 기자는 흔히 알고 있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어구를 몸소 체험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70년간 쉼 없이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인생을 계획하며 사회에 이바지하는 삶을 꿈꾸는 김희조 원우, 그에게 아낌없는 감탄과 박수를 보낸다.

김성아 기자  becky0602@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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