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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갱지를 펼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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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3호 홍대신문을 펼치자 갱지 특유의 향이 필자를 감쌌다. 무척이나 친근하면서도 오랜만에 맡아보는 향이었다. 뉴미디어 시대의 도래와 함께, 활자 신문의 위기가 찾아왔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회색 갱지에 찍힌 잉크를 읽기보다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내 들어 액정 속에 담긴 정보를 접하는 데 익숙하다. 필자 또한 학교를 오가며 신문보다 편리한 핸드폰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정보를 알아가는 편이다. 평소 SNS를 통해 접하던 홍대신문이지만, 이번 1273호는 지면으로 읽으며 필자는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1면의 ‘핫 토픽’이라 할 수 있는 교내 근로 봉사장학생 선발기준, 그리고 2면의 불법 인터넷 강의 판매와 같이 최근 논란이 된 사건들에 대해 취재한 기사들은 현재 논란이 불거진 연유에 대한 진상을 조사하고, 학우들의 의견도 제시했다. 이 점에서 사건을 단편적인 시선이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양측의 의견을 모두 일목요연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기사를 읽는 학우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기자들의 노력이 엿보였다.
4면부터 시작되는 주제기획에서는 환경문제와 함께 홍대신문이 직접 주최한 ‘그린캠페인’을 다루었다. 일회용품, 특히 플라스틱과 관련해 인류가 편의를 위해 발명한 제품이 현재 얼마나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서술한 글은 플라스틱 최대 소비국이 ‘대한민국’이라는 정보와 일맥상통하며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였다. 또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우들의 ‘그린 캠페인’, 그리고 사회의 친환경적 모습을 함께 제시하는 것 또한 독자들에게 ‘나비 효과’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평소에 문학에 관심이 많은 터라, 아무래도 문화면에 조금 더 눈길이 갔다. 8면에 실린 작가 ‘르 클레지오’에 관한 기사는 그가 생애에 썼던 주요 작품들을 통시적으로 나열해 그의 이념이 소설 속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서술한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독자에게 작가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필자와 같이 그를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게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끔 도왔다. 바로 옆 9면에서 다룬 기행 기사 또한 흥미로웠다. 해당 기사는 기자가 조정래의 『태백산맥』 속 배경을 따라 여행하며 느꼈던 감정들을 고스란히 전해 듣는 느낌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다소 지루한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에 대한 기본 정보를 기사의 전후에 첨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필자가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기사는 따로 있다. 바로 ‘기자 프리즘’이다. ‘결과에 속아 과정을 무시하지 말라’는 제목과 함께, 기자가 작성한 사설은 필자에게도 많은 공감이 되었다. 딱딱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신문 속에서 ‘기자프리즘’은 마치 문학작품을 읽고 감정을 이입하는 것과 같이 독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코너였다. 이는 기자와 독자가 아닌, 학우 대 학우로서 20대의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느낌을 받아서 더 인상 깊었던 건 아닐까.
신문이라는 매체의 고유성을 잘 살리면서도, 다른 매체들과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대신문은 단순히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해 기사로 다듬으며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기사를 통해 느껴졌다. 냉철한 이성과 뜨거운 가슴으로 홍대신문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며 홍익대학교 대표 언론사로서의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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