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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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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수) 2019학년도 1학기 서울캠퍼스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가 진행됐다. 올해 진행된 학생회의 활동 중 가장 규모가 컸던 만큼 53대 총학생회의 방향성이 엿보이는 자리였다.

오후 7시에 시작된 회의는 11시가 지나서도 그 끝이 보이지 않다가, 결국 중도에 중단됐다. 장장 4시간을 소요했음에도 회의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의결 사항에 대해 여유를 가지고 심층적으로 논의할 만한 시간 또한 마땅치 않았다. 안건 인준 시에는 총학생회장의 회의 자료 설명과 몇 분의 질문 시간을 빠르게 마치고 바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회의 자료집은 전학대회 진행 이전에 미리 온라인으로 배포되지 않고 회의장 입장 시 오프라인으로 배포되었다. 이 때문에 학우 개개인이 자체적으로 자료집을 꼼꼼히 검토하고 의문점, 논의점을 끌어내는 것은 시간적으로 부족했다. 사전 자료 배포의 필요성은 지난해 2학기 세종캠퍼스 전학대회에서도 지적된 문제점이었다. 결국 회의 도중 제기된 지적과 질문이 학우들의 시선을 끌었고, 해당 지적과 연계된 특정 항목에 관심이 집중되어 투표 결과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한정된 시간과 심층적 논의라는 양단의 사이에서, 총학생회칙 개정안의 인준은 마무리되었다. 53대 총학생회가 제시한 회칙 개정안 중 눈에 띈 것들 중 하나는 총학생회칙 4장 ‘인수인계위원회’ 조항의 삭제였다. 삭제 이유는 이미 회칙에 총학생회장단의 의무로서 표기되어있는 인수인계 관련 조항만으로도 그 의무를 명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회칙 4장 개정안은 가결되었고 인수인계위원회는 삭제되었다.

인수인계위원회는 지난 2018학년도 2학기 전학대회에서 52대 총학생회가 발표했던 ‘구성원 권리 강화 정책 계획’과 관련해 신설을 인준받은 사항이었다. 당시 52대 총학생회는 학생회의 한정된 임기로 인해 중장기적인 정책의 진행이 어렵다는 것을 체감하고 이를 보완하고자 한 것이다. 반면 인수인계위원회는 지난해 인준된 후 온전히 구성되어 그 업무를 진행하지 못했으며, 결국 이번 전학대회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해당 위원회의 설립 의의는 분명 중대했기에, 그만큼 아쉬움도 컸다.

물론 매년 새롭게 등장하는 학생회장단이 전임자의 사업에 모두 동의해 이를 무조건 이어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또한 현직자가 전임자의 사업을 반드시 같은 방식으로 이어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진행되던 활동들의 방향성과 그 의의, 지나온 실패에 대해 논의해야함은 필수불가결하다.

대부분의 보직에는 ‘임기’라는 것이 존재한다. 흔히 ‘정권교체’란 집행부의 안일과 고착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현직에 오른 새로운 대표자는 전임자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그만의 방식과 생각으로 단번에 해치우기도 한다. 그러나 대표자의 교체는 도리어 단순한 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키기도 하며, 매번 다른 대표자들이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다가 진척을 이루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명의 대표자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어 장기적인 정책 이행이 어렵다.

이 때문에 고질적이고 장기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전·현직 대표자 간의 공감적 협의와 사안에 대한 숙고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 숙고는 회장단이 교체될 때 가장 치열하고도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바로 인수인계 절차에서 이와 같은 논의가 기록되어야 하는 것이다. 만일 매번 바뀌는 회장단이 같은 문제 상황에 같은 해결책을 제시하며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해 겪고 있다면, 이로써 ‘한정된 임기’는 기회이자 새로운 방법론이 아닌, 그저 ‘한계’로 남게 된다. 이 같은 비효율을 막기 위해 전임자가 현직자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인수인계뿐이며, 별도의 제재 수단으로는 법이나 회칙 등의 규칙들만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때 이 규칙을 지키며 집행부를 감독하는 것은 누구인가? 이는 새로이 대표자의 자리에 오른 현직 대표자도, 해당 규칙의 신설을 실질적으로 집행한 전임 대표자도 아닌, 긴 시간 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구성원’들이다. 현직 대표자의 집행을 규제하고 관리하며 학생회칙을 수호하고 개정을 관리, 감독하는 것은 학우들 본인의 몫임을 모두가 잊어선 안된다. 온전하고 확실한 지도와 감독을 위해 구성원의 지혜와 관심, 냉철한 지적과 감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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