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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들에 주목하는

작가 황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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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버린 것들과 변해가는 것들을 고스란히 지켜내며 

누가 아직 그 자리에 있나 

우리는 다 변하잖아, 그러니 슬퍼할 일은 없어,

라고 누가 말하며

누가 고개를 끄덕일 것인가”

<우리는 다 변하잖아> 中 일부 발췌

 

위의 글은 황경신 작가의 『밤 열한 시』(2013) 속 담긴 <우리는 다 변하잖아>의 일부다. 그녀는 시에서 꽃이 피고 지는 모습, 새가 날아왔다 다시 날아가는 모습, 사랑에 빠진 이가 떠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계절이 지나감에 따라 곁에 있다가 사라지는 것들을 통해, 우리는 변하는 것들 속 견뎌냄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바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있다가 없어지는 것들이 참 많다. 황경신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주변 사라지는 것들과 그것을 지켜보는 일에 대해 생각해보자. 

 

Q. 책을 집필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A. 나는 “특정 주제로 책을 써야겠다”라는 생각에서 작품을 쓰진 않는다. 예를 들어, 『밤 열한 시』의 경우 ‘밤’이라는 소재로 써낸 책이 아니다. 나는 특정한 소재, 주제로 글을 쓰지 않고 그 시기 나의 관심사에 따라 매일 꾸준히 글을 쓴다. 사랑에 관심이 있는 시기엔 시의 주제가 대개 사랑이 되고, 신화에 관심이 있는 시기엔 이를 소재로 글을 쓴다. 

이처럼 나는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쓰고 싶으면 그 주제를 마음속에 ‘붙잡아’ 둔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은 것을 보고, 먹고, 들을 때마다 그 사람이 생각나는 것처럼 내가 쓰고 싶은 주제를 마음속에 붙잡아두면 무엇을 하든 항상 그 주제가 생각나고 내 삶과 연관 지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생활하다 보면 주제의 단면만 보고 느낀 최초의 인상이 변화한다. 처음에 한 측면만을 봤지만 마음 속에 붙잡아두고 계속 생각하다 보면 그 대상을 옆에서도 볼 수 있고 위에서도 볼 수도 있어 다양한 논점이 생긴다. 나는 이렇게 의식적인 생각과 여러 질문을 통해 대상을 꾸준히 글로 풀어나간다. 글을 쓴 후 작품의 제목을 정하는데, 경우에 따라 작품의 제목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게 글을 쓰기도 한다. 어떤 이는 작품 제목이 책 내용을 요약 및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이는 은유적이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제목이 주장하는 바가 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이 제목을 보고 한가지 모습만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본인 나름대로 떠올리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경험과 사상이 다르니 특정한 흐름으로 독자들을 이끌기보단 여백이 있는 제목으로 생각할 여지를 남기고자 하는 편이다. 이렇게 쓴 글 중 괜찮은 작품을 선정해 다듬은 뒤 책으로 재탄생 시킨다.

Q. 글을 쓸 때 특별히 선호하는 주제가 있는가?

A. 앞에서 말했듯이 내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글을 쓰냐에 따라 나의 관심사가 달라지고 글의 소재와 주제가 달라진다. 그래서 특별히 선호하는 주제는 없다. 하지만 내가 특별히 주목하는 것이 있다면 사라지는 것, 변하는 것, 잃어버린 것, 있다가 없어지는 것들이다. 이것은 물건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으며 감정, 시간 등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이렇게 존재하다 사라지는 것들에 눈이 간다. 누군가는 이러한 사라짐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어쩐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이상함에 대해 계속 응시하고 생각하기에 그 감정이 글로 이어지는 것 같다. 

 

Q. 있다가 사라지는 것에는 ‘사랑’도 포함돼서 그런지 ‘사랑’이라는 주제로 많은 작품을 집필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굉장히 막연한 주제인데, 이에 대해 글을 쓰면서 어려움을 겪진 않는가?

A. ‘사랑’이란 주제는 확실히 거대하면서 막연한 주제이다. 이러한 주제는 사람마다 확고한 생각, 경험이 있기에 무슨 이야기를 해도 말이 되지만, 한편으론 무슨 말을 해도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주제에 대해 다룰 때는 좀 더 사소한 것들에서 거대한 것으로 나아가는 편이다. 커피와 사랑을 예로 들 수 있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구체화하고 형상화해야 한다. 커피는 ‘쓰다’라는 특징이 있고 이는 사랑을 통해서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공통점을 찾아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면 독자는 커피라는 대중적인 이미지가 머리에 떠오르기 때문에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가에 공감할 수 있다.  

 

Q. 편집장, 기자, 작가 등 글을 쓰는 직업을 계속하면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다. 어떤 순간에 불안과 어려움을 겪었는가?

A.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으며 힘들다고 말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어쩔 수 없이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아무 데나 취업하는 이들이 그 예 중 하나이다. 하지만 작가는 누가 방에 가둬놓고 글 쓰게 시키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글을 쓰고 싶어 쓰는 것이기에 글 쓰는 것에 대해 힘들다고 불평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즐겁다고 선택한 일이기에 작가로 살아가는 것에 감사해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Q.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연평균 종이책 독서량은 28.6권으로 2015년 29.8권에 비해 감소했다. 또 혹자는 전자기기가 보편화됨에 따라 종이 매체의 종말이라는 출판계의 암울한 미래를 언급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대학생이나 성인들은 사실 이 조사 결과보다 책을 더 안 읽는 것 같다. 갈수록 사람들이 책을 잘 안 읽는데, 나는 그들에게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사람들은 어렸을 때 받은 국어교육 때문에 책을 음미의 대상이 아니라 주제를 찾아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해 어려워한다. 또 한국엔 번역이 잘못된 책이 많아 비문, 오역 등에 의해 책이 잘 안 읽히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이들이 책을 몇 권만 읽어보고 재미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본인에게 맞는 책을 못 찾은 것이다. 외국 사람이 한국에 와서 처음 김치를 먹었는데 그 김치가 맛없는 김치였다면 그 사람은 평생 김치는 맛없는 음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김치는 맛없는 것이 아니라 그 외국인이 아직 맛있는 김치를 먹어보지 못한 것일 뿐이다. 독자들도 마찬가지다. 본인에게 재밌는 책은 분명 어딘가 존재한다. 그런 책을 찾는다면 자연스레 많은 이들이 책을 많이 읽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종이 매체의 종말이란 이야기는 20년 전부터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잡지, 신문, 책이 출판되고 있고 이후에도 종이책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자기기가 보편화되면서 e-book이 나왔는데, 책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어두워도 볼 수 있기에 굉장히 편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e-book으로 책을 읽으면 기억에 오래 남진 않는다. 인간은 3차원이고 종이책도 3차원이지만 e-book과 같은 전자책은 2차원이다. 인간은 종이책을 읽을 때 시각만 사용해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넘기며 촉각을 사용하기도 하고 책 고유의 냄새를 맡기도 한다. 그렇기에 종이책으로 읽었을 때 책 내용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라도 종이책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Q. 본교에는 작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우들이 많다. 이러한 학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

A. 글을 쓰는 작가는 운동선수와 비슷하다. 운동선수는 시합을 위해 몇 년 전부터 매일 운동을 하는데, 며칠 쉬면 근육이 빠져 다시 운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글은 하루아침에 써지는 것이 아니다. 꾸준히 거르지 않고 글을 써야 이것들이 쌓여 책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쓰고, 쓰고 또 쓰는 것이다. 쓰는 것만이 아니라 본인이 쓴 글을 하루 이상 ‘재워뒀다’가 다시 읽으며 고치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래서 작가는 마감 며칠 전에 글을 완성해두고 퇴고하는 기간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읽고, 쓰고, 고치는 작업을 꾸준히 하다 보면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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