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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받지 못하는 장애인 인권〉
▲휠체어를 탄 기자에게 단번에 과학관(I동)으로 갈 자유는 없었다./사진: 김주영 기자

1948년 선포된 「세계인권선언 제1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 ‘인권’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거우며 이전보다 많은 곳에서 사람들의 인권 문제가 조명되고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 인권’은 어떠한가? 「SBS」에서 보도된 기사 <오르막길서 택시와 충돌…’장애인 모자’ 안타까운 사고> 등에서 볼 수 있듯 장애인이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해 일어나는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또한 공공기관을 비롯한 단체들이 의무 채용 기준을 지키지 않아 정부에 납부하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의 액수는 매년 늘어가고 있다.

이에 이번 호는 주제기획으로 장애인 인권을 전반적으로 다룬다. 먼저 4면에서는 한국 사회의 장애인 이동권을 짚어본다. 또한 같은 면에서 대한민국 장애인 고용권의 현실 속 문제를 지적하며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등에 따라 법정 채용 기준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많은 단체들이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는 이유를 분석하고 해결방향을 짚어본다. 5면에서는 앞서 다뤘던 장애인의 이동권과 고용권 및 교육권이 본교에서는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알아본다. 특히 서울캠퍼스와 세종캠퍼스의 대부분 건물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본교 장애인 이동권 현황을 점검한다. 또한 본교의 장애인 고용권과 교육권의 실태를 파헤쳐본다.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어디까지 왔나

한국 사회의 장애인은 장벽을 넘어설 수 있을까?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이 단어는 1974년 국제연합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 회의에서 발표된 「장벽없는 건축 설계(Barrier free design)」 보고서를 계기로 주로 건축학 분야에서 주택 등을 건설할 때 문턱을 없애자는 운동이 전개되며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이 단어는 건축 분야를 넘어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장애인이 살기 좋은 사회를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애물을 허물자는 주장으로 확대되었다. 한국 사회에도 위와 같은 배리어 프리 운동의 사례가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올해 상반기 ‘배리어 프리 영화’를 상영하기로 했다. ‘배리어 프리 영화’란 모든 사회 구성원이 불편함 없이 영화를 관람하게끔 하자는 취지로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일반영화에 화면 해설과 한글 자막을 삽입하여 상영하는 영화를 의미한다. 또한 올해 부산에서는 미디어 ‘배리어 프리존’이 구축되어 장애인 미디어 작품 전시와 장애인 방송 체험 등을 실시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미디어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 하지만 배리어 프리 운동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 느끼는 한국 사회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본지는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한국 사회의 장벽(Barrier)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넘어 사회의 모든 이들이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우리의 이동권을 보호해주세요!

장애인 이동권의 현주소를 살펴보다

현재 우리나라는 장애인 이동권을 법률로써 보장하고, 저상버스 도입 등을 통해 장애인 편의 증진을 위한 교통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장애인들이 이동의 불편함을 토로한다. 먼저 정책적 측면에서 문제점을 살펴보자. 저상버스란 휠체어 또는 유모차가 탑승 가능하도록 출입구에 계단을 없애고 경사판을 장착한 버스다. 겉보기엔 장애인에게 매우 편리할 것이라 예상되지만, 실제 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불만을 표했다. 저상버스는 운행 간격이 일정하지 않아 이용 시 불편함이 따르고, 고장도 잦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장애인 29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장애인 등의 버스 이용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연구 대상의 34.2%가 저상버스 이용 시 가장 불편한 점으로 ‘운행 대수가 충분치 않고 대기 시간이 길다’는 항목을 꼽았다. 또한 ‘일반버스보다 좌석이 적고 휠체어 공간이 불편하다’는 점이 11.2%로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2025년까지 시내버스 전 차량을 저상버스로 교체하여 위 문제점들을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위 해결책이 현실성 없다며 지적하기도 한다. 도로 사정상 저상버스 투입이 불가능한 노선이 많기 때문에, 노선 변경을 하지 않는 이상 위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2017년 10월, 지체장애인 故한경덕 씨가 신길역 휠체어 리프트를 사용하기 위해 호출 버튼을 누르려다 계단 아래로 추락하여 중상을 입고 끝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한 씨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계단과 직원 호출 버튼이 너무 가까워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이에 지하철 역사 내 장애인 안전시설 미흡에 대한 비난이 일었다.

이렇듯 저상버스와 지하철 휠체어 리프트는 이용의 불편함과 사고 위험이 높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으로 꼽힌다. 최근 장애인 콜택시가 증가하고 있지만,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질적, 양적 측면 모두 개선되고 있다는 정부의 입장과는 다르게, 실제론 시설의 관리가 부실하고 정부의 정책에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수준도 제고되어야 한다. 버스 기사가 저상버스의 리프트 작동법을 모르거나, 도시철도 역내 직원이 리프트 작동법을 숙지하지 못하는 등 사용법을 모르는 관리자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인용 시설을 버젓이 이용하는 일반 시민의 태도도 문제되고 있다. 도시철도 역사 내 엘리베이터의 경우 ‘노약자 및 장애인용 승강기’라고 부착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용하는 일반인이 적지 않아 정작 장애인이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한편 장애인복지법 제57조 제3항을 살펴보면, 특별한 이유가 없이 설비의 설치에 응하지 않는 자는 5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실제로 장애인용 시설을 설치 및 유지하는 비용보다 벌금이 더 싼 경우가 많아서 이를 거부하는 곳이 다수 존재하기도 한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먼저 저상버스의 경우 운행 시간을 미리 알 수 없고 대기 시간이 길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저상시내버스 예약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이용자가 버스를 타기 전 정류소에서 버스 운수회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탑승 희망 버스를 미리 예약하는 제도다. 또한 최근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버스를 시범 운행 중이다. 더불어 지난 1월, 정부는 신길역 휠체어 리프트 추락 사고 1주기를 맞이하여 지하철 전역에 승강기를 설치하고 점자 안내표지판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서 안주하기엔 이르다. 여전히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곳에서 장애인들은 여러 불편한 현실들과 맞닿아 있다. 이는 앞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개선을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며, 그들을 향한 사회적 시선도 나아져야만 하는 이유다.

 

장애인 고용도 의무입니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란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에게 직원의 일정 비율 이상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담금을 납부하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에서는 사업자가 고용해야 하는 장애인의 비율을 의무고용률로써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매년 변화하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27조 제1항, 제28조, 제28조의 2 및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령」 제25조에 따르면, 2019년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국가·공공기관 3.4%, 민간기업 3.1%로, 작년에 비해 각 0.2%가 증가하였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충족시키지 못한 사업체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부담해야 하는데,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매년 최저시급에 60%를 곱하여 계산한다. 이러한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장애인 고용장려금 지급과 취업 알선, 직업능력개발 지원 등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 재활 사업에 이용된다.

 

차라리 벌금을 내고 말지, 궁지에 몰린 장애인 고용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장애인의 취업 장려를 위해 쓰이지만, 그 돈의 출처는 정작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해 벌금을 낸 사업체라는 모순점이 존재한다. 특히 금융권 회사의 장애인 고용률은 1%를 넘기지 못할 정도로 매우 낮은 상황이다. 또한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전국 338개의 공공기관은 지난해 2만 1589명의 직원을 채용했지만, 이 중 장애인은 327명에 불과했다. 이는 법정 기준인 3.4%에 한참 못 미치는 1.52%의 수치다.

그렇다면 왜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은 장애인고용부담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 것일까?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은 사업체에 대한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이 낮은 장애인 고용률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미준수 인원당 80만〜130만 원의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실제로 고용부담금과 관련한 기사에서 한 금융권 관계자가 “금융권 회사의 임금이 높으므로 장애인을 채용하는 것보다 고용부담금을 부담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벼운 벌금에 그치는 처벌 및 장애인 고용부담금에 대한 기업의 어긋난 인식은 장애인 고용과 고용부담금 사이 악순환을 반복시키고 있다.

한편 독일의 경우 중증장애인의 고용을 5%로 지정해두고, 차별을 금지하는 제도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또한 통합사무소를 운영하여 중증장애인의 직업재활과 노동 시장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장애인 고용을 위한 다양한 제도 및 기관 마련은 독일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유지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또한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한 여러 제도나 기관, 또한 장애인 고용에 대한 기업의 인식 개선 등 다양한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도 고용될 권리를, 본교 장애인 고용권은?

본교의 장애인 고용권 상황은 어떠할까? 2018학년도 기준, 본교 상시 근로 인원 878명 중 장애인 근로자 인원은 9명으로 장애인 고용률은 약 1%를 기록했다. 당시 본교에 할당된 장애인 의무 고용률인 2.9%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또한 2018학년도 교비 회계 자금 예산서의 장애인 고용 부담금은 1억 3천 2백만원이었지만 최근 발표된 2019학년도 교비 회계 자금 예산서의 부담금은 1억 7천 5백만원이다. 1년 사이 장애인 근로자를 채용하지 않아 배정된 부담금이 4300만원이 증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본교 총무팀 관계자는 장애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본교 특성상 사무직의 비중이 높아 장애인을 법정 장애인 의무 고용률에 맞추어 채용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다만 본교 기능직 근로자에 대해선 정부 당국의 추천을 받아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장애인 고용 부담금 증가에 대한 대책으론 “학교 측에서도 장애인 고용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으나 정부 기준(법정 장애인 의무 고용률)에 맞추기엔 버겁다”라는 뜻을 밝혔다.

 

우리에게도 공부할 권리를, 본교 장애인 교육권은?

사회적으로 장애인의 이동권과 고용권이 중요시된다면,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장애인 인권은 교육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본지는 본교 장애인 학우들의 교육권 실현 정도를 살펴보았다. 현재 서울캠퍼스 장애인 학우는 학부생 8명과 석사생 4명, 휴학생 5명을 포함하여 총 17명이고 세종캠퍼스는 모두 학부생으로 총 4명이다. 양 캠퍼스 모두 학부생 중 중증 장애 학우는 없으며 경증 장애 학우만 존재한다. 타 학교에 비해 장애인 학우 수가 비교적 적은 본교는, 과연 이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어떠한 지원을 하고 있을까?

현재 서울캠퍼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장애학생의 원활한 대학생활을 위하여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지원제도는 크게 △장학금 지원 △수강신청 우선 지원 △원격교육지원 △장애학생도우미 지원 △이동보조기구 대여 △기숙사 우선 배정 △중앙도서관 대출도서 배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더불어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이번 학기 장애는 없지만 사고로 인해 일시적으로 목발을 짚고 다니는 학우를 위해 수업 대필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학생지원센터 조효영 담당자는 “장애학생들을 위한 수업 환경 개선에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세종캠퍼스 학생복지팀도 서울캠퍼스와 마찬가지로 △장학금 지원 △수강신청 우선 지원 △중앙도서관 대출도서 배달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넘을 수 없는 벽이 느껴졌다!”

▲기자가 홍문관(R동)에서 제1공학관(K동)으로 휠체어를 타고 올라가고 있다. /사진: 김주영 기자

앞서 본교의 장애인 고용권과 교육권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본교 환경을 장애인 이동권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어떨까? 기자는 휠체어를 직접 끌며 거동이 불편한 공대생 ‘홍신이(가명)’로 하루를 살아보기로 했다. 공대 학우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1공학관(K동)· 제2공학관(P동)· 과학관(I동)은 장애인 학우들이 이동할 때 매우 험난할 것으로 보여 휠체어를 빌려 직접 도전해보았다. 오전 10시, 홍신이는 「도시경관과 생태」 수업을 듣기 위해 홍문관(R동)에서 휠체어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홍문관(R동)에서 대나무숲 방향으로 이어진 오르막길은 올라갈 수 없었다. 홍신이는 최대 악력으로 버티며 올라가려 했으나 계속해서 미끄러졌다. 뒤에서 밀어준 학우가 없었더라면 강의동 자체에 올라가지 못할 뻔했다. 홍문관에서 출발한 지 약 7분이 지나서야 홍신이는 제1공학관(K동)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교수님의 강의를 듣던 중 쉬는 시간이 되었다. 홍신이는 휠체어를 끌며 화장실로 향했다. 그러나 화장실 입구에 휠체어가 끼는 바람에 여러 번을 앞뒤로 이동하며 고생하고 나서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기자가 제1공학관(K동) 화장실에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사진: 김주영 기자

오후 1시, 홍신이는 과 동기들과 홍문관(R동) 카페로 향하며 아쉬움을 느꼈다. 카페는 제1공학관(K동)쪽에서 바로 앞 계단 3개만 밟으면 올 수 있지만, 홍신이는 빙 돌아 경사로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후 2시가 되자 홍신이는 동기들과 간단히 점심을 먹고 「화공기초실험」 수업을 듣기 위해 과학관(I동)으로 향했다. 비장애인 학우들은 와우관(L동)에서 계단을 이용하여 빠르게 이동했지만, 홍신이는 계단을 이용할 수 없기에 정보통신센터(Q동)로 멀리 돌아가야만 했다. 가는 길목에 있는 돌길은 울퉁불퉁해 계속 튕기다가 끝내 휠체어의 오른쪽 바퀴에 펑크가 났다. 홍신이는 휠체어 바퀴가 내는 소음과 함께 정보통신센터(Q동) 4층 경사로를 통해 제2공학관(P동) 지하 1층에 도착한 후, 승강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엔 과학관(I동)으로 연결된 다리가 있었지만, 다리 초입에 들어서니 턱이 있고 오르막길이라 홍신이는 수업을 같이 듣는 학우의 도움으로 힘겹게 강의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과학관(I동)의 다른 강의실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강의실 입구가 교단에 가로막혀 휠체어가 들어가기 어려웠다. 오후 6시, 홍신이는 정보통신센터(Q동) 경사로를 되짚어 오며 오늘 하루를 떠올렸다. 좁은 폭의 화장실, 빙빙 돌아야 올 수 있는 강의동,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강의실이 홍신이의 머릿속을 스쳐 간다. 그러면서 홍신이는 혼잣말을 남긴다. “언제쯤이면 내가 이 벽을 넘을 수 있을까?”

▲휠체어가 비었듯, 과학관(I동)의 일부 강의실에 장애인이 들어갈 기회는 ‘비었다’/사진: 우시윤 기자

*가상 인물인 ‘홍신이’의 이름을 제외한 그의 행적들은 취재를 통해 밝힌 사실임을 알려드립니다.

 

교내 장애인 시설을 점검하다 

본교 양 캠퍼스 건물 전수조사 시행 

건물 시설 및 통행로, 장애인 이동권 실현되기 어려워 

 

▲서울캠퍼스

앞서 기자의 체험을 통해 우리는 장애인 이동권 측면에서 본교의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에 본지는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학우들의 동선에 초점을 맞추어 지난 두 달간 본교 양 캠퍼스 건물과 통행로를 전수조사했다. 조사 결과, 학우들 이용이 많은 건물 중 이동권 실현이 어려운 건물은 △학생회관(G동) △제3공학관(J동) △과학관(I동) △제4공학관(T동) △제3강의동(Z3동) △제1강의동(Z동) 등이었다. 

 

장애물로 막힌 학생회관 방면 포장도로

먼저 학생회관(G동)을 살펴보자. 학생회관(G동) 앞 통행로는 모두 울퉁불퉁한 돌길 또는 훼손된 나무 트렌치로 이루어져 있어 장애인 학우들에게 큰 불편함을 안긴다. 종종 화강석 포장도로가 존재하지만, <사진1>에서 알 수 있듯 건물 방면 포장도로를 장애물이 막고 있어 이 도로를 이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울캠퍼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작년에도 총학생회와 함께 돌길 개선에 대해 의논했었지만, 학교 측의 여건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학생회관(G동)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입구에 존재하는 경사로는 노후화됐고, 이를 이용해 진입하더라도 건물 내부에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에 위층으로의 이동이 불가하다. 따라서 장애인 학우들은 건물 내 3층에 존재하는 동아리방은 물론이고 여러 부속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전부 계단으로 이루어진 제3공학관(J동) 통행길
과학관(I동)의 정면 출입구 모습

다음으로 건축대학 학우들이 실기실로 사용하는 제3공학관(J동)을 살펴보자. <사진2>에서 알 수 있듯이 제3공학관(J동)은 현재 계단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 접근이 불가능하다. 해당 계단은 제1공학관(K동) 4층 또는 와우관 4층과 연결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나오더라도 또 다른 높은 계단을 올라야만 한다. 만약 누군가의 도움으로 장애인 학우가 제3공학관(J동)에 당도하더라도, 건물엔 엘리베이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에서의 이동도 어렵다. 과연 제3공학관(J동) 바로 옆에 위치한 과학관(I동)의 상황은 좀 나을까. 과학관(I동)의 경우 <사진3>에서 보이듯 경사로가 없고 계단만 존재하기 때문에 건물 내부로의 진입이 어렵다. 또한 제3공학관(J동)과 마찬가지로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에 내부에서의 이동도 힘들다. 장애인 학우들이 이용하기엔 열악한 건물 접근성에 대해 장애학생지원센터 측은 “제2공학관(P동)과 과학관(I동) 등은 모두 오래된 건물이기 때문에 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건물 전체에 대한 리모델링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제4공학관(T동) 3층 열람실 정면 모습

한편 열람실이 있어 학우들이 많이 드나드는 제4공학관(T동)은, 사실상 장애인 학우들은 이용하기 힘든 곳이기도 하다. 제4공학관(T동) 3층 입구엔 경사로가 있어 내부 진입이 가능하지만, 건물 뒤편 1층 입구엔 경사로 없이 계단만 있는 상황이다. 이 건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진4>에서 나타난다. 열람실 개찰구가 좁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 학우들은 쉽게 열람실을 이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최근 리모델링된 제3강의동(Z3동)의 경우는 어떠할까. 다른 건물들과 달리 제3강의동(Z3동)은 입구가 평지에 있어 건물 자체에 대한 진입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건물엔 엘리베이터가 없어 위층으로의 이동이 불가하다. 이는 제1강의동(Z동)도 마찬가지다. 

이외에도 서울캠퍼스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 건물 진입 여부를 차치하고도 과연 장애인 학우들의 강의실 출입이 용이한가 또한 문제다. 홍문관(R동)과 제3공학관(P동), 와우관(L동) 등의 건물에서는 턱이 존재하거나 입구 문 자체가 너무 좁아 장애인 학우들의 출입이 불가능한 강의실이 다수 발견되었다. 더불어 조형관(E동)의 경우 엘리베이터의 폭이 좁아 탑승이 불가하다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세종캠퍼스

 

매우 가파른 C교사동 뒤편의 경사로 모습

세종캠퍼스 또한 서울캠퍼스와 마찬가지로 장애인 학우가 사용하기엔 불편한 환경이었다. 건물 앞 통행로 및 내부 시설이 열악해 장애인 학우들의 이동이 불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C교사동의 경우 해당 건물 앞 도로에 턱이 있고, 진입 가능한 경사로가 훼손되어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학우가 혼자 C교사동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건물 뒤에 존재하는 경사로를 이용해야만 한다. 더불어 A교사동과 연결된 1층 통로는 한쪽 문이 고정되어 있고 턱도 높아 통행이 어렵다. 이 외에도 C교사동 4층과 연결된 야외에는 장애인 주차장이 있지만, <사진5>에 보이는 것처럼 주차장과 연결된 경사로가 매우 가파르기 때문에 사진 속 경사로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세종캠퍼스 학생회관에서 운동장 방면의 계단

학생회관의 경우 경사로와 엘리베이터가 있어 내부 진입 및 통행은 가능하지만, <사진6>에 보이는 것처럼 학생회관에서 운동장 방면 도로에 경사로가 없고 계단만 있다. 장애인 학우가 학생회관을 나선 뒤 다른 건물로 이동하려면 차를 이용하지 않는 이상, 정문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수밖에 없다. 이는 B교사동도 다르지 않았다. B교사동은 2층 휴게실과 강의실 이동 통로, 6층 통로 등 건물 내부 통로에 균열된 틈이 다수 발견됐다. 또한 영상애니메이션과 스튜디오의 경우 건물 내 엘리베이터가 없어 건물 내 이동이 어렵다.

이상 본교 시설 점검을 통해 장애인 학우들의 이동권은 거의 실현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경사로의 경사가 너무 높거나 아예 진입 경사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 인권과 이동권의 침해다. 장애인의 권리 침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양 캠퍼스 건물 내부 및 통행로에 대한 시설 보수와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애인 학우들, 편의시설도 이용하기 불편 

▲도서관

서울캠퍼스 중앙도서관 출입구 모습

위 사진은 서울캠퍼스의 중앙도서관 출입구 모습이다.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학우가 중앙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선, 와우관(L동) 엘리베이터를 탄 뒤 4층에 내려 경사로를 타고 올라와야만 한다. 하지만 와우관(L동) 4층의 출입구 한쪽은 고정문으로 닫혀 있고, 다른 한쪽 문의 너비는 매우 좁아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었다. 또한 중앙도서관 경사로를 이용하더라도 경사로와 연결된 자동문 센서가 꺼져 있어, 장애인 학우가 문 앞에 와도 자동문은 열리지 않는다. 만약 경비원의 도움을 받아 안으로 들어오더라도 중앙도서관 개찰구가 좁기 때문에 휠체어가 통과하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중앙도서관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진 속 보이는 초록색 철문 뒤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이는 도서 운반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어 장애 학우들은 계단을 이용해야만 한다. 

시각 또는 청각 장애 학우들의 중앙도서관 이용 실태는 어떠할까? 현재 중앙도서관은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책은 구비해놓지 않았지만, 장애인용 PC와 약시자용 화면확대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중앙도서관 측은 “시각 장애인 학우들의 요청이 생긴다면, 특정 점자책 혹은 자료를 구입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중앙도서관은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 프로그램이나 오디오북 등은 지원하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세종캠퍼스 문정도서관의 상황은 어떠할까. 문정도서관은 서울캠퍼스와는 다르게 장애인용 주차장 및 경사로가 있어 건물 자체에 대한 접근성이 좋고, 장애인 점자블록과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도서관 또는 도서관 내의 열람실을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또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 프로그램 등은 지원되지 않아 서울캠퍼스와 마찬가지로 아쉬움이 따른다.

 

▲학생식당

서울캠퍼스 학생회관(G동) 홍아지트로 들어가는 계단

<사진2>는 정보통신관(Q동) 앞에 위치한 학생회관(G동) 학생식당 ‘홍아지트’로 들어가는 계단이다. 학생식당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는 위 사진의 계단이 위치한 곳과 학생회관(G동) 지하 1층으로 총 두 개다. 계단은 가파르고 입구에 점자블록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 학생회관(G동)과 연결된 입구 또한 장애인 학우가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생회관(G동) 내부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지하 1층까지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휠체어 리프트나 경사로 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실상 장애인 학우의 홍아지트 이용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제2기숙사 지하에 위치한 제2기숙사 식당 또한 비슷한 상황이다. 외부인이 출입하려면 계단을 통해 내려가야 한다. 또 학생식당의 입구 근처에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이는 기숙사생만 사용할 수 있어 기숙사에 거주하지 않는 학우는 사용할 수 없다. 반면 서울캠퍼스 문헌관(MH동) 16층의 교직원 식당의 경우 식당 입구 앞에 엘리베이터가 있고, 세종캠퍼스의 교직원 식당이 있는 A교사동과 학생식당이 있는 B교사동 모두 평지에 위치해 장애인 학우의 접근이 편리하다. 

 

장애인 화장실 시설 매우 미흡해 

장애인용 화장실이 있다고 표기되어있으나, 실제로는 없음

본지 조사에 따르면, 세종캠퍼스의 경우 건물 내부 화장실 입구에 장애인용 화장실 표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합체육관 △학생회관 △문정도서관 △E교사동 등 대다수의 건물에서 실제로는 장애인용 칸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발견되었다. 또한 학생회관 1층에 존재하는 남녀공용 장애인용 화장실은 문이 잠겨있어 사용이 불가하다. D교사동의 장애인용 화장실은 1층에만 있었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나머지 모든 건물에서도 장애인용 화장실이 저층에만 설치된 경우가 대다수였다.

반면 서울캠퍼스에는 장애인용 화장실이 설치되지 않은 건물이 다수다. 본지 조사에 의하면 서울캠퍼스에 장애인용 화장실이 설치되지 않은 건물은 △미술학관(F동) △조형관(E동) △제3공학관(J동) △과학관(I동) △제3강의동 등으로 본지가 조사한 총 24개의 건물 중 11개의 건물에 장애인용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턱이 있어 진입이 어려운 서울캠퍼스 학생회관(G동) 화장실

또한 장애인용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는 학생회관(G동) 1층 화장실 앞에는 턱이 존재해 내부에 장애인 전용 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본교 장애학생지원센터는 “본래 1층 화장실에 턱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었지만,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턱을 완화하기 위해 경사로를 설치하면 일반 학우들의 통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승리 서울캠퍼스 인권연대국장은 “장애인 학우에게 편리한 길이 비장애인 학우에게 불편할 리가 없다”라고 반대의 입장을 전했다.

한편 제 2공학관(P동), 과학관(I동)은 아예 장애인용 화장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장애지원센터는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은 사실상 시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며 “3년을 주기로 교내 시설을 점검할 때 장애인 화장실을 최대한 마련하도록 노력했지만, 공간이 확보되지 못한 곳에는 설치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본교 양 캠퍼스에는 중증 장애 학우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본교의 장애인 시설이 미흡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큰 문제점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그러나 타 학교와 비교해보았을 때, 본교에 장애인 학우가 적은 원인은 바로 이러한 열악한 시설 탓도 크다. 서울캠퍼스 박승리 인권연대국장은 “장애인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장애인 학우들을 배려한다는 차원도 있겠지만, 더 나아가 학우들이 어떤 상황에 있어도 학교가 교육권을 보장해주겠다는 의지의 문제다”라며 “앞으로 신축되는 건물만이라도 장애인 시설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본지는 앞으로의 본교가 장애인 학우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수업권을 보장할 수 있는 학교가 되기를 희망하는 바다.

 

 

이남주 기자(skawn1791@mail.hongik.ac.kr)

박주형 기자(timpark0912@mail.hongik.ac.kr)

천지예 기자(jiye110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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