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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고중세사> 민병희 교수가 추천하는  『종이 동물원』 켄 리우(Ken Liu, 1976~) 지음, 황금가지, 2018. 
  • 정리 박주형 기자 
  • 승인 2019.04.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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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들끼리 하는 재미없는 농담이 있다. “자신이 전공하는 시기와 자신이 사는 시기는 언제나 대전환기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시기나 격변의 시기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도 최근 ‘4차 산업혁명’이나 ‘AI’와 같은 용어를 ‘딸기’나 ‘시계’ 같은 단어보다 더 자주 듣게 되니, 지금이 바로 인류사의 대전환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객관적 근거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필자 일생 안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선다는 특이점에 도달하여 신세계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인간의 노동력 대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체해 할 일을 잃은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사회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디스토피아부터 지루한 노동에서 해방된 인류가 가치 추구 활동에 집중하며 문화적, 지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게 되는 유토피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측이 난무한다. 겁주기· 호들갑·장밋빛 약속은 장삿속과 함께 넘쳐나고 있지만, 우리는 충분히 새로운 사회에 대해 고민하는 것일까? 

지금이 인류사의 대전환기이건 아니건, 인류사회는 근거 없는 공포와 허황한 희망에 허둥대기보다는 늘 치열하고 진지하게 새로운 세계에 대한 풍부하고 다양한 대안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닐지라도 가장 유쾌하고 재미있는 방법의 하나는 SF를 더 많이 창작하고 읽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SF는 사이언스 픽션의 약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공상과학소설’로 번역됐다. 최근에 허무맹랑하고 근거 없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지닌 ‘공상’이란 단어를 빼고 ‘과학소설’로 명칭을 바꾸려 하고 있다. 허위보도나 유언비어를 ‘소설’이라는 단어와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오랜 기간 만화 장르에 가해졌던 비하와 공격을 생각하면, 백안시되던 장르문학에서도 더욱 소수 취급받던 SF에 ‘공상’이라는 단어가 덧씌워진 부정적 편견에서 벗어나고픈 노력이 이해된다. 그러나 SF의 진정한 가치는 공상의 긍정적 측면, 즉 제약 없는 상상에 있다고 본다. 괴담이나 신화와 달리 그것을 과학적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동반되어야 SF이지만 말이다. 

쥘 베른과 허버트 웰스, 스타워즈, 우주 소년 아톰 등을 보았던 유년기부터 시작하여 비교적 최근까지도 주로 서구와 일본의 SF 작품만을 접해 왔지만, 최근 새로운 선택지들이 늘고 있다. 근 2~3년 동안 한국의 SF도 부쩍 성장하고 있고, 중국사 전공자이기에 관심을 가졌는지도 모르지만, 중국 SF의 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2019년 벽두 역대 중국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뿌린 SF 영화 『유랑지구』(2019)의 성공 이전에 중국의 SF는 이미 휴고상, 네뷸러상을 수상한 작가들을 상당 배출할 만큼 중국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널리 읽혀 왔다. 오바마의 휴가도서로 화제가 된 『삼체』(2013)의 류츠신 작가 정도가 한국에서는 잘 알려진 편이지만, 세계최대 발행 부수를 지닌 SF 잡지라는 『과환세계』(1979) 등을 바탕으로 중국의 SF 작가와 독자층은 탄탄하다. 중국의 현재와 미래, 향후 문화적 영향력의 향방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제 중국 SF를 분석해보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종이동물원』(2018)은 켄 리우의 단편집으로 SF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도 접근하기 쉽다. 켄 리우는 중국 간쑤성에서 태어났지만 11세 때 미국으로 이주한 중국계 미국인이다. 최근 한국에서 번역된 『제왕의 위엄』(2019)과 같은 작품이 보여주듯 중국의 문화적 전통과 보편적 인류애를 결합한 독특한 작품세계를 지녔다. 더욱 다양해진 SF 작품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에 대해 풍부한 대안들을 만들어낼 과감한 상상력과 날카로운 과학적 이성의 성장판을 열어보자. 

정리 박주형 기자   timpark0912@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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