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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위에 어떤 것도 없는가?윤리적으로 권력을 추구하는 존재를 지향한다

2015년, 신동빈·신동주 형제가 「롯데」의 지배권을 두고 다투는 모습은 한국사회에 화제가 되었다. 당시 언론은 그들의 갈등을 ‘기업의 소유권을 두고 콩가루 집안이 된 롯데가(家)’로 평가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특정 기업에서만 발견되는 일은 아니다. 여러 재벌 기업에서 각 기업의 지배권을 쟁취하기 위해 가족이 다투는 일은 요즘에도 일어나고 있다. 권력을 얻기 위해 기본적인 윤리를 훼손하며 일어나는 갈등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자신의 가족을 제거한 왕과 자신이 충심으로 모셨던 왕을 살해한 신하 등 동·서양 사회에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인간적 가치를 저버린 이들이 있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일까. 최근 극장가엔 돈이나 권력을 얻기 위해 윤리를 저버린 인물들이 담긴 영화가 연이어 개봉되고 있다. 그중 세 편의 대표적 등장인물들을 통해 권력욕의 본질에 대해 통찰해보자.  

 

『관상』(2013)에 등장하는 ‘수양대군’을 살펴보자. 수양대군은 단종의 숙부이다. 단종의 아버지였던 문종이 젊은 나이에 요절하자, 단종은 12세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게 된다. 단종의 이른 즉위는 왕권 약화를 초래한다. 수양대군은 이 틈에 왕좌에 대한 야욕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게 된다. 영화에서는, 문종이 관상가인 김내경을 시켜 수양대군이 권력욕이 있는가를 알아보게 하지만, 이를 미리 알아챈 수양대군 측이 권력욕이 없어 보이는 관상의 대역을 통해 문종의 의심을 잠재우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후, 영화는 김내경의 처남인 ‘팽헌’의 발설로 자신의 암살 계획을 듣게 된 수양대군이 김종서 측을 먼저 공격하여 실권을 차지하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실제로, 문종은 죽기 전에 자신의 동생인 수양대군이 단종의 왕권을 위협할 수 있음을 확신하고 김종서 등 충신에게 단종을 지켜줄 것을 유언으로 남긴다. 그러나 김종서 등 단종을 보필하는 세력은 영화처럼 수양대군을 크게 견제하지 않는다. 결국, 김종서는 수양대군의 권력욕을 눈치채지 못하고 방심하여 끝내 살해되고 이는 ‘계유정난’으로 불리게 된다. 단종과 그와 뜻을 같이했던 신하들도 대부분 유배형을 받거나 죽음을 맞게 된다. 결과적으로, 수양대군은 세조로 즉위하며 자신의 권력욕을 충족시키게 된다. 하지만 욕구실현의 끝은 아름답지 못했다. 영화에서도 짧게 언급되듯, 세조는 이후 조카를 포함해 많은 이들을 살해하며 권력을 찬탈한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앞서 세조의 행적을 통해 동양에서 한 인물이 품었던 권력욕이 낳은 파장을 알아보았다면, 이번에는 서양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맥베스』(2015)의 ‘맥베스’는 자신과 사촌 관계인, 스코틀랜드의 국왕 ‘던컨’의 충성스러운 부하이다. 어느 날, 맥베스는 노르웨이와의 일전에서 대승을 거두고 포상을 받기 위해 왕에게 돌아가던 중 3명의 마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들은 맥베스가 왕이 될 운명이라고 예언한다. 이전 맥베스는 전쟁 중 정신적·육체적 상처가 누적되어 전투 트라우마로 남게 된 상태였다. 그는 이 트라우마를 마녀들의 예언이 촉발한 자신의 권력욕으로 메우며 이후 던컨 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다. 하지만 그의 트라우마는 권력욕의 실현으로도 해결되지 않은 채 오히려 누군가가 자신의 왕권을 빼앗을 것이라는 두려움과 공포로 바뀌어 맥베스의 정신을 지배한다. 맥베스의 두려움은 측근들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지며 그를 폭군으로 만든다. 그의 폭력적 면모에 실망한 측근들마저 서서히 그의 곁을 떠났다. 맥베스의 폭정이 심해지자 맥더프 등을 중심으로 반란군이 모이고, 그들은 맥베스와 일전을 치르게 된다. 맥베스는 이 전투에서 허무하게 맥더프에게 죽임을 당한다. 

세조와 맥베스는 자신의 욕망을 현실에서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쾌(快)가 아닌 두려움과 자괴감 속에 살게 된다. 이는 두 인물이 윤리를 저버리면서까지 욕망을 지향했을지라도, 그들의 내면에 선(善)이 작게나마 존재했기에 일어난 감정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오늘날을 살아가는 이들의 권력 추구는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가? 이에 대한 답은 『더 킹』(한재림 감독, 2016)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박태수는 평범하게 검사 생활을 하다가, 성추행 교사 사건을 맡게 되며 비리 검사인 한강식을 만나게 된다. 태수는 이 만남을 통해 본격적으로 한강식과 발을 맞춰 권력을 좇는 검사가 된다. 그는 권력을 탐하기 시작하면서 가해자의 명백한 범죄가 드러났음에도 가해자를 석방해주는 등 비윤리적 행위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태수는 잠시나마 범죄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태수는 자신이 쌓아 올렸던 권력을 통해 사익을 축적하고 권력을 유지하고자 정권의 입맛에 맞는 비리를 연이어 저지른다. 그러면서 태수는 더는 죄책감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도중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태수는 오히려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정치적 욕망을 드러낸다.

 

『관상』의 세조와 『맥베스』의 맥베스는 권력욕의 끝에 두려움과 죄책감 등 비참함만 남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현재 권력을 탐하는 이들은 책임의식을 느끼는가? 『더 킹』의 태수가 이 질문의 답을 보여준다. 그는 성추행 가해자를 풀어주고 권력형 비리를 저지르지만, 세조나 맥베스와 다르게 윤리적 책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등 또 다른 권력에 욕심을 드러낼 뿐이다. 현재의 소위 검사, 판사, 정치인 등 엘리트층에 속한 많은 이들도 태수와 비슷하다. 그들도 더 큰 권력을 추구하면서도 자신이 행한 불법적이거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문헌 「한국인의 일상적 인격 투쟁과 과잉권력욕」에 따르면, 한국사회가 더 빠르게 경쟁 사회로 변모하면서 그 사회 속 개인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고자 하는 권력욕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의 권력욕이 보편적인 윤리관을 훼손할 정도로 추구된다면, 건전한 공동체는 와해되지 않을까? 그렇기에 우리는 기본적인 윤리관을 존중하고 모든 행위에 대해 책임의식을 지니며 권력을 도모해야 한다.

 

참고문헌

최봉영, 「한국인의 일상적 인격 투쟁과 과잉권력욕」, 『동양사회사상』, 13권, 2006, pp. 283-306.

박주형 기자  timpark0912@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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