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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부정, 자살생의 기로에 선 그들의 이야기

다면적 노력을 통해 ‘행복공화국’으로 거듭나기까지

 

“밥은 먹었어?” “무슨 고민 있어?” “말 안 해도 알아.” 힘들고 지친 삶을 견디다 못해 생의 끝자락을 맞이하려는 사람을 위로하는 말은 이처럼 형식적이고 흔하면서도, 막상 일상에서는 쑥스러워 입 밖으로 꺼내기 망설여지는 말들이다. 이는 한강다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메시지들로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에 새겨진 문구들이다. 생명의 다리는 자살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고립감 해소를 통해 살고자 하는 욕구를 일깨워주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 2012년 서울시 주관 하에 설치됐다.

생명의 다리에 새겨진 문구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지만,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 위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면 이런 정책까지 세웠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2015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자살로 인한 사망률 1위를 고수했다. 지난해 리투아니아가 자살로 인한 사망률 1위를 기록하며 우리나라는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평범한 시민부터 유명 연예인, 청소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왜 자살을 선택한 것일까? 그들의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돌이킬 수 없는 선택, 자살 

지금까지 논의되어온 ‘자살’에 대하여 

우리 사회 속에서 ‘자살’이란 단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문학, 미술 등의 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현실 속의 기사, 뉴스 등 많은 곳에서 우리는 자살을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토록 많이 사용되고 있는 자살이라는 단어의 정의는 그 범위 및 적용에서 매우 모호하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자살(suicide)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자해행위’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자살을 뜻하는 단어 ‘suicide’의 어원인 라틴어 ‘Suicidium’은 sui(자기 자신을)와 cædo(죽이다) 두 낱말의 합성어이다. 즉, 사전적 정의의 자살은 그 죽음의 원인이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당사자가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행위를 뜻한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적용되는 데에서 문제점을 갖는다. 예를 들어 타인의 강요에 의한 자살 행위를 과연 자살적 행위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러한 자살 행위는 동양과 서양 역사 모두에서 금기시되어 왔으며 처음에는 이를 ‘자살’이라는 단어로 명칭하지도 않았다. 다만 전해 내려오는 기록을 살펴보면 그리스·로마 초기에는 자살이 제약 없이 받아들여졌고 오히려 철학적인 이유로 긍정적으로 여겨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군인 및 학자였던 플리니우스(Plinius Secundus)는 『박물지(Historia&Naturalis)』에서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가장 최상의 선물이다”라는 의견을 남겼다. 그러나 그 이후 서양의 역사에서 자살은 절대적 죄악으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 후기 자살은 신성에 대한 모독이자 범죄, 즉 자기 자신에 대한 ‘살인’으로 여겨졌으며 이는 중세에도 마찬가지였다. 기독교 중심이었던 중세시대 사회에는 자살을 신에 대한 모욕으로 생각했다.

이후 르네상스 시대(14~16세기)에 들어와서야 사람들이 왜 자살을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며, 계몽주의 시대(18세기)에 처음으로 ‘자살(suicide)’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주로 완곡한 표현을 통해 자살을 지칭하고자 했다. 그리고 19세기에 들어와서야 자살이 악이나 죄보다는 점차 하나의 ‘질병적 증후(症候)’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자살의 정의가 절대적 죄악에서 개인의 자유 문제로 바뀐 것이다.

인류사가 자살을 그저 ‘죄’로 취급하는 것에서 벗어나, 이를 그대로 마주하면서 자살에 대한 여러 이론이 나타났다. 자살을 분석하는 데에는 그것의 주체가 한 개인인지 혹은 공동체·사회의 영향인지에 따라 관점이 달라진다. 자살의 주체를 온전한 개인으로 여기는 관점은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 1856~1939)의 이론이 대표적이다. 그는 자살을 광기나 우울증, 자아 분열 등과 같은 의학적 혹은 심리학적인 병리현상과 관련된 증세로 여겼다. 자살을 외부 대상을 향했던 공격성이 자신을 향하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공동체 및 사회가 자살이라는 행위에 끼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분석한 대표적 철학자에는 뒤르켐(Emile Durkheim, 1858~1917)이 있다. 그는 『자살론. 사회학적 연구(Le suicide. Etude sociologie)』(1897)에서 “감정상의 내적 동요나 정신병리학적 상태 하에서 내려지는, 소위 ‘개인적인 결정’이라는 것이 자살의 진짜 이유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라며 인간의 외부 영역에 있는 요인들이 인간의 내부 행동 영역에 들어오면서 자살이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뒤르켐은 자살을 크게 세 가지 유형인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붕괴적 자살로 구분했다. 이 중 이기적(egoistic) 자살이란 사회적 압력, 규범과 같은 외부적 요소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자살을 뜻한다. 그리고 이타적(altruistic) 자살은 어떤 사회적 명분이나 목적에 자신을 희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하나의 개인이 특정 공동체의 가치에 종속되는 정도가 가장 강한 단체 내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마지막으로 붕괴적(anomie) 자살은 재앙, 빠른 경제성장 등과 같이 한 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자살을 뜻한다. 

오늘날 자살은 신을 모독한 죄악이나 언급이 금지된 행위가 아닌 당사자 자체가 한명의 희생자인 행위라고 인식된다. 19세기부터 자리 잡은 다양한 관점에서의 자살에 대한 고찰은 자살을 우리 사회의 엄연한 하나의 현상으로 위치하게 했다. 다만 현 지점에서 더 필요한 것은 자살을 외면하지 않고 그대로 마주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살의 원인 모색과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발걸음이다.

 

 

죽여주는 사회 

○○○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자살은 우울증 등을 앓고 있던 개인의 정신병리적 문제나 그 원인을 정확히 정할 수 없는 복합적 사회현상 중 하나로 치부되곤 했다. 그러나 자살에 대한 통계 및 분석을 통해 자살 연령 및 성별, 사회적 분위기 등 다양한 요인이 개인의 자살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2019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11년 째 자살로 이어지고 있으며, 전 연령대에서는 여성 자살자보다 남성 자살자의 수가 더 많다. 이와 같은 통계는 자살이 개인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요소와 무관한 사건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이 개입된 사회 현상임을 보여준다. 

보건복지부는 2012년 2월 자살예방 홍보 및 교육 사업을 벌이고 정부 자살예방 정책을 지원하는 중앙자살예방센터를 신설했다. 그 밑으로는 각 지역에 광역·기초단체 단위의 자살예방 센터를 설치하여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또한 2017년에는 2022년까지 자살률을 줄이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자살예방 행동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이에 2018년 문재인 정부의 ‘자살예방정책과’에 이르기까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사회적 차원의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 자살에 대한 개인의 인식도 재고되고 있다. 사회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개인의 문제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우리나라의 낮은 사회통합수준,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회 분위기 등이 자살 문제 악화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더불어 청년실업과 일자리 불안정, 앞당겨진 고령사회 등의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사회적 안정이 갈수록 불안해지는 가운데 실행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정책 및 재정 지원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자살 고위험군의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령대에 따른 필요와 불만을 수렴하는 제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다양한 연령에서 발생하고 있는 자살 문제는 어떤 사회적 요인이 개입되어 있으며 어떤 정책 및 지원이 요구되는지 알아보자.

 

푸르고 밝은 꿈을 

불과 약 일주일 전인 4월 29일(월), 전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올해 수석입학생이 중간고사 중 시험성적 비관을 이유로 교실 건물에서 투신했다. 1학년이던 해당 학생은 4층 건물에서 투신 후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이 사건은 우리나라 청소년의 성적 스트레스 및 이로 인한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알렸다. 2018년 발표된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청소년(초·중·고등학생) 11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3년 123명에서 미세한 감소 및 증가 추세를 지속하다가, 2015년부터 2년 연속 증가 추세였다. 특히 3월과 9월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에 청소년 자살자가 몰려 있으며, 자살 원인은 △가정불화 △비관 및 우울 △성적 비관 등으로 추정된다.

우울감을 느끼는 청소년도 늘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9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중·고등학생의 우울감 경험률은 27.1%로 전년(25.1%)보다 2%포인트 높아졌다. 더불어 생활 전반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청소년의 비율도 45%로 절반 수준의 수치를 기록했다. 우울감과 비관을 느끼는 청소년들을 위해 교육부는 휴대폰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고민 상담이 가능한 ‘위기 문자 상담망’을 구축했다. 또한 여성가족부에서는 청소년의 생활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으로 매체이용의 환경개선과 유해약물 접촉 차단에 대한 성인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등 ‘청소년보호종합대책’을 수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차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의 불안한 정서 및 심리 상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다. 학생들의 심리 안정과 상담을 지원하는 학교 내 ‘위클래스’ 또한 상담사가 학생의 이야기를 가정 및 교사에게 전달하며 비밀 보장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해 그 역할의 필요성 및 적절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질적인 청소년 자살률의 해소, 즉 행복한 청소년을 만들기 위한 장기적 관점의 국가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가정, 학교, 지역사회, 전문기관이 청소년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환경 구축을 위해 협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행복하고 찬란한 미래를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자살로 인한 사망은 20·30대 청년층에서는 1위를, 40·50대 장년층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유독 청·장년층에 자살로 인한 사망이 뚜렷하게 많다. 무엇이 청·장년층을 힘들게 했을까?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크게 경제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을 꼽는다. 구체적으로는 소득 불평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개인적인 우울 증상이다. 이를 포괄하는 사회경제적 요인이 존재하는데, 바로 ‘고용불안정’이다. 자살로 인한 사망이 주로 경제적 활동을 하는 연령대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기 때문에 고용불안정과 자살의 상관관계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앞서 언급한 「2017 사망원인 통계」에 나온 자살로 인한 사망이 20대와 30대에서는 1위를, 40대와 50대에서는 2위를 기록하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한국사회보장학회에서 고용불안정과 청년 자살률에 대해 연구한 결과, 지역별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청년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들의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장년층은 직업 불안정성의 부정적인 영향을 청년층보다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구분이 뚜렷한 한국의 상황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계급화가 직무의 외적인 부분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것이다. 

 

생의 안정적인 마무리를

통계청의 「2017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약 85.7세, 한국 남성의 기대수명은 79.7세로 모두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치다. 반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과 노인자살률(53.3명)은 OECD 국가 중 1위다. 이는 OECD 평균 노인 자살률 (18.4명)의 3배 수준이다. 독거노인의 고독사 역시 2015년 661명에서 2016년 750명, 2017년 835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모순적 상황에 국내 노인의 자살 원인으로 심리적 요인인 우울증을 보고한다. 실제로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자살한 국내 노인의 과반수가 자살 당시 우울증이 있는 상태였다. 노년층의 우울은 꽤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학력수준이 낮을수록 △배우자 및 가족이 없는 경우 △의료보호대상자거나 차상위 계층인 경우 △용돈이 적을수록 △과거 직업이 없는 경우 △건강상태가 나쁠수록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률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난다. 즉 이러한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노년층은 우울증을 겪으며, 그 마음의 병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해외 사례: ‘살자’ 프로젝트 

통계들이 보여주듯이, 다양한 연령대의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자살의 사회경제적 비용 연간 6.5조원 발생 △유가족의 고통 △국가이미지 악영향 등을 자살의 문제점으로 파악하여 자살예방관련 정책 및 제도를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 2022년까지 자살자 수를 1만 명 이내로 하여 자살률을 낮추는 것이 정부 예방 정책 운영의 목표다.

특히 정부는 그 방법의 첫 번째로 빅데이터 활용을 통해 자살동향 감시체계를 구축하여 자살에 대한 전략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자살에 대한 객관적인 통계를 통해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또한 주변인의 자살 징후를 재빨리 파악해 전문가와 연결해주는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100만 명 양성과 민간과 국가의 합동 자살예방정책협의회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세 번째 제도는 지역사회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강화다. 또한 이미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상담 및 사례관리를 통해 자살 재시도 예방을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연령별·대상별 자살예방 정책을 추진하여 더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큰 감소폭을 보이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떠한 자살예방 정책을 펼치고 있을까?

대표적인 자살예방 프로그램 운영국가로는 일본과 핀란드, 미국이 언급된다. 실제로 일본과 핀란드의 자살예방 프로그램의 정책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때, 평균 연간 자살률이 전년 대비 14.2% 감소되는 효과가 존재했다. 성공적인 효과를 거둔 두 나라의 자살예방 프로그램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일본의 경우 자살률이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연간 3,000억 원 규모의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복지부 자살예방 사업예산은 △2015년 85억 △2017년 99억 원 △2018년 162억 원으로 일본의 재정규모와 비교했을 때 매우 협소한 수준이다. 핀란드의 경우에는 경제적 차원에서 자살예방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즉 자살은 생산자원을 감소시켜 국가의 경쟁력을 낮추는 부정적 영향이 있기 때문에 범정부적 차원의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심리부검제도 같은 자살예방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광범위한 자살관련 자료를 종합하여 자살원인규명 및 추진상태를 파악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등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미국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매년 12~13명을 유지하는데, 여기에는 미국의 모범적인 자살예방 대책이 개입한다. 대부분 주의 주정부가 운영하는 정신건강국에는 자살예방 상담 무료전화가 설치되어 자원봉사자들이 24시간 상담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자살 위험자를 응급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 입원시키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전문적인 의료를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살이 발생하면, 정부, 병원, 민간 전문단체들이 주변인을 대상으로 상담치료를 실시한다. 그 대상은 유가족뿐만 아니라 친척, 직장동료, 친구도 포함된다. 이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그의 영향을 받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기 위함이다.

해외의 성공적인 자살예방 정책들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자살예방정책 지원은 상당히 미흡해 보인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자살예방에 있어 예산난과 인력난 모두 겪고 있는 상황이다. 

 

마포구 정신건강복지센터 & 본교 학생상담센터 인터뷰

자살을 선택한 이들은 자살 전 정신적 고통 또는 경제적 어려움 등을 겪는다. 이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고 극복하고 싶어 상담센터를 찾기도 한다.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마포구 정신건강복지센터 김우형 팀장과 본교 학생상담센터 오유미 담당자를 통해 현재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 해결책, 상담 실태 등을 들어보았다.

Q. ‘자살공화국’이라는 명칭을 통해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높은 나라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복합적이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김우형 팀장 : 자살 원인 통계를 보면 정신병리적, 즉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률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자살이다. ‘정신병리적’이라는 자살 원인은 결국 우리 사회가 살기 힘든 공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40~50대 남성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데, 가장으로서 가정을 이끌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남성이 많다. 최근에는 1인 가구 자살률도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한국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경향이기도 하다. 개인의 책임감이 막중한데 그 책임감을 짊어지는 것을 어려워하다 보니 우울, 불안 등의 증세를 겪게 되고 알코올에도 의존하게 된다. 더불어 최근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인해 가족 간 해체뿐만 아니라 이웃과의 단절도 늘어나고 있는데, 지역사회 공동체 구축 시스템은 전무한 상태이다. 보건복지부와 자치구에서는 이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규모 지역 주민 공동체와도 협력하고 있다.  

A. 오유미 담당자: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가 급격히 발전해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자녀 세대와 부모 세대 간의 격차가 큰 편이다. 이로 인해 부모가 자녀의 어려움을, 기성세대가 청년 세대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 때보다 사회가 좋아졌는데 왜 살기 힘들다고 하느냐”와 같은 말이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20대의 투쟁은 생존에 대한 투쟁이다. 과거 70~80년대의 이념에 대한 투쟁과는 다르다. 이렇게 청년의 어려움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본인이 겪고 있는 문제를 본인의 탓으로 돌리게 된다. 현재 청년 세대의 어려움을 공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기에 청년들은 모든 것을 본인의 능력 부족으로 여기며 자책하는 것이다. 이 이유로 20대의 자살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김우형 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70~80년대의 이웃 주민 간의 활발한 교류를 예로 들 수 있다. 최근에는 아파트 내부, 자치구 등 소규모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등 같은 지역과 공간 내 비슷한 연령대와의 소통을 통해 사람들 간 활발한 교류 및 협력을 끌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소규모 모임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활성화돼야 현재 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 이기주의를 타파할 수 있을 것이다. 

A. 오유미 담당자: 청년들의 생존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서울시는 청년지원사업의 일종으로 청년 5,000명을 선정해 6개월 동안 매달 50만 원을 지급하는 청년수당 정책을 시행했었다. 청년수당 시행으로 2017년에 청년수당을 받은 사람의 40.8%가 취업이나 창업에 성공했다. 

또 센터나 주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함께’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집안에 틀어박혀 타인과 의사소통하지 않고 사는 ‘은둔형 외톨이’가 생기는 것도 ‘함께’의 가치가 실현되지 못한 결과라 생각한다. 

 

Q. 현재 상담센터는 많은 내담자를 수용할 만큼의 직원이 충분한 상태인가?

A. 김우형 팀장: 예산이 부족해 인력난을 겪고 있다. 마포구민이 총 약 38만 명인데, 등록된 내담자 수는 약 450명이며 등록되어 있지 않지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거나 한 번이라도 상담 받은 적 있는 내담자는 올해 약 600~700명이다. 그러나 직원은 총 12명이다. 실질적으로 상담에 참여해 사례관리에 투입되는 인원은 6명 정도밖에 안 된다. 직원 1명이 내담자 100명 이상을 감당하는 것이다.

A. 오유미 담당자: 직원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학생상담센터를 이용하는 학생 수는 전교생의 약 10%이다. 학생상담센터에 상시 대기하고 있는 직원의 수는 4명이고, 일주일에 하루 나오시는 객원 선생님은 6명이다. 그러나 학생상담센터 직원이 성평등상담센터도 겸임하기에 상시 직원은 4명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3명이다. 직원의 수가 적기에 학생들은 상담을 위해 한두 달을 대기해야 한다. 

 

Q. 내담자가 자신의 정신적 상처, 어려움 등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속성 있는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연속성 있는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A. 김우형 팀장: 직원 한 명이 약 100명의 내담자를 감당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에 연속성 있는 상담이 어렵다. 또 마포구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경우 직원이 자주 바뀌지 않고 전문성도 확보된 상태이지만, 다른 자치구에서는 전문성이 없는 직원이 정신보건 업무를 맡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연속성 있는 상담이 이뤄지기 어렵다. 더 많은 구민에게 전문성 있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전문성 있는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 오유미 담당자: 우선 직원의 수와 공간이 부족하다. 대기자가 한두 달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내담자가 원하는 만큼 무제한으로 상담을 할 수 없고 10~15회에서 상담을 종료한다. 서울대의 경우 단과대학별로 학생상담센터가 있고 기숙사에도 존재해 7개의 학생상담센터가 있다. 서울대뿐만 아니라 이화여대, 서강대도 학생상담센터의 수가 2~3개로 본교보다 많다. 또 학생상담센터 직원은 2년 계약직이기에 업무의 연속성이 많이 떨어지고 인수인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개인의 자살, 주변으로 번지다 

개인의 자살은 하나의 사건으로 종결(終結)되지 않고 종행(從行)한다. 대리 외상 증후군과 베르테르 효과가 이에 해당한다. 대리 외상 증후군이란 사건·사고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간접경험으로 자신에게 그 일이 일어난 것처럼 불안을 겪는 증상이며 이는 간접외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12년 마포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3개월 동안 9명이 자살하는 일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주변에서 해결책을 구하는 것과 달리, 가까이에서 자살을 겪은 이들은 우선적으로 자살을 떠올릴 가능성이 높다. 즉, 자살을 문제 해결 수단 중 하나로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한 공간에서 누군가 자살하면 그 주위의 사람들은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자살자 1명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살 고위험군은 20명 이상으로 한 개인의 자살은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 대리 외상 증후군뿐만 아니라 자살률의 증가를 표현하는 이론 중에는 베르테르 효과도 있다. 베르테르 효과란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이 자살했을 때 해당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이다. 자살한 유명인이 자신과 유사한 상황에 놓여있었던 경우 더 큰 심리적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개인의 자살은 자살자 한 명만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 및 사회로 퍼져 나간다.

우리나라가 치열한 경쟁 사회로 접어든 이후, 국민들은 매 순간 경쟁에 임하여 ‘같이’의 가치를 잊어버리곤 한다. 청소년기의 입시에서, 청년기의 취업, 중년기의 가족 부양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다른 이와 경쟁해 본인 스스로와 사랑하는 이들을 지켜내야만 한다. 이러한 막중한 책임감을 어깨에 지고 ‘함께’가 아닌 혼자 어려움을 극복하려 하니 매 순간을 견딜 수 없어 결국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본인의 힘든 감정을 내면에 숨기고, 자신의 어려움을 타인과 나누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가 개인의 삶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의 정신 질환을 밝히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을 ‘위험한 사람’으로 여기는 개인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불어 인생의 무게를 감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사회적 지원이 뒷받침 될 때, 삶의 의지를 잃은 이들이 비로소 다시 한 번 생명력을 일깨울 수 있을 것이다.   

 

이산희 기자(ddhh1215@mail.hongik.ac.kr) 

조수연 기자(suyeon98@mail.hongik.ac.kr)

이소현 기자(sohyun0911@mail.hongik.ac.kr)

박성준 기자(gooood82@mail.hongik.ac.kr)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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