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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현암사, 2013

<현대문학작품읽기> 송민호 교수가 추천하는 『도련님』: 허위의식으로 가득한 세계에 맞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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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는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하나인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가 사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였고, 공교롭게도 올해는 그가 태어난 지 15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 덕분인지 지금 일본 어느 곳에서나 나쓰메 소세키에 관한 행사나 이야기들로 그득하다. 어느새 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소수의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여기와 달리, 여전히 한 작가의 이야기가 중심적인 화두가 되는 다른 나라의 상황에 대해 어떤 감정에 앞서 부러움부터 느끼는 것은 아마도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첫 작품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吾輩は猫である)』(1905~6)를 통해 단숨에 세간의 인기작가가 된 나쓰메 소세키는 여느 작가들이 그러하듯 자신의 경험담에서 두 번째 소설의 소재를 찾았다. 그는 1895년 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난 뒤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듯 일본의 시코쿠 마쓰야마(松山)시에 있는 심상 중학교에 부임했다 겪었던 경험을 끄집어내어 『도련님(坊っちゃん)』(1906)이라는 소설로 완성하였다.

  앞선 작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당시 인간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던 허위만 남은 예의 관념을 고양이의 눈으로 통렬하게 풍자했던 소세키는 이 『도련님』을 통해 마찬가지로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이 배운 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학생들을 가르치고자 하는 곧은 성격의 주인공을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관행과 편법, 시기와 오해를 풍자적으로 부각시켰다. 도시에서 건너온 신출내기 선생에게 텃세를 부리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며, 공부하여 내일 알려주겠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이 혈기왕성한 젊은 교사에게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처럼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그를 내쫓기 위해 학교 내에서는 온갖 음해와 계략이 난무하고 그를 이용하여 이득을 보기 위한 정치적인 공작들이 계속됐었던 것이다.

  소세키는 이처럼 허위의식으로 가득한 부정(不淨)한 시대와 공간 속에서 온전히 나를 지키면서 살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도련님』의 주인공이 그러하듯,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고, 자신이 한 것을 했다고 말하면서, 스스로 자신을 가두고 있는 허위의식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무엇이 올바르고 그른지조차 혼돈되어 있는 시대에 그 속에 존재하고 있는 자신마저 그 혼돈된 흐름에 빠져 있다면, 어지러운 세상을 헤쳐 갈 아무런 방향성조차 알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기다려줄 진실한 사랑이다. 『도련님』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유모였던 ‘기요’의 맹목에 가까운 사랑과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수학주임 선생인 ‘산미치광이’와의 우정을 통해서 혼돈된 세계를 살아낼 힘을 얻게 된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진실한 마음의 교환은 세상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어쩌면 창작된 지 100년도 넘은 우화에 가까울 만큼 단순한 이 작품의 내용이 지금까지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으며, 나아가 소세키의 산시로 이후의 삼부작, 『산시로(三四郞)』, 『그 후(それから)』, 『문(門)』으로 이어지는 입구가 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놀랄 만큼 단순한 삶의 진실이 누구라도 쉽게 행할 수 없는 것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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