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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어독문학과> 김경희 교수가 추천하는 『현대 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친밀성의 구조변동』앤소니 기든스(Anthony Giddens) 지음, 새물결, 2001

‘현대인의 삶은 과연 무엇에 의해 이끌려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인간의 욕망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라는 질문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이성과 합리성을 그 기치로 내세운 계몽주의 이래 인간의 친밀성 대신 사회 체계가 그 자리를 대신했고 인권, 윤리, 초월성 대신 물질주의, 이윤추구, 세속화가 팽배해진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빠지기 쉬운 가장 큰 유혹은 ‘돈’, ‘성’, ‘권력’, 이 세 가지로 축약될 수 있다. 사실상 이들 세 가지는 독립적으로 움직이기 보단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최근 뉴스를 접하면 누구라도 바로 알 수 있다. 페르소나를 통해 감추고 있지만 인간이라면 아무도 피해갈 수 없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고민거리다. 이 세 가지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반추하고 성찰하며 살펴봐야 하며 지속적으로 마주하여 객관화해야 하는 숙명에 처해 있다.

특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금기(터부, taboo)시 되어오던 ‘성’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그것에 대한 접근이나 접촉을 지속적으로 꺼리도록 코드화돼 있었기에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욕망이 생겨나도록 자극하고 있다. 프로이트 역시 인간의 무의식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억압된 욕망의 핵심을 ‘성’이라고 보았다. 우리는 이 ‘성’과 ‘사랑’의 관계가 어떻게 연결이 되고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에서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앤소니 기든스의 『현대 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친밀성의 구조변동 Sexuality, Love & Eroticism in Modern Societires·The Transformation of Intimacy』(1992)은 이미 주제와 부제에서 드러나듯이 삶의 가장 비밀스럽고도 복잡한 주제를 공론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성의 문제를 직시하여 삶의 역사적 지형도 속에 자리매김 시킴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성에 대한 구체적 성찰로 나아가도록 길을 열어준다는 의미에서 큰 의의를 지닌 책이다. 저자인 앤소니 기든스는 사회 이론을 연구한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다. 우리에게는 신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모두 반대하고 ‘제3의 길’로 불리는 새로운 사회발전 모델을 주창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모델은 『제 3의 길 The third Way』(1998)이란 그의 저서의 제목이기도 하다. 

책의 내용에서 주목할 만한 몇 가지를 언급하자면, 자연의 섭리에 따랐던 현대 이전의 사회에서는 성을 자연의 섭리로서 받아들였다면 현대 사회의 성은 사회 체계의 내적 논리 속으로 흡수되어 더 이상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결정하고 선택하는 문제가 되었으며, 혈연에 의해 의무처럼 부과된 친족 관계가 무의미해지고 친밀성, 애정에 기초한 관계가 중요시됐다. 기든스는 관계 그 자체의 내재적 속성에 따라 유지, 변화되는 관계를 ‘순수한 관계’라고 명명하고 있다. 즉 그는 성의 문제 역시 기본적으로 나와 타자의 관계, 곧 인간관계의 문제로 환원시키고 있다. 특히 ‘열정적, 낭만적, 합류적 사랑’에 대한 분석은 우리가 만나는 사랑 그 자체를 반추해 볼 만한 틀을 제공해 준다고 볼 수 있다. 타인에게 수동적으로 빠져드는 사랑의 형태인 열정적 사랑, 이와는 달리 당사자의 감정과 조건을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사랑을 생산하여 많은 부분 결혼에 이르게 되는 낭만적 사랑, 특별한 ‘대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특별한 ‘관계’ 형성이 중요해짐으로써 사랑의 유대를 공유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협상해 가는 합류적 사랑은 성, 사랑, 결혼의 복합적이면서 역동적인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이것이 앤서니 기든스가 말한 ‘친밀성의 구조변동’인 것이다. 

따라서 그는 공적 영역이 아닌 그 배면에 있는 감정의 영역, 친밀성의 영역에 주목하면서 그 세계에서 일어난 변화들을 속속들이 냉정하게 학문적으로 분석하고 있기에 성과 사랑에 대한 피상적인 이야기들이 차고 넘치는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사랑을 고민하고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정리 이소현 기자  sohyun091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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