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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국회’ 그리고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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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동료 기자와 여야 4당(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자유한국당의 패스트트랙 처리 여부를 두고 충돌한 사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대화는 동료 기자가 국회에서 벌어진 충돌과 관련된 제도에 관해 곧 기사를 써야 하는데, 해당 상황의 경과가 복잡하다며 기사 작성이 어려울 것 같다는 푸념이 주를 이뤘다. 당시 기자는 동료 기자에게 기성 언론 뉴스나 기사를 찾아보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러던 차에, 기자는 이번 <기자프리즘>에 국회에서의 패스트트랙 충돌과 관련된 기사를 쓰기로 하면서 동료 기자보다 먼저 해당 사안과 관련된 여러 언론사의 TV 보도와 기사를 보게 되었다. 이를 통해 기자는 동료 기자에게 전했던 조언이 오히려 동료 기자의 기사 작성을 어렵게 할 수 있음을 느꼈다. 당시 언론 보도는 제도를 분석하는 등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보도가 아니라 갈등 상황만을 전달하며 ‘왜 이들이 몸싸움을 벌였는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사무처장은 지난 5일(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 J>(KBS)에 출연해 지난 3월 15일(금)부터 4월 28일(일)까지 각 방송사가 패스트트랙과 관련하여 보도한 내용을 민언련 측이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김 사무처장은 전체 보도의 78.1%가 국회 충돌 상황을 중계하는 보도였고, 패스트트랙에 포함될 법과 제도를 자세히 설명한 보도는 6.3%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다수의 방송 보도가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기보다 대립상황만 강조하고 만 것이다. 그중에서 기자는 지난 4월 25일(목)에 방송된 <뉴스룸>(JTBC)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당시 손석희 앵커는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 2명과 실시간으로 연결하며 당시 상황을 ‘중계’하는 데에 그쳤다. 기자는 이날의 보도 방식이 손 앵커가 추구하는, 문제의 본질을 파고드는 심층 보도 중심의 ‘교과서적 저널리즘’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었다고 느꼈다. 한편 MBC를 비롯한 지상파 3사는 현장 중계를 통한 뉴스 전달보다 그들이 기존에 정치권을 다루는 뉴스 전달 방식, 관련 화면을 띄운 채 기자가 사실과 해설을 함께 다루는 방식을 대부분 택했다. 그러나 <MBC 뉴스데스크>에서 <“애들이 볼까 무섭다”…1박 2일 말싸움 중계>

라는 제목으로 여야 의원들의 막말만을 정리해서 보도한 것처럼, 지상파 3사의 뉴스도 이번 사태의 근원을 찾지 않은 채 상황 전달에만 그치고 말았다. 기자는 국회 상황을 전달하는 뉴스 이후 앵커와 취재 기자가 스튜디오에서 이번 국회에서 일어난 문제의 기원을 깊게 따져보는 시간을 마련했더라면 시청자가 이번 사태를 전반적으로 쉽게 이해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신문 기사도 방송사의 보도와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으로 <이메일 발의 시도, 경호권 발동…밤까지 ‘동물 국회’>(조선일보)와 <타협 없는 육탄전…7년 만의 ‘동물 국회’>(서울신문)에서 보이듯, 많은 신문 기사도 당시 국회의 상황을 ‘동물 국회’로 얼버무리며 문제의 근원은 찾지 못했다. 사실, 기자는 신문 기사가 2~3분 이내에 핵심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방송사의 보도와는 다르게 긴 글을 통해 심층적인 뉴스 전달이 가능한 매체이기에 내심 본질을 짚는 기사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기자는 패스트트랙 충돌 속 갈등만을 묘사한 언론사들의 보도에 아쉬움을 느꼈고, 특히 기자가 존경하는 손석희 앵커의 <뉴스룸>엔 더한 아쉬움과 함께 실망감도 느꼈다. 하지만 기자는 언론사도 이번 사안과 관련된 보도의 문제점을 느끼고 고쳐나갈 것이라고 작게나마 기대해본다. 기자도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며 사안을 관찰(觀察)하는 것을 넘어서 본질을 통찰(洞察)하겠다는 각오를 조심스레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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