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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소중함을 따뜻한 울림으로 담아내다

배성태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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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엔 마당 있는 집에서 살자.” 

“좋지, 마당엔 고양이들이 뛰어놀고?” 

“더 좋지.”

이 따뜻한 대화를 보고 있으면 바람이 드는 창가에 앉아 애정이 가득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사랑스러운 연인이 연상된다.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포착해 한 컷의 일러스트로 담아내는 배성태 일러스트레이터. 그는 화목한 가정 및 따뜻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서로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꾸준한 대화를 통해 새로운 ‘고마움’을 끊임없이 찾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그림으로 사랑의 울림을 전하는 배성태 일러스트레이터를 만나 보았다.  

 

Q. 현재 네이버 그라폴리오와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소통 플랫폼을 통해 일러스트를 공유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라는 꿈을 가지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A. 지금은 인스타그램을 통한 일러스트 연재를 진행하고 있다. 원래는 컷 일러스트보다 어릴 때 읽던 소년만화 같은 연재만화를 그리고 싶어 대학에서도 만화를 전공했었다. 그런데 긴 호흡의 만화에서는 줄거리가 꼭 필요한데, 이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짧은 호흡으로 순간의 감정과 상황을 담아내는 것이 더 적성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여 일러스트를 그리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원으로 일했던 시간도 있었는데, 당시 여러모로 힘들었다. 출퇴근이라는 개념 자체가 잘 맞지 않았을 뿐더러 야간 근무를 할 때마다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스스로 직원이자 사장이며 자유롭게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프리랜서로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다. 지금 일하는 방식이 내 성향과 잘 맞기도 하지만, 아내의 이해가 있어서 프리랜서로의 전환이 가능했다. 

 

Q. ‘1컷 일러스트’의 장점은 작가의 일상을 1컷으로 포착했기 때문에 이를 보는 독자들도 그 시간 속의 감정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상의 수많은 순간이 1컷 일러스트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 궁금하다. 

A. 처음에는 ‘일러스트’하면 떠오르는, 간결하고 스토리 없는 그림을 주로 그렸었다. 그리다보니 예전에 만화를 그렸던 기억을 되살려 가장 재미있고 편한 방식으로 여러 변주를 시도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의 ‘1컷 만화’ 느낌의 일러스트다.  

그림의 연출을 위해 소재를 찾으려 굳이 노력하지는 않는다. 인위적이지 않은 일상의 자연스럽고 소박한 느낌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내와 대화하다가 느낌이 좋았거나 울림을 주었던 대화의 순간을 메모하고 있는데, 그 대화의 시간이 1분일수도, 10분일수도 있다. 대화 속에서 가장 감동이 있는 부분을 중점으로 일러스트를 통해 함축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Q. 공유 플랫폼을 통해 연재되는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구름 껴도 맑음>(2016)이라는 책에는 본인의 연애에서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으며 신혼부부의 진솔하고 달달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청춘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러스트’로도 유명한데, 오랜 시간 변함없는 사랑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A. 어떤 연인이든 사랑의 형태는 시간이 지나며 변한다. 다만 변화의 방향이 중요한 것 같다. 우리의 경우, 어릴 때는 아이 같고 순수한 사랑이었다면 현재는 항상 서로의 곁을 지켜줄 수 있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사랑의 모습이다. 하지만 사랑의 형태가 변한다고 해서 행복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랑이든 그 모습에 맞는 새로운 행복과 감정이 찾아올 것이다.  

오래 사랑했다고 해서, 연인의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 늘 연인의 행동이 내게 어떤 의미이며 이것이 고마운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상대에 대해 많은 것을 안다고 해서 당연시 여기면 사랑하는 마음도 옅어지기 마련이다.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자 노력하면 자연스레 사랑도 지속될 것이다. 

Q. 일러스트의 섬세한 선의 표현뿐만 아니라 그림의 내용과 감성에 맞는 적절한 색의 배치가 인상적이다. 각 그림에 들어가는 색채의 선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A. 현재 연재되고 있는 일러스트는 초기 그림과는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 초기에는 감정을 위주로 색을 선정했는데, 예를 들어 사랑하는 감정을 위주로 그렸으면 분홍색, 나쁜 감정을 담은 그림이면 파란색 등 원색 위주의 색을 썼었다. 배경색 전체를 감정의 색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요즘은 예전처럼 감정 위주의 그림보다는 당시의 상황과 배경, 복잡다양한 마음 상태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과거 일러스트가 감정 위주였다면, 현재는 현실 세계의 구체적 묘사라고 할 수 있다.

 

Q. 일러스트 속 말풍선의 빈 부분을 독자의 상상력으로 채워 비로소 완성된 일러스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일러스트에 독자의 참여를 더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독자들이 그림에 남긴 댓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림의 상황에 공감하거나 그림을 보며 누군가를 떠올리는 독자들의 모습에, 특별한 사랑의 감정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었다. 그림을 봐주는 독자들에 대한 보답의 의미기도 하다. 감동적인 순간은 그림으로 그려지면 더욱 특별하게 남게 된다. 독자가 쓴 대사를 삽입하여 그림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선물함으로써 감사의 의미를 전하고자 하는 의미도 있다. 

Q.연인과의 사랑에서는 애정이 담긴 사랑의 표현과 진심 어린 공감 등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오래도록 유지되는 사랑을 위해서는 의견이 맞지 않거나 사소한 일로 서운함을 느끼는 등의 경험도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연인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등 가까이 있는 이와 마찰이 생겼을 때, 어떻게 극복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A. 대부분의 오해는 대화의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화가 없을수록 감정의 골은 깊어지기 때문에 꾸준한 대화가 필요하다. 다만, 대화에 필요한 시간이 개인마다 차이가 나는 것 같다. 대화를 통해 서운한 점을 빨리 풀고 싶은 내 마음과 달리 아내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성격이었는데, 이 차이 때문에 처음에는 답답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대방의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는 습관이 생겼다. 대화에 대한 사람의 성향 차이는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기다림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꾸준한 대화를 통해 감정을 나누되, 대화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시간의 차이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 

 

Q. 사랑하고자 하는, 또는 사랑을 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A.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전해야 듣는 이에게 와닿을 수 있을지에 대해 늘 고민하게 된다. 최근 20대 청년들은 학업, 연애, 아르바이트 등 매우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사랑에 대한 열정을 잊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물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시기에는 사랑하는 연인에 대해 완전히 몰입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한번쯤, 사랑이 가장 소중한 순간을 경험했으면 한다. 

 

Q. 그림 작가 또는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본교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A. 여러 경험을 거쳐 현재 가장 행복한 일을 하고 있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을 꼭 느꼈으면 좋겠다. 그림이라는 일에 대해 생각할 때 금전적인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면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림을 그렸으면 한다.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 등을 하면서 시간 낭비는 아닐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시절을 되돌아보면, 과거의 모든 경험들이 현재 작업의 자산이 되었다. 대학 수업도 마찬가지다. 대학 시절은 어떤 수업이 내 미래에 도움이 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시기인데, 모두 의미 있는 자산이 된다. 자신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자신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의미 있는 대학 생활을 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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