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0.8 화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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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과 서: 서로 다른 생각의 기원개미집과 벌집

집단으로 서식하면서 강한 사회성을 띠고 있는 대표적인 곤충으로는 개미와 벌이 있다. 둘  다 여왕을 중심으로 일하는 계층이 있고 조직적인 사회성을 띤다. 그리고 그 사회성의 결집체로 집을 짓고 산다. 이들 개미집과 벌집은 곤충의 집을 대표하는 쌍두마차이다. 하지만 이 둘은 마치 남미식 축구와 유럽식 축구가 다른 것처럼 건축적으로 확연히 다르다. 일단 개미집의 경우는 복잡한 미로 같은 형태를 띠면서 골목골목으로 연결되어 있다. 마치 관계의 회로망을 보는 듯하다. 지역에 따라서 땅속에 있는 경우도 있고 땅위로 솟아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느 개미집이나 그 외부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내부에 네트워크로 구성된 연결망, 즉 방끼리의 관계가 중요한 건축이다. 반면 벌의 경우에는 벌집모양이라고 불리는 6각형의 모듈러 구조를 띠고 있다. 6각형 모양의 방이 반복되면서 전체 벌집이 만들어진다. 반복되었을 때 구조적으로도 가장 안정적이면서 벌이 들어가서 살기에 공간 손실이 적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개미는 동양처럼 관계 중심의 건축, 벌은 서양처럼 기하학 중심의 건축이다. 여왕개체를 중심으로 사는 사회적 구조는 비슷하나 건축물은 완전히 다른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유는 아마도 날개가 없는 개미가 땅과 연결해서 집을 짓는 반면 하늘을 날 수 있는 벌은 공중에 집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건축을 땅에서 시작하는 개미는 땅과의 연결을 통해 관계 중심의 집을, 배경이 전무한 공중에서 시작하는 벌은 기하학적인 집을 지었다. 극동아시아의 문화는 유교가 지배적이었다. 사후세계보다는 현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땅 위에서의 忠이나 孝처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요시하였다. 따라서 극동아시아 건축은 땅과 연결된 개미처럼 관계성이 중요시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유럽은 이집트, 그리스, 기독교 등 사후세계, 이데아의 세계, 눈에 보이지 않는, 위로부터 오는 형이상학적 원칙을 중요시하였다. 이러한 문화적인 특징은 공중에 집을 짓는 벌처럼 기하학적인 건축이 발달하는 기반이 되었다. 이것이 피라미드, 황금비율, 판테온 같은 건축물이 나오게 된 문화적 배경일 것이다. 

 

空間과 SPACE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공자, 노자, 석가모니의 영향을 받은 동양문화의 가치체계는 ‘관계’와 ‘비움’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특징지을 수 있다. 동서양의 가치체계는 공간을 뜻하는 두 개의 단어만 살펴보아도 그 차이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서양에서의 공간은 ‘space’로서, 이 단어는 동시에 우주를 뜻하기도 한다. 우주를 뜻하는 영어단어는 universe, cosmos, space, 이 세 단어가 혼용되어서 쓰인다. 따라서 “space = cosmos”라는 결론이 나온다. cosmos라는 단어의 의미는 혼돈이라는 뜻의 chaos의 반대어로 수학적 규칙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따라서 “space = 수학적 규칙”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단어를 통해서 살펴보면 서양인의 의식 속에는 비어 있는 우주, 공간, 수학적인 규칙을 내재하고 있는 cosmos 등의 의미가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공간을 ‘수학적 규칙을 가진 비어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서양의 공간은 다분히 수학적인 분석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반면, 동양의 공간은 비어있다는 뜻의 ‘공(空)’과 사이라는 뜻의 ‘간(間)’이 합성된 단어이다. 결국 공간이라는 단어는 ‘비움’과 ‘관계’의 결합으로 형성된 것이다. 이렇듯 단어만 살펴보더라도 동양에서는 단순히 비어 있는 것 이상의 가능성을 보는 ‘비움’과 상대적 가치인 ‘관계’로서 공간을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식밥상과 코스요리

문화의 차이는 게임, 문자, 건축에서뿐 아니라 사람이 사는 기본요소인 음식에서도 드러난다. 요즘 한정식 식당에 가면 퓨전 타입의 한국음식을 순서대로 차려낸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우리나라 고유의 식문화와는 좀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흔히 말하듯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즉 한 번에 모든 음식이 한눈에 들어오게 한 상으로 차려낸다. 반면에 서양음식은 순서대로 전식부터 후식까지 순서대로 음식이 나온다. 마치 알파벳이 순서대로 쓰인 것과 비슷하다. 이는 문화적 차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음식문화의 형식일 것이다. 이렇듯 문화는 그 나라 고유의 민족적 패러다임을 반영한다. 동시에 패러다임은 경제 활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구글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포털사이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토종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홈페이지의 디자인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구글은 흰 페이지에 검색창 하나가 있는 미니멀한 디자인이다. 반면 네이버는 현재 나오는 주요뉴스가 첫 페이지에 가득하게 펼쳐져 있다. 구글이 한 번에 하나씩 나오는 서양 코스요리 같다면 네이버는 한상 가득 차려나오는 밥상 같은 구성이다. 한국인들이 네이버를 더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건축디자인 역시 그 나라의 문화적 패러다임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서양은 논리적인 사고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사고방식이 선형적이다. 하나 다음에 둘 그 다음에 세 번째 것이 나와야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수학의 발달과 기하학적 건축공간으로 나타난다. 반면에 동양은 상호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대적인 가치체계를 가진다. 따라서 음식 하나하나의 맛도 중요하지만 그 음식들과 다른 음식과의 관계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오죽하면 “음식의 궁합”이라는 말도 생겼을까? 이렇듯 먹는 사람의 입맛과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차려진 음식의 순서가 어찌 보면 뒤죽박죽 섞이게 되어있다. 우리는 밥을 먹고 된장찌개를 먹고 김치를 먹기도 하지만, 다음 번 숟가락에는 김치 먼저 먹고 생선요리에 젓가락이 가기도 하면서 총체적인 그날의 “밥상”이 완성되는 것이다. 먹고살게 된 다음부터 우리는 한국적이라는 문화적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해 왔다. 따라서 ‘한국적’이라는 것은 매일 마주하는 밥상에서도 그 특징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문화적 특징을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이 단순히 처마곡선의 모양 같은 겉모습을 모방하는 것보다 더 바람직할 것이다. 현대 사회는 유사 이래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복잡한 환경에 처해있다. 승강기의 발명으로 초고밀도의 도시가 형성되고, 핸드폰과 인터넷으로 우리의 삶은 실타래보다도 더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토록 복잡한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은 코스요리를 먹는 사람보다는 아마 밥상을 먹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과거보다 미래가 밝은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유현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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