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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진, 〈궐어도〉, 근대, 지본수묵, 17.5×23.5cm, 소장번호: 2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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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진, 〈궐어도〉, 근대, 지본수묵, 17.5×23.5cm, 소장번호: 2098
조석진, 〈궐어도〉, 근대, 지본수묵, 17.5×23.5cm, 소장번호: 2098

물고기나 게 등을 그린 어해도(魚蟹圖)는 그림의 소재가 다양해지던 조선 후기에도 즐겨 그려지던 소재 중 하나였다. 그림 속 물고기가 상징하는 바는 크게 3가지로 다산, 등용, 벽사 등 길상이다. 알을 많이 낳는 물고기 자체의 특성에 비롯하여 물고기는 다산, 다복, 풍요를 의미하고, 물은 임금에, 물고기는 신하에 비유되기도 하여 등용과 화합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는 뜬눈으로 부정한 것을 항상 경계할 수 있기에 벽사를 의미한다. 

어해도는 조선 후기 회화의 사실 정신에 맞물려 사생을 통해 실제와 닮게 그려지고는 하였다. 이에는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이 흑산도 유배 중에 1815년 『자산어보(玆山魚譜)』를 간행한 것이 어해도의 출현배경에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 책에는 155종에 이르는 수산물의 명칭, 분포, 형태, 이용 등이 상세히 언급되었다. 물고기가 민화로 많이 그려진 때가 19세기 이후이므로 이 역시 이와 연관될 것이다. 특히 다양한 물고기 중에서도 조선말에는 잉어와 쏘가리가 제법 많이 그려졌다. 물고기에 따라 그림의 명칭이 달라지곤 하는데 잉어를 그린 그림을 이어도(鯉魚圖), 쏘가리를 그린 그림을 궐어도(鱖魚圖)라 지칭한다. 쏘가리를 뜻하는 ‘궐(闕)’자의 음이 궁궐(宮闕)의 ‘궐’자와 같아 쏘가리는 궁궐로 빗대어 과거 합격과 입신양명을 의미한다. 그래서 쏘가리 그림은 출세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애호되었다.

홍익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된 〈궐어도〉는 소림 조석진(趙錫晉, 1857~1920)의 작품이다. 조석진은 조선 후기 어해도로 유명했던 임전 조정규(趙廷奎, 1791~?)의 손자로서 화원 출신 화가였다. 그는 심전 안중식(安中植, 1861~1919)과 함께 오원 장승업(張承業, 1843~1897)을 사사하였다. 따라서 조석진의 어해도에는 장승업과 조정규의 어해화풍이 계승되었는데, 이러한 점은 본관 소장품 외에도 그가 남긴 다른 작품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그가 남긴 어해도는 전통화풍과 시대 변화에 따른 특징들이 함께 보여 독특한 어해화풍이 나타난다. 조석진은 물고기의 생동감을 표현하기 위해 운필에 힘을 싣기보다는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세밀한 필선을 그려냈다.

조석진의 세밀하게 그려진 다른 어해도와는 다르게 본관 소장 〈궐어도〉는 거친 필치로 그려졌다.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로 그려지는 것과 달리 그림 속 물고기는 모로 누워 측면을 보이고 있다. 누워 있는 물고기는 화면 중앙에 가득 배치되어 있으며, 수묵의 담채로 물고기의 머리와 지느러미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물고기의 등은 수묵의 농묵을 조절하여 표현해냈다. 그림의 배경은 여백으로 처리하여 어느 정도 문인화풍을 보여주는 듯하다. 전체적으로 물고기를 그리는 데 필요 이상의 필획을 가하지 않아 절제미가 나타나나, 물고기 주변에는 무수한 획을 그어 풀 위에 올라간 물고기를 보여준다. 다른 소재들과 함께 길상의 의미로 그려지는 물고기가 단독소재로 물 밖에 나와 그려진 것은 또 다른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 ‘박물관에 가다’에 소개된 소장품의 이미지는 홍대신문 홈페이지 <문화> 섹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박물관 인턴 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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