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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받아들인 나, 비로소 강해지다

당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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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화두는 우리의 일상을 넘어 주된 문화적 경향으로 자리잡았다. 불과 삼 년 전만 해도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모습이 낯선 풍경이었지만, 이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 사회에 ‘혼밥’ 문화가 뿌리 깊게 안착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홀로서기’ 문화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자서는 무언가를 도전하기 두려운 사람,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또한 홀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사회의 편견 어린 시선으로 인해 주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래 소개된 세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홀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알아보자. 

 

먼저 살펴볼 책 『혼자가 좋다』(2018)는 싱글 라이프를 즐기려는 사람들을 돕는 본격적인 ‘홀로서기’ 안내서다. 저자 프란치스카 무리(Franziska Muri)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편견 중 하나인 ‘혼자는 외롭다’라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싱글 여성 또는 세상의 모든 1인 생활자의 온전한 삶을 응원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물론 사회적 편견을 깨고 혼자 사는 것은 쉽지 않은 길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홀로 있다는 것은 굉장히 대단한 일이다. 더 이상 도망가지 않고 혼자 선 자신을 마주한다면, 우린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더불어 혼자일 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감정이다. 저자는 외로움의 감정이 이상한 것이라는 편견을 부수고 담담히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인간의 외로움은 인류의 시초와도 연관지을 수 있다. 과거 우리 인간은 혼자서는 생존이 불가능한 존재였다. 야생에 던져져 오랜 세월 동안 집단을 이루고 협동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오늘날 노동은 세분화되고 사회는 매우 독립적이다. 이제는 서로를 지키기 위해 뭉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무의식은 여전히 사람들로 둘러싸인 울타리를 찾는다. 외로움을 느끼지 않기 위해 말이다. 그렇다면 홀로 있다는 것이 즉 외롭다는 감정과 연결되는 것일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홀로 있다는 건 객관적인 사실일 뿐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그저 사람들과 함께 있지 못한 상태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편 외롭다는 것은 그저 감정의 문제다. 혼자 있기 때문에 외롭다는 감정, 이는 모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자신을 드러내고자 할 때 나타난다. 그러니 우린 타인보다 스스로를 먼저 들여다보며, 혼자 지내는 것에 대한 자신의 편견부터 깨트려나가야 한다. 

『19호실로 가다』(1994)는 위 작품과 다르게 싱글 라이프가 아닌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던 평범한 가정주부가 혼자만의 시간을 갈구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남들이 보기에 부족할 것이 없는 ‘수잔’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사랑스러운 아내다. 누가 보기에도 외로울 틈이 없어 보이던 수잔이 어찌하여 고독감에 시달리고, 그녀만의 공간인 ‘19호실’을 바란 것일까. 온종일 가족을 위해 희생하던 수잔은 어느 순간 자신의 삶과 색을 통째로 빼앗긴듯한 감정을 느낀다. 가정 도우미를 구한 뒤 위층 다락방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보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돌아갔다. 도우미와 아이들이 때때로 수잔의 다락방 공간을 침범했고, 수잔 또한 집 안에서는 그들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수잔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런던의 낡은 호텔 방 19호실로 아무도 모르게 떠난다. 그 공간에서 수잔은 모두로부터 해방되어 비로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수잔의 고통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홀로 떠나는 수잔을 끊임없이 의심한 남편은 수잔 몰래 사람을 붙여 그녀의 공간을 알아낸다. 남편은 수잔에게 19호실을 찾아가는 이유를 추궁하고, 그녀는 남편에게 바람을 폈다며 거짓말을 한다. 이미 오롯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던 19호실이 침범 당했으며, 신뢰를 저버린 남편에게 자신의 외로움을 설명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수잔은 마지막으로 그녀만의 공간 19호실을 찾아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언제나 아이들과 남편에게 충실했던 수잔이 바라던 건 단 하나였다. 자신만의 공간이 존재하는 것,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 말이다. 우리는 수잔의 자살을 통해 온전한 자신만의 공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혼자있는 시간의 힘』(2015)을 통해 우리는 홀로 사는 사람 또는 가정을 이룬 사람 모두를 불문하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인 사이토 다카시(Saito Takashi, 1960~)는 현재 일본의 유명 저자일 뿐 아니라 메이지 대학의 인기 교수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다카시에게도 어두운 과거가 존재한다. 그는 서른 살이 넘도록 변변한 직업이 없었으며 고등학교 시절부터 철저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왔다. 그는 고독했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고독을 내공으로 바꾸는 연습을 해왔다. 그리고 그 연습의 결과가 비로소 현재의 그를 만들었다. 그는 책을 통해 자신만의 ‘홀로서기’ 비법을 많은 이에게 전수하고자 했다. 

사람들은 보통 혼자 있는 상태에 이유 모를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예를들어, 요즘 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일명 ‘인싸’와 ‘아싸’라는 단어도 친구가 많으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사람을 구분 짓는다. 친구 없이 홀로 있는 ‘아싸’가 되면 사람들에게 성격이 이상한 사람이라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온전한 내가 될 수 없다.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타인을 의식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린 모두 자신만의 중심점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는 중요한 과제를 떠맡고 있다. 물론 길고 긴 인생에서 힘든 시절은 누구에게나 오기 마련이다. 이때 이 세상에서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느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 누구보다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스스로가 존재하니까 말이다. 고독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어떤 시련이 와도 쉬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원치 않는 고독에 빠지면 당연히 외롭고 쓸쓸할 수 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고독의 중심으로 걸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우린 강한 존재가 되어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다. 이렇듯 저자는 우리로 하여금 고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스스로의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

 

앞서 살펴본 세 작품을 통해 우리는 혼자만의 시간이 한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사이토 다카시는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듯 어떠한 역할과 의미도 강요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우리 미래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 혼자 있는 것이 두려운가? 그렇다면 이제는 당신도 외로움을 견뎌내고 자신과 마주할 시간을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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