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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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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덕 감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계 3대 국제영화제인 베를린, 베니스, 칸 모두에서 장편영화로 수상한 감독이다. 동시에 그는 국내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감독이기도 하다. 이는 기존의 통념을 파괴하는 충격적인 스토리와 연출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감독 특유의 특성 때문인데, 그가 최초로 평단에서 인정받은 작품 <파란 대문>(1998)에는 이러한 감독의 면모가 잘 드러나있다.

  영화 <파란대문>의 주인공인 진아는 포항의 ‘새장 여인숙’에서 지내며 몸을 팔아 생활한다. 여인숙에는 진아 뿐만 아니라 여대생 혜미와 그 가족 또한 함께 살고 있는데, 밤마다 손님방에 들어가야 하는 진아와 여대생으로 살아가는 혜미는 이윽고 갈등을 빚기 시작한다. 창녀와 여대생이라는 대립되는 두 존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혜미와 진아의 갈등이 격해지던 와중 급기야 진아는 숱한 갈등 속에서 자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진아를 경멸하던 혜미는 조금씩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 진아에 대해 이해해가고 종국에는 진아 대신 손님을 상대하기까지 하며 서로 진정한 우정을 나눈다. 김기덕 감독은 이러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서로 대립된다고 느껴지는 두 사람이 사실은 서로 다르지 않으며 어떠한 우열관계도 없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감독의 독특한 가치관은 영화 <섬>(2000)에서도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영화는 숲 속의 외진 길을 지나야만 다가갈 수 있는 고립된 ‘섬’ 낚시터에서 시작된다. 어느 날, 바람핀 애인을 살해하고 도주한 전직 경찰 현식이 낚시터로 찾아든다. 삶을 체념한 현식은 두 차례에 걸쳐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 때마다 낚시터 주인인 희진에 의해 저지된다. 희진과 현식은 서로 사랑을 나누지만 이내 현식은 희진의 집착적 사랑과 공간적 고립감을 견디지 못하고 떠날 결심을 한다. 그러나 현식은 자신이 더 이상 희진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극 중 배경인 짙은 안개가 깔린 고립된 낚시터는 자신의 욕망대로 행동하는 인물의 모습과 합쳐져 문명과 동물적 욕망 사이의 거리마저 모호하게 만든다.

  영화 <나쁜 남자>(2001)는 김기덕 감독 작품 중 최고 흥행작이자 최고 논란작이다. 사창가 깡패 두목인 한기는 여대생 선화에게 매혹되지만 그는 그녀에게 모욕 받고 거절당한다. 그는 소유욕에 불타서 선화를 창녀로 만들지만 고통 받는 선화를 지켜보며 자괴감을 느낀다. 선화는 창가(娼家)를 탈출해 바닷가로 향하는데, 이곳에서 자신을 닮은 여인이 얼굴이 지워진 연인의 사진을 땅에 묻고 바닷가로 걸어들어가는 모습을 보게된다. 결국 선화는 한기에게 잡히고 그녀의 탈출은 실패한다. 이후 선화와 한기의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져 한기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선화는 한기가 죽어서는 안된다고 절규하기까지 한다. 이후 한기는 선화와 떨어진 곳에서 칼에 찔려 쓰러지지만 얼마 안가 다시 일어나 아무렇지도 않게 새 티셔츠로 갈아입고 바닷가에서 선화와 재회한다. 영화의 말미에서 한기는 트럭을 타고 다니며 선화의 몸을 다른 남자에게 팔며 살아간다. 영화는 이해할 수 없는 환상과 현실이 뒤섞여있다. 그렇기에 극 중에서 일어난 일 중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가에 대해서는 각 평론가마다 의견이 다르다. 확실한 것은 이 작품이 비도덕적 욕망의 분출과 자연으로의 회귀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피에타(Pieta)>(2012)는 이전까지의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영화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피에타>의 주인공 강도는 자본주의 사회에 매몰된 악덕 추심업체 직원으로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강도 앞에 자신이 그의 엄마라고 주장하는 여자가 불쑥 나타난다. 강도는 처음에는 혼란스러워하지만 서서히 여자에게 정을 느끼고 그녀를 통해 자신의 인간성을 회복해나간다. 그러나 사실 이 여자는 강도의 악질적인 추심에 의해 죽은 남자의 어머니였다. 이를 알게 된 강도는 여자의 곁에서 그녀와 함께 죽는다.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에서 자본에 의해 훼손된 인간성을 보여주면서 자본주의의 폐혜를 고발한다.

김기덕 감독은 정식으로 영화를 배우지는 않았다. 그는 초등학교 졸업 이후 공장에서 일했고 제대 후에는 3년간 거리의 화가로 지내다가 감독이 되었다. 영화를 배운 적이 없기에, 그의 작품은 오히려 독창적이다. 그는 영화를 통해 이 사회 속에서 감춰지고 멸시받는 부분을 꺼내어 대중들 앞에 낱낱이 드러내 보인다. 이 때문에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거부감이 느껴진다. 때로는 불쾌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 그의 영화를 바라볼 때, 우리는 그 속에서 인간의 본성 중 빼놓을 수 없는 무언가를 찾게 될 것이다.

  

참고자료

윤은정,「김기덕 감독의 작가성 연구:<파란대문>의 미장센을 중심으로」 경희대학교, 1999

이명애,「김기덕 감독 영화의 옹호와 비판에 관한 변증법적 고찰」, 서강대학교, 2002

황영미,「특집논문 : 김기덕 영화의 독창성과 해외 경쟁력 연구」, 비교한국학,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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