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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과 서: 서로 다른 생각의 기원

테이블과 마루

 

얼마 전에 친구와 냉면집에 갔다. 그 식당에는 초입에 테이블로 된 좌석이 있고 옆방에는 앉아서 먹는 자리가 있었다. 어느 쪽 자리에 앉겠냐는 종업원의 질문에 우리는 방으로 향했다. 아마도 처음 만나는 어색한 사람과 식사를 했다면 테이블에 앉아서 먹고 갔을 것이다. 하지만 친한 사이에서는 신을 벗고 올라가는 방으로 가게 된다. 신을 벗고 올라가는 방에서의 인간관계와 신을 신고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 자리에서의 인간관계는 사뭇 다르다. 보통 동아시아의 사람들은 신을 벗고 가는 좌식생활을 주로 한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신을 벗는 문화가 보편적이지는 않다. 침대에 가서야 겨우 신을 벗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강수량의 차이일 듯하다. 동아시아 사람들은 쌀을 주식으로 한다. 상대적으로 밀보다 더 많은 강수량이 필요한 작물이다. 따라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아시아는 주로 집중호우가 내리는 지역이다. 우기에는 신발에 진흙이 많이 묻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방안으로 진흙이 묻는 신을 신고 올라가지는 않았을 것이고, 신을 벗고 생활하는 건축공간이 발전했을 것이라고 상상된다. 

우리는 신을 벗었을 때 심리적으로 더 가까워진다. 혹은 심리적으로 가까울 때 신을 벗는다. 왜 그럴까? 신을 벗는 공간은 신발이라는 내 몸을 싸고 있는 하나의 방어를 내려놓은 공간이다. 어떤 분은 일단 신을 벗으면 도망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같은 편이라는 생각을 심어준다고 한다. 또 다른 이유는 냄새일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질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는 가족뿐일 것이다. 키스를 하는 연인도 그 정도까지의 관계로 발전은 어렵기 마련이다. 냄새를 얼마만큼 허락하느냐는 그 사람과의 친밀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신을 벗고 올라간다는 것은 발에서 나는 냄새까지 허락하는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원리에서 신을 벗은 방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라는 생각을 더 가지게 한다. 그래서 접대를 할 때에 테이블 위의 스테이크 보다는 좌식 일식집을 선호하는 것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회식도 좌식에서 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장마와 건축

작년에는 여름 내내 우기처럼 비가 오더니 올해는 반대로 가뭄에 가까운 마른 장마였다. 한 나라의 기후, 특히 강수량은 건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장마가 있는 우리나라의 날씨는 우리의 건축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유럽여행을 가면 많은 건축물들이 돌로 지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에서는 나무로 건축을 한다. 그래서 2천 년 전 로마의 건축물은 지금도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목조건축은 전쟁 중 소실되어 남아난 것이 별로 없다. 경주에 가도 석굴암, 첨성대, 탑 같은 돌로 만들어진 것만 진품으로 남아있다. 이렇듯 두 개의 문화가 다른 건축양식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는 강수량의 차이이다. 밥상을 살펴보면 동아시아는 벼를, 유럽은 밀을 주요 식량으로 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강수량에 근거한다. 벼는 강수량 1000미리에서 밀은 강수량 800미리에서 재배된다. 벼는 비가 많이 오는 몬순기후에서 재배되며, 전 세계 벼 재배면적의 90%가 아시아 대륙에 있다. 이는 높은 기온과 많은 강수량을 가지는 동아시아의 기후를 반영한다. 반면에 밀은 상대적으로 강수량이 적고 서늘한 기후에서 주로 재배가 된다. 동아시아는 몬순기후로서 집중호우가 있는 곳이다. 비가 적게 내리는 유럽은 벽 중심의 건축을 하기에 적당한 딱딱한 땅을 가진다. 반면 집중호우가 있는 동아시아는 땅이 무르기 때문에 벽 전체를 기초로 하기 힘들다. 따라서 주춧돌을 놓는 스폿 기초를 사용해서 가벼운 나무기둥을 써야했다. 나무기둥은 주춧돌 위에 올려 기둥뿌리가 빗물에 젖어 썩는 것을 방지하였다. 또한 동아시아에서는 집중호우 때 빗물 배수를 위해 급한 경사지붕을 쓴다. 흙으로 만든 벽이 비에 씻겨 내려가지 못하게 처마를 길게 뽑은 것도 큰 특징이다. 이 처마 공간에 툇마루를 놓으면서 우리의 건축은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공간적 특징을 가진다. 반면 벽 중심의 유럽건축은 공간이 벽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그래서 유럽건축은 벽, 동양건축은 지붕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건축 양식의 절반은 자연환경과 기술력, 건축재료 등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고유의 문화적 가치관이 합쳐지면서 독특한 건축을 형성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전 세계인이 국적에 상관없이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각종 게임을 한다. 그리고 무역의 발달로 손쉽게 먼 곳에서 생산되는 건축자재를 사용할 수가 있게 되었다. 고층건물의 경우에는 전 세계적으로 철골 아니면 콘크리트로 건물을 짓는다. 결국에는 기후 외에는 모든 것이 비슷한 상황이 되어가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생물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은 궁극적으로 건강한 생태계의 붕괴를 초래하게 된다. 그 이유는 생태계가 변화할 때 한가지로 통일된 체제는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전 세계가 유니버설하게 통일이 되어간다면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인류가 한번에 “훅”갈수도 있는 것이다. 똑같은 이유로 건축 역시 지역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호를 끝으로 [현대 건축의 이해]를 마칩니다. 그동안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현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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