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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 하셨나요?인간의 변덕이 만들어낸 맛있는 역사
 
 
출처:픽사베이

  계란, 사과, 바나나, 두유. 종류도 형태도 각양각색인 음식들을 하나의 집합으로 묶을 수 있는 단어는 바로 ‘아침 식사’ 뿐일 것이다. 이 중에서 무엇을 골라 먹든 바쁜 현대인에게 아침식사는 든든한 에너지원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아침밥은 보약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침부터 삼겹살을 구워 먹었대도 이상하지 않은 요즘은 어쩌면 아침 식사의 범주를 가늠하는 것이 무의미할지도 모르겠다. 푸짐한 음식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최소한의 가벼운 음식으로 하루를 여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사람마다 아침 식사를 대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것이 비단 현대인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침 식사는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변덕에 맞춰 이리저리 그 모습을 달리해왔다. 딱딱한 빵 한 조각부터 요란한 코스요리를 지나 간편한 시리얼이 등장하기까지, 변덕쟁이 사람들의 아침 식탁을 들여다보자.

 

똑똑똑, 뱃속도 노크가 필요하다.

  인류가 아침마다 식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때는 언제일까. 놀랍게도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아침 식사(breakfast)’는 15세기에 이르러서야 등장한 말이다. 15세기 이전까지 인류에게 아침 식사를 칭하는 용어는 없었다. 아침 식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아침 식사보다 점심과 저녁 두 끼의 식사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곡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던 선사시대부터 아침 시간대에 먹었던 음식들은 점심을 위한 애피타이저에 그치는 꼴이었다. 아침에 먹는 음식을 식사라고 명명하기 전까지 하루의 첫 끼니는 점심이었기 때문이다. 즉, 아침 식사(breakfast)는 밤새 지속되었던 단식(fast)을 깬다(break)는 의미인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평민들의 아침 메뉴라고 하면 전날 먹다 남은 음식들, 곡물 빵 그리고 죽이 대부분이었다. 너무 과하거나 배부르지 않도록 아침 식사를 위해 새로 음식을 만들거나 한 상 가득 차리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었을뿐더러 이를 꺼리는 것이 그 당시 사회의 분위기였다.

출처:픽사베이

찬밥 더운밥, 시대에 따라 다른 대접을 받았던 아침밥

  사실 13세기 노동자들의 아침이었던 빵이나 21세기 우리들의 아침대용 빵이나 아침식사 메뉴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아침 식사 메뉴가 아니라 아침 식사에 대한 인류의 태도였다. 고대 로마, 헬레니즘 시대 이후의 문헌을 살펴보면 아침 식사가 하루의 일과로 자리하고 있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의 중세, 근대 초기에 접어들면서 아침 식사에 대한 인류의 태도는 급격히 반전되는데, 이 당시 아침 식사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는 바로 종교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중세 시대는 과식, 과음을 비롯하여 육체와 관련된 모든 쾌락이 억압되었던 시기였다. 때문에 당시의 도덕론자들은 하루에 점심과 저녁 두 끼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권했다. 유럽에서는 모든 식사 때 와인, 즉 술을 함께 했기 때문에 아침부터 술을 마신다는 것 역시 교회에서는 탐탁지 않은 일이었다. 극단적인 도덕론자들은 아침 식사를 죄악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두 끼에 해당되지 않는 아침 식사는 폭식의 상징이자, 천박하고도 상스러운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중세 초기까지의 기록에서 아침 식사에 대한 언급은 부정적인 내용이 아니고서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식사를 허용했던 소수 계층이 있었는데, 바로 빈민층, 노인, 어린이 그리고 병자였다. 즉, 아침 식사는 고된 노동을 해야 하거나 몸이 허약한 사람들이나 먹는 부끄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15세기에 접어들어 귀족들의 기상 시간이 앞당겨지면서 아침 식사가 점차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15세기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Francis I, 1494-1547)는 ‘5시 기상, 9시 아침 식사, 5시 저녁 식사, 9시 취침’이라는 규칙을 세울 정도로 아침 식사를 옹호했다. 이처럼 아침 식사를 옹호하는 분위기는 16세기 엘리자베스 여왕(Elizabeth I, 1533-1603)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부지런한 것’이라는 긍정적인 인식과 함께 대중들에게 널리 퍼져나갔다.

출처:픽사베이

열 번의 저녁식사 부럽지 않은 한 번의 아침 식사

  18세기에 들어서자 아침 식사는 황금기를 맞는다. 이 당시 사람들의 인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사회 환경의 변화였다. 신대륙인 아메리카에 이주한 사람들은 더 이상 과거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아침 식사를 적극적으로 실천했다. 18세기 중반에 이르면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역시 아침 식사의 전성기를 맞이하는데, 당시 아침 식사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냐 하면 새로 짓는 집에는 아침 식사만을 위한 전용 공간을 마련할 정도였다. 사람들은 침대에서 가벼운 아침을 해결하고, 아침 식사 전용 공간에서 또 한 번의 아침 식사를 즐겼다. 식탁에는 양고기, 베이컨, 달걀, 옥수수빵, 머핀, 파이 등 이른 아침 시간인 것이 무색할 만큼의 푸짐한 음식들이 올랐다. 이때 새로 등장한 것이 바로 ‘조찬 모임’인데, 이른바 아침 식사 파티이다. 무슨 파티를 아침에 할 수 있는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면 오늘날 브런치 카페에서 커피와 롤케이크를 곁들이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여기서 잠시 모닝커피의 비화를 더하자면, 15세기 말부터 검은 원두로 내려진 이 커피는 17세기 중반부터 아침 식사에 곁들여지던 술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커피는 몸속의 독소를 제거해주는 기특한 음료로 불리며 의사들의 처방에도 사용되었다. 때문에 교회에서도 더는 아침 식사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여지가 없었고, 덕분에 오늘날까지 모닝커피가 이어져 내려올 수 있었다.

출처:픽사베이

역사 속의 역사, 아침 식사의 대명사 시리얼

  ‘시리얼’하면 ‘좋은 아침’이 생각날 만큼 시리얼은 어느덧 간편한 아침 식사의 대명사로 자리하고 있다. 시리얼 역시 아침 식사(breakfast)라는 단어만큼이나 오래되진 않았지만, 나름의 굵직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시리얼은 베이컨과 같은 육류 중심의 부담스러운 아침 식사에 반하여 건강하고 가벼운 식생활을 만들자는 취지와 함께 미국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그래서 초기 시리얼이 오늘날 마트에 파는 시리얼처럼 달짝지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당시의 시리얼은 통밀을 비롯한 다양한 곡물, 옥수수 반죽을 얇은 조각으로 말린 것이기 때문이다. 시리얼에 설탕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훗날 베이비붐 세대의 아이들을 위해 고안된 아이디어였다. 이러한 시리얼은 20세기 중후반 사회 전반적으로 부상했던 페미니즘을 뒷받침해주는 도구이기도 하였다. 직장에 나가야 하는 주부를 부엌에서 해방시켜줌으로써 그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것이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1961)출처-네이버 영화

액자 속으로 들어간 아침 식사

  아침 식사는 하루의 시작인 만큼 일상에서는 꽤나 중요한 존재이다. 그래서인지 인간의 삶을 녹여내는 예술에서도 아침 식사는 빠질 수 없는 소재였다. 17세기 정물화가 성행하던 네덜란드에서는 당시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조찬화’가 등장하였다. 17세기 이전까지 심오한 정신세계를 묘사해야 했던 종교화에서 벗어난 직후 등장한 조찬화는 그저 기분 좋은 아침 식사를 묘사할 뿐, 더 이상의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 이후 아침 식사 음식에만 한정돼있던 그림의 구도는 점차 아침을 먹고 있는 사람까지 담아내면서 그 프레임이 커져 초상화로 분류되었다. 이후 아침 식사라는 소재는 20세기 초상화가 노먼 록웰(Norman Rockwell, 1894-1978)을 비롯하여 화가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액자 속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아침 식사는 영화감독에게도 자주 선택되는 단골 소재였는데, 아침 식사를 배경으로 한 장면이 영화의 주요 장면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았다.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1961)이라는 영화를 언급하면 지방시 드레스를 입은 오드리 헵번이 티파니 보석 가게의 쇼윈도를 바라보며 커피와 페이스트리로 아침을 먹는 명장면이 단박에 떠오를 것이다.

당신의 아침 식사는 당신에게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가. 오늘 아침, 당신이 무심코 베어 문 아침 메뉴가 수백 년이 지난 어느 날, 또 다른 맛있는 역사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아침 식탁의 정치논쟁(breakfast table political argument)>출처-핀터레스트

참고자료

네이버 지식백과 '아침 식사'

『아침식사의 문화사(Breakfast)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먹었을까?』,헤더 안트 앤더슨, 니케북스, 2016, 496p

 

 

윤예본 기자  yoon99@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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