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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324… 선거법 개정 둘러싼 정당 간 갈등

여의도에 등장한 뜨거운 감자, ‘연동형 비례대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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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1년 앞둔 국회는 선거법 개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어떤 정당이 의석을 얼마나 차지하게 될지는 그들에게 가장 민감한 문제다. 이는 결코 정당간의 자리싸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국민의 의견을 대표하는 사람이 의석에 앉을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다. 즉, 우리 다수의 국민들이 지지하는 법이 실제로 만들어지는 것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현재 선거법 개정안은 일명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랐지만, 각 정당들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진전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날선 갈등의 중심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있다. 그렇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무엇이고, 정당들이 이렇게 날선 대립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우리나라는 ‘소선거구제’를 통해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있다. 유권자는 선거를 할 때, 자신의 지역구에 해당하는 의원을 뽑는 투표용지와 선호하는 정당을 투표하는 용지를 받게 된다. 투표를 통해 각 지역구마다 가장 많은 득표수를 받은 후보가 지역구 의원이 돼 먼저 의석을 차지하고, 남은 자리를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이 차지하는 제도다. 현재 제20대 국회의원 총 의석수인 300석에서 지역구로 선출되는 의석은 253석, 비례대표로 선출되는 것은 47석이다. 즉 대부분의 의원들이 지역구를 대표해 선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현재의 선거법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점은 ‘사표(死票)’가 많다는 것이다. 당선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에 던져진 표는 이른바 ‘죽은 표’가 되어 유권자들의 대표성에 한계로 작용한다. 또한 정당별 지지율과 실제로 차지한 정당별 의석수 간에 차이가 생긴다는 문제가 있다. 거대정당은 정당 지지율보다 더 많은 의석수를, 소수정당은 정당 지지율보다 더 적은 의석수를 갖게 된다. 실제로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거대정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33.5%와 25.54%라는 정당 지지율을 얻었지만, 실제 차지한 의석 비율은 40.7%와 41%로 정당 지지율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동시에 소수정당은 본래 정당 지지율보다 더 적은 의석을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소수정당 후보가 당선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사표 방지를 위해 거대정당 후보를 뽑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국민들이 뽑은 의원이 모두가 동의하는 대표성을 갖기 어려워지며 민심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정치학자인 아렌트 레이파르트(Arend Lijphart)의 「1981~2010년 36개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결과 불비례성 조사」(2012) 결과, 우리나라는 36개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가장 민심이 반영되지 않는 국가로 선정됐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유권자는 소선거구제와 같은 방식으로 투표를 하지만, 의석수를 배분하는 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 이는 정당별 지지율을 먼저 적용해 전체 의석수를 나눈 후 지역구 의석으로 채우고 남은 의석수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정당이 20%(60석)의 정당 지지율을 얻어 지역구 의석을 25석을 차지했다면, 25석을 지역구 의원으로, 35석은 비례대표 의원으로 채우게 된다. 이 경우 지역별 의원이 한 명도 당선되지 못한 정당도 정당투표를 통해 확보한 의석으로 국회에 설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정당 지지율보다 더 많은 지역구 의석을 차지할 경우는 어떻게 될까? 만약 B정당의 정당 득표율이 33%(100석)고 지역구에서 110석을 당선시켰다면, B정당이 가져가야 할 의석수보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의석이 10석 초과하게 된다. 이 경우 B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수 없이 지역구 의석수만큼의 110석을 가져가게 되고, 결과적으로 국회 의석수 또한 B정당이 초과한 만큼 늘어난 총 310석이 된다.

 

왜 그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주목할까?

이렇듯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기존의 선거와는 확연하게 다른 방식임을 알 수 있다. 기존의 방식과 그 결과에 큰 차이가 있는 만큼 본래 많은 의석수를 확보하던 거대정당과 적은 의석수를 가진 소수정당의 대립은 매우 첨예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가장 큰 목소리로 주장한 정당은 역시 야 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다. 이들은 손을 잡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뜻을 모아 지난해 11월 무기한 농성을 벌였으며, 몇몇 의원들은 단식 투쟁도 불사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 비례대표 선출을 통한 정당 의석수 확보가 있다. 작년 총선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한다면, 정당 득표율을 7% 기록한 정의당의 경우 지역구 의원을 2명 당선시킨 것과 비교하면 19석을 더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지역구에서 부진한 성적을 기록할 수밖에 없는 소수정당에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양당 사이에서 부족한 의석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다.

그렇다면 거대양당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이들은 자신들의 의석수를 낮추는 이 제도에 다소 부정적이다. 사실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현재 지지율로 볼 때 민주당이 지역구 의석을 확보해 비례대표 의석을 많이 얻기 어렵다”라며 “직능성과 전문성을 가진 비례대표 영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제1당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그만큼 거대정당으로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시 의석수를 포기해야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더욱 강력히 보인다. 뿐만 아니라 바른미래당 내 일부 의원들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하며 한 정당 내에서도 다른 입장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입장 차이 속 지난해 12월 15일(토), 여야 5당은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이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합의안은 수포로 돌아갔다.

 

‘패스트트랙’, 그리고 열리지 않는 국회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 제출 기한인 지난 3월 10일(일) 오히려 비례대표 의원 수를 없애고 의석수를 270석으로 줄이는 안건을 가져왔다. 이에 여야 4당은 자유한국당이 제시한 개정안을 비판하며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전했다. 이때부터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기 위한 ‘육탄전’을 벌였고, 각종 언론은 이를 ‘동물국회’라 부르며 비판했다. 하지만 결국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지난 4월 22일(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이에 각 당은 23일(화) 합의안에 추인(追認)* 절차를 진행해 모두 끝마쳤다.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안건은 180일 안에 상임위원회 논의를 하고 기간을 넘기면 자동으로 법제사법위원회로 올라가게 된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90일 내에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본회의에 올라 60일 안에 찬반 표결을 진행해 총 최장 330일 내에 처리하도록 한다.

선거법 개혁과 관련해 이들이 합의한 모델은 바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연동률이 100%라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50%의 연동률을 갖는다. 예를 들어 C정당의 득표율이 20%고 지역구 당선자가 10명이라고 한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의 경우 60석을 얻게 돼 지역구 외 50명의 비례대표 의원을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정당득표율을 전체 의석수에 반영한 수에서 지역구 당선 의석을 뺀 수의 50%를 비례대표 의원석으로 채울 수 있다. C정당의 경우 차이가 나는 만큼의 반인 25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해 해당 정당은 총 35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여야 4당은 현행 국회의원 정원을 유지하면서 지역구 의석을 253석에서 225석으로 축소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각 정당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며 이후 패스트트랙 진행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가장 먼저 불만을 제기한 것은 패스트트랙에 참여하지 못한 자유한국당이었다.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을 진행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하며 패스트트랙 철회를 국회정상화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조건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합의에 참여한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은 현재 합의안과는 다른 의견을 제안한 상황이다. 민주평화당에 유성엽 원내대표가 취임하면서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하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이에 동조했다. 또한 이들은 현재의 합의가 ‘반쪽자리’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며 100%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현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여 향후 논의의 향방을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각 당들의 행보는 단지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지 싸우는 권력 다툼으로만 보일 수 있다. 실제로 그들의 모습에서는 그러한 권력욕이 비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유권자인 국민들은 이들의 갈등을 ‘그들만의 리그’라고 쉽게 치부하며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슬프게도 권력 싸움에서 승자가 되어 국회에 앉은 정치인들이 바로 우리 사회의 제도를 만들어갈 대변인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유권자로서 이들의 행보를 견제해야 할 시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국회 논의를 면밀하게 지켜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추인: 일단 행해진 불완전한 법률 행위를 뒤에 보충해 완전하게 하는 일방적 의사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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