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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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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미생>에서 고졸, 그것도 검정고시 출신의 주인공 ‘장그래’는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노력의 질과 양이 다르다’며 자신을 어필했다. 이 드라마의 명대사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노력의 질과 양이 다르다’는 말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노력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쓴다.”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집중력을 발휘해서 열심히 몰두하는 것이 전제가 된다. 노력의 양은 시간과 비례한다. 장그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길게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노력의 질’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할 때 ‘노력’ 즉 ‘열심히 일하기’는 측정해야 할 능력의 속성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본자세 정도로 여겨왔다. 사회에서 인재를 선발하는 기준은 대부분 인지능력(cognitive skill)이다. 인지능력은 지식을 획득하고 사용하는 방식에 관한 능력이다. 인지능력에는 지식, 이해력, 사고력, 문제해결력, 비판력 및 창의력과 같은 정신능력이 포함된다. 하지만 그 능력이 직무능력과 얼마나 연관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입사 초기 장그래는 별 볼일 없는 스펙 때문에 사내에서 무시당했다. 그는 변변히 구사할 수 있는 외국어 하나 없다. 영어는 입도 뻥끗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무역상사 직원에게 가장 중요한 재무제표를 분석할 줄도 모른다. 그런 그가 점차 그의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기초 인지능력이었다. 그의 작업기억(working memory)은 모든 무역용어를 줄줄 암기해 버렸다. 또한 집행능력(executive functions)은 타성에 젖어있지 않아 통찰력을 수반한 목표 지향적 기획력을 탄탄하게 발휘할 수 있었다. 인지능력이 전반적으로 우수하다기 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강직함이 돋보였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장그래의 장점은 역시 버티는 능력이었다. 그의 온갖 무능함과 실수는 다른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버텼다. 장그래에 대한 신뢰는 이 버팀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노력에서 만들어졌다. 

최근 교육심리학에서는 버티면서 노력하는 개인성향이 인지적인 재능보다 더 성공의 열쇠가 된다는 그릿(GRIT)연구가 화두가 되고 있다. 그릿은 미국의 심리학자인 앤젤라 더크워스(Angela L. Duckworth)가 개념화한 용어로 성공과 성취를 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투지 또는 용기를 의미하며, 단순히 열정과 근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담대함과 낙담하지 않고 매달리는 끈기 등을 포함한다. 앤젤라는 성공을 예측하는 재능에 대한 연구에서 비인지적 속성인 그릿을 테스트했다. 그녀의 문제제기는 왜 성공에 대한 요인연구가 지적인 재능만을 대상으로 했냐는 것이다. 하우(Howe, M. J. A.)는 이러한 논쟁에 불을 붙였고 인내심(perseverance)이 지적 재능만큼이나 높은 성취도에 기여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특히 개개인의 성격을 설명하는 5개의 성격 속성(big five; 신경성, 외향성, 친화성, 성실성, 경험에 대한 개방성) 중에서 성실성(conscientiousness)이 IQ와 같은 인지적 능력보다 더욱 성공, 목표 지향적 성취를 예측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과제 및 목적 지향성을 촉진하는 속성과 관련된 것으로, 심사숙고, 규준이나 규칙의 준수, 계획 세우기, 조직화, 과제의 준비 등과 같은 특질을 포함 한다. 장그래는 프로 바둑 세계에 입문하기 위하여 이 성실성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 수행을 경험하였기 때문에 ‘노력의 질’이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 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문가 수행 연구에서 1만 시간 법칙(the 10,000 hours rule)으로 잘 알려진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K. Anders Ericsson) 또한 그의 연구에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최고의 전문가들은 최소 1만 시간 이상의 ‘심사숙고한 연습과정(deliberate practice)’에 의해 그 능력이 완성되었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요인은 IQ가 아닌 성실성이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성실성은 앤젤라 더크워스에 의하면 그릿, GRIT 즉 “나는 잘하게 될 거야”(성장신념; Growth Mindset), “아무리 쓰러져도 나는 안 울어”(회복탄력성; Resilience), “꼭 이루고 말거야”(내재적 동기; Instrinsic Motivation), “절대 포기하지 않아”(끈기; Tenacity)라는 ‘내면의 힘’을 강하게 포함한다. 이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그 성공은 거장(巨匠)의 반열까지 기대할 수 있다. 과외도 전혀 받지 않았는데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것은 부모의 거짓 자랑이 아니라 그릿이 높기 때문이다. 

대학생은 전문가가 되는 길에 들어선 사람을 의미한다. 대학생은 단거리 경주를 위해 서있지 않으며 인생 마라톤이라는 대장정의 출발점에 서있다. 어떤 사람들은 전문가가 미처 되지 못하고 포기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믿기 어려울 만큼 평생 그 직종에서 전문가로 일하는 모습을 본다. 학생들은 여름방학을 맞아 각자 알찬 방학을 보내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이번 방학에는 인지적 능력을 키우는 계획만큼이나 마인드를 리셋 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이렇게 말이다. “나는 나 자신을 믿는다!” “나는 어떤 어려움이 와도 이겨낼 강인함(GRIT)이 있다.” “나는 끝까지 간다.” “난 최고의 전문가가 될 때 까지 더 그릿한(grittier)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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