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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정을 위한 ‘이인일각’을 위하여

한 지붕 두 가족, 멀티캠퍼스를 돌아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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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이 각자의 한쪽 다리를 상대 다리에 묶은 뒤, 마음을 맞춰 걸어가야 하는 ‘이인일각’ 경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운동회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이 게임이 대학가에서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시내 대학가(街) 주변의 지대(地代)가 무한히 올라가자 대학에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문제가 생겼다. 이에 대학들이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으니, 바로 새로운 지역에 새로운 캠퍼스를 만들어 학교를 확장하는 ‘멀티캠퍼스’ 제도였다. 대학을 통해 지역 경제도 활성화시키고 대학 내 공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너도 나도 멀티캠퍼스를 만들기 시작하였지만, 대학마다, 지역마다 잡음이 들리고 있다. 설립 이후 자꾸만 넘어지는 이인일각을 하고 있는 멀티캠퍼스는 과연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건지 확인해보고자 한다.

한 지붕 아래 여러 가족을 소개합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멀티캠퍼스의 변천사

  한 개 이상의’, ‘복수의’를 의미하는 영어, ‘멀티(Multi)’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여러 개가 한 곳에 공존하는 물건이나 상황 등에 쓰이고 있다. 하나의 수식어로 자리 잡은 ‘멀티’를 대학 교정을 의미하는 ‘캠퍼스(campus)’ 앞에 붙여보자. ‘멀티캠퍼스’란 하나의 대학이 한 개의 캠퍼스가 아닌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캠퍼스를 두어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가까이서 사례를 찾자면 서울캠퍼스와 세종캠퍼스가 있는 본교 역시 멀티캠퍼스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여러 개의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해서 모두 같은 멀티캠퍼스인 것은 아니다. 멀티캠퍼스는 운영방법의 차이와 교육부 및 대학 본부의 판단에 따라 멀티캠퍼스는 이원화 캠퍼스와 분교로 나뉘게 된다. 이원화 캠퍼스는 각각의 캠퍼스에 다른 단과대학이 분산되어 설치된 것을 말한다. 이원화 캠퍼스를 운영 중인 대학은 대부분 계열별로 학제(學制)를 구분하거나, 캠퍼스 별로 특성화된 특징을 내세우고 있다. 즉, 이원화 캠퍼스는 동일한 학교로 취급 운영되며 대표적으로 성균관대학교, 중앙대학교, 경희대학교, 명지대학교가 있다. 본교 역시 이원화 캠퍼스를 시행 중인 대학에 속한다. 이원화 캠퍼스와 달리 분교는 각 캠퍼스들이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행정에서도 본교와 분리되어 운영되며 대학 입학을 담당하는 입학처 또한 구분되어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한양대학교 등 총 6개의 대학이 분교를 운영 중이다.

  멀티캠퍼스의 역사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6.25 전쟁이 발발하였던 1950년대부터 시작되었고, 지금에 이르기 까지 여러 대학이 캠퍼스를 설치, 병합, 폐교, 분리하였다. 1998년 이전까지 대학은 “대학은 문교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분교를 설치할 수 있다”는 「교육법 시행령, 제 14조의 2항」에 근거해 지방분교를 설치할 수 있었다. 현재에는 「고등교육법」및「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라 분교 설치가 허용되고 있다. 현재 멀티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은 대부분 서울권 대학들이다. 1978년 단국대학교가 천안캠퍼스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의 많은 주요대학들이 지방에 분교를 설치하기 시작하였다. 정부는 수도권 인구 집중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인구 분산 정책을 실시하였고, 이에 따라 본교를 포함한 서울 소재 대학들이 지방캠퍼스를 신설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이 지방캠퍼스들은 대학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대학 수가 급증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서울 지역 대학을 선호하는 반면, 지방 대학은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3개 이상의 국립대학을 하나의 대학으로 통폐합하는 ‘국립대 구조개혁 추진 방안’이 지방 국립대학에 대부분 적용되는 등 지방에 위치한 대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이에 분교를 운영하던 몇몇 대학들은 분교를 본교와 통합된 이원화 캠퍼스로 전환하였다. 또한, 지방에 위치한 대학들이 수도권에 캠퍼스를 새로 설치하며 새로운 형식의 멀티캠퍼스를 운영하는 대학도 등장하고 있다.

점점 몸집을 키워가는 멀티캠퍼스

멀티캠퍼스 활용의 현황과 목적

  근 대학가에서는 캠퍼스 간 수직적 지위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분교 체제를 탈피하여 보다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분교를 운영하던 중앙대학교를 비롯한 경희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단국대학교는 본·분교를 통합하여 단일 대학 체제를 갖추기도 하였다. 지난 2011년 6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설립·운영규정」 일부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법적으로 분리 운영되던 제2캠퍼스가 본교와의 통합으로 법적 지위 향상의 길이 열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인하대학교의 송도캠퍼스, 부경대학교의 대연캠퍼스 등 이원화캠퍼스로 멀티캠퍼스 체제를 도입하려는 대학이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학이 멀티캠퍼스 제도를 실시하는 이유는 대외적으로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대내적으로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대학설립·운영규정」에서는 대학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교육요건으로 강의실, 행정실, 도서관 등 학습 공간과 관련된 교지 확보율과 교사(校舍) 확보율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충분한 교육 시설과 교지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학생 정원을 늘리지 못하거나 전공을 개설하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더불어 학생 충원율과 취업률 중심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구조조정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대학들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 진 것에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대부분의 대학은 장기적인 발전계획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채 설립되었다. 수도권의 높은 대지 구입비로 인해 교지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하였던 여러 대학들은 다른 지역에 캠퍼스를 별도로 설치하는 대안을 택하였다. 이에 따라 서강대학교는 남양주캠퍼스를, 중앙대학교는 하남캠퍼스에 일부 전공을 이전하여 이원화캠퍼스 추진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지방소재대학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 2006년 9월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 지역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됨에 따라 미군 유휴 부지에 대학의 이전이 허용됐다. 이에 지방 소재의 대학교들은 수도권 지역에 캠퍼스를 신설해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학생 충원 문제 등의 해결을 도모하였다. 일례로 대경대학교, 청운대학교, 중부대학교 등은 수도권으로 대학을 이전하여 학교 규모를 성장시켰다. 계명대학교는 현풍캠퍼스에 태양광·전기·무인자동차 등을 테스트할 수 있는 주행성능시험장을 비롯한 연구동을 신설하여 산학협력을 통해 학교의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시도하였다. 비록 얻고자하는 바는 각각 다르지만 멀티캠퍼스 제도를 활용하는 사례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상처 입은 멀티캠퍼스

멀티캠퍼스의 이면을 들여다보다

  앞서 살펴봤듯이, 현재 많은 대학에서 멀티캠퍼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멀티캠퍼스 제도가 가진 문제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교육의 장을 넓힌다는 본래의 목적대로 실현되고 있지 않고 있다. 또한 일부 대학은 캠퍼스 간 특성화된 교육을 추구하기 위해 캠퍼스를 설립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대학 정원을 늘리는 수단으로서 멀티캠퍼스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멀티캠퍼스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수도권 외(外) 지역의 낙후와 대학 유치를 위한 지역 갈등

  지방과 수도권의 ‘균형발전’은 멀티캠퍼스 제도를 실시하는 이유 중 하나이지만, 그와 모순되게 멀티캠퍼스로 인해 지방 지역이 낙후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주한미군의 이전에 따라 수도권 지역 대학 신설이 가능하게 되자 오히려 지방소재 대학이 수도권으로 캠퍼스를 확장시키려 하고, 이에 따라 수도권에 위치한 캠퍼스로 학생들이 더욱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또한 이로 인해 기존 지방 대학 주변 상권 역시 붕괴되어 해당 지역의 경제에도 피해가 갈 수 있다. 실제로 세명대학교는 제천시의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학으로, 하남에 제2캠퍼스 설립을 계획하자 제천시와 시민들은 제천시민 추진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반대 운동을 벌였다. 중앙대학교 역시 제3캠퍼스 설립 계획을 발표하자, 중앙대 제2캠퍼스가 위치한 안성시는 제3캠퍼스로 인해 제2캠퍼스가 사라지고,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예상해 캠퍼스 추가 조성 계획에 거세게 반발하기도 하였다.

▲지방캠퍼스에 대한 빈약한 지원

  멀티캠퍼스의 지향점 중 하나인 ‘지역 사회의 균형있는 발전’과는 달리, 지방캠퍼스에 대한 불균형한 지원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는 2015년부터 교육부에서 실시한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와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이에 반해 각 대학의 분교인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와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는 하위 평가 등급인 D+등급을 받아 두 대학 간에 큰 간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평가 지표로는 교육여건, 교육과정, 학생지원, 교육성과 등이 있었기 때문에, D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을 통해 본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교에 학교의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D등급을 받은 대학은 신규 사업 제한, 학자금 최소 대출 대학 지정, 국가장학금Ⅱ유형 미지급, 정원 10% 감축 권고 등의 불이익이 적용되어 학생들까지 피해를 보기도 하였다. 더불어 더 많은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분교를 본교로의 소속변경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취급하며 홍보하는 대학도 존재해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학우들 간의 갈등

  대부분의 학생은 서울 및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교를 선호하고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서울 소재 대학의 입학성적이 지방캠퍼스에 비해 높다.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캠퍼스 간에 성적과 관련된 비하 발언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1월, 본교 서울캠퍼스와 세종캠퍼스 간의 전과 제도가 시행됨을 공지하였을 때 많은 논란이 일었다. 논란의 중심에는 입학 성적의 차이가 있었으며 이는 상대캠퍼스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이어졌다. 본교를 포함하여 멀티캠퍼스 체제를 운영하는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의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조려대(조치원캠퍼스와 고려대학교를 합친 단어)’ ‘원세대(원주캠퍼스와 연세대학교를 합친 단어)’와 같은 단어로 상대캠퍼스를 낮잡아 불러 갈등이 생기기도 하였다. 이러한 대학 내부 학생들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캠퍼스 간의 교류가 단절되기도 하며 서로를 다른 학교로 인식해 내부적인 결속력이 저하되기도 하였다.

▲캠퍼스 간 연동 부족으로 인한 본래의 취지 퇴색

  일부 대학에서는 캠퍼스 간의 복수전공 또는 수강신청이 불가능하거나 조건을 어렵게 만들어 캠퍼스 간 학사교류에 제약을 두고 있다. 일례로 중부대학교는 고양캠퍼스 신설 후 신입생만이 고양캠퍼스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하여 학생들의 큰 반발을 샀다. 또한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캠퍼스 통합 후 복수전공 등이 자유로워졌지만 캠퍼스간 거리가 멀어 이동이 쉽지 않았고, 그에 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학생들이 불편함을 겪었다.

참고자료

김수일, 「서울지역소재 대학교의 지방대학 캠퍼스 현황과 전망」, 연세대학교 대학원, 1988.

박항섭, 「서울소재 도심형 캠퍼스 개발계획의 공간적 특성에 관한 연구」, 2012

박훈, 「국내 수도권 대학 캠퍼스 확장을 위한 전략연구 - 확장전략의 유형적 특징을 중심으로」, 2011

표시열, 「분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1」,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00

 

조은빈 기자 eunbin7072@mail.hongik.ac.kr

조성호 기자 leopard310@mail.hongik.ac.kr

권미양 기자 aldid5@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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