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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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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학 중 한산했던 캠퍼스가 봄의 시작을 외치는 듯 활기를 띤다. 캠퍼스 안은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형형색색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평소처럼 정문을 지나, 방울방울 떠오르는 추억을 담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지나오면 저 멀리 S동 건물이 보인다. S동 211호.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한때는 죽을 만큼 싫었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기자실에 홀로 앉아 기사를 쓰고 있으니 조용히 공허하다. 어느덧 기자는 이 S동 211호에서 길다면 길고, 어찌 보면 짧았던 1년을 마무리하고 새내기와 선배라는 책임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시간이란 참 역설적이다. 하나의 추억마다 천천히 되돌아보면 굉장히 긴 시간이지만 조용한 카페에 앉아 지난 1년을 생각하면 그 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비록 기사라는 이유로 펜을 잡지만, 추억이란 이름으로밖에 기억 될 수 없는 작년을 되돌아보면서 기자가 사랑했던 신문사 생활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수습 기자 포스터를 마주했을 때의 두근거림, 처음 면접을 볼 때의 패기, 첫 기사에 새겨진 ‘조재형 기자’를 보았을 때의 벅참 등 기자에게 있어 신문사의 기억은 시간이 갈수록 흐려지지만, 결코 지워지지 않는 각인처럼 새겨져 있다. 그러나 요즘은 기자가 과연 정기자라는 이름의 책임감을 견뎌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돈다. 동계기초훈련을 마치고 성장해가는 동료 기자들 사이에서 아직도 어수룩한 실수를 연발하는 기자 본인의 모습을 보며 아직 멀었다는 느낌을 씻어낼 수 없다.


  “현장을 사랑하는 기자가 가장 좋은 기자다. 그런 의미에서 너는 좋은 기자다.” 언젠가 기자가 생각보다 힘든 신문사 생활에 힘들어하고 있을 때 한 선배 기자가 기자에게 해준 말이다. 어찌 보면 이 말 하나만 믿고 무모한 기자 생활을 계속했다. 끊임없이 현장을 찾아다니며 기자가 쓰고 싶은 기사를 위해 싸웠고, 기자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언젠가 ‘이건 기사로 못 내보내겠다.’라며 스스로 자신의 기사를 검열하는 모습을 알아차렸을 땐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기자’라는 껍데기를 쓰고 자신이 쓴 기사를 검열하는 모습을 보며 기자의 신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기자는 어찌 보면 현실에 타협해버린 비루한 인간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신의 한계점을 인식하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기자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작은 위안을 삼는다.


  그렇게 어느덧,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선배’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시간이 다가왔다. 지금까지의 미숙함이 수습 기자라는 이름 아래 용서될 수 있었다면, 이제는 후배를 이끌어야 하는 선배로서의 책임감을 가질 때이다. 한편으론 많이 두렵다. 1년간 우리를 이끌었던 선배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았던 기자로서는, 기자가 짊어져야 할 책임감의 깊이가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깊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제는 기자가 그 자리를, 그 책임감을 짊어질 때가 왔다. 다신 오지 않을 1년이다. 홍대신문사 수습 기자로서 너무 행복했고, 과분했던 사랑을 받았다. 부족한 기자를 사랑으로 이끌어 주었던 수많은 선배님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인간관계에 힘들어하며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하고 있는 한 기자에게, 당신은 충분히 멋진 사람이며, 누군가의 신뢰를 받는 존재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더불어 앞으로도 기자와 함께할 동기들에게 조금 쑥스럽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분명 앞으로도 힘든 나날들이 계속될 것이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래왔듯이 함께 발맞추어 나아가는 신문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냉철한 이성, 뜨거운 가슴으로 정론직필(正論直筆)의 소명을 다 하는 기자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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