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직장이란 전쟁처에서 직장인들의 지원군을 자처하다

「직장갑질119」 오진호 총괄 스태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이라는 새로운 사회로 나아간다. 이러한 직장에서는 자신의 생계와 관련됐다는 생각에 부당한 일을 당해도 이를 참고 넘기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상사의 폭언과 갑질, 부당한 징계와 차별, 임금 체납 등 많은 직장인들은 여러 악조건 속에서 전쟁과 같은 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러한 조건의 직장인들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이들은 직장 내에서 여러 고충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법적 근거와 제도를 통해 조언함으로써 든든한 방패가 돼주고 있다. 더 나은 직장 환경과 갑질 문화 개선을 위해서 사람들이 모인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오진호 총괄 스태프를 만나보자.

Q. 「직장갑질119」는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운영되는가?

A. 「직장갑질119」는 2017년 11월 1일에 출범한 민간 공익단체로, 직장인들이 겪는 갑질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상담과 조언을 하는 단체다. 150명 정도 되는 노동단체 활동가, 변호사, 노무사들이 자원 활동을 통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주로 익명으로 이루어진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이용한다. 제보자가 익명으로 채팅방에 들어와 본인들이 직장에서 겪은 억울한 일 또는 궁금한 것을 제보하면 상담을 해주는 방식이다. 상담 진행 중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경우나 사안이 심각한 경우에는 이메일로 상담을 이어서 진행하는데, 이메일 내용을 바탕으로 법률 담당 스태프들이 답변해주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Q. 활동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또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직장갑질119」에는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는 상근자가 3명밖에 없다. 150명의 스태프 대다수가 자원봉사 개념으로 각자 생업에 종사하는 도중 당번을 정해서 매일 활동을 해오고 있기에 주로 답변이 낮이 아닌 새벽에 이루어지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심각한 사안의 경우 언론을 통해 알리면 가해자 측이 민사 소송이나 언론 중재위 등의 행동을 취하겠다며 압박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스태프들이 직장 내 갑질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조금이라도 개선해야겠다는 사명 하에 헌신해주고 있어 단체와 활동이 유지될 수 있는 것 같다.

 

Q. 직장 내에서 겪을 수 있는 고충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상사의 불합리한 요구일 수도 있고, 부당한 징계를 받거나 임금에 관련된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직장갑질119」에는 이러한 고충들이 얼마나, 그리고 어떤 형태로 제보되나?

A.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이후를 기준으로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102건 정도의 고충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된 사례 중 10건 중 6건 정도인 58%가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제보였다. 괴롭힘 중에서는 모욕적인 말과 욕설 같은 상사의 폭언 사례가 많았다. 특히 생각나는 것 중 하나는 사장과의 통화 내용 녹음본을 메일로 보내준 사례다. 15분 넘는 녹음 파일을 들어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욕설로 가득했다. 퇴근 후 앞에 아이가 있음에도 전화로 이러한 폭언을 들은 것이다. 이처럼 직장 상사의 상시적이고 모욕적인 발언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제보가 특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

Q. ‘갑질 지수’와 ‘직장 갑질 감수성 지수’ 등 직장 내의 갑질을 통계화한 작업도 진행했다. 통계화 작업에 대한 소개와 이를 통해 나타나는 국내 직장 갑질의 심각성이 궁금하다.

A. ‘갑질 지수’는 직장에서 어떤 갑질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제보 사례를 토대로 68개 지표를 만든 다음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해서 만들었다. 지표는 모두 ‘임금을 상품권으로 받은 적이 있는가’처럼 근로기준법 위반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지수에서 평균 점수가 100점 만점 중 35점이 나왔는데, 이는 대한민국 직장 10개 중 7개는 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뜻이다. ‘직장 갑질 감수성 지수’는 직장 내에서의 불합리한 행동들에 대해서 얼마나 갑질이라고 느끼는지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일이 많고 바쁘면 수당 없이 야근할 수 있다’와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직장인이 그렇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이러한 설문을 만들어서 직장인들의 갑질 감수성을 조사한 결과 평균 점수로 D가 나왔다. 이는 심각한 수준으로 직장에서의 부당한 행위를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이러한 지수들은 우리 단체에 제보된 사례만으로 만들어졌다. 한국의 직장 내 괴롭힘은 회식 문화나 가부장적 문화, 군대 문화 등 한국적인 특수성 때문에 외국 지표나 사례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기에 독자적으로 정리하게 됐다.

 

Q. 지난 7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됐다. 이 법안이 시행된 이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관련 신고가 하루에만 16건에 달하는 등 반응이 뜨거운 한편 이번에도 별 효력이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오는데, 이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제일 중요한 것은 이 법안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 법은 국회의원 또는 정부 주도로 이루어진 여타 법안들과 달리 시민들의 노력으로 성사됐다. 갑질 제보자들의 용기와 평범한 직장인들의 목소리 덕분에 통과된 법안인 만큼 무용지물이 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또 법 시행 이후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상사의 불합리한 행동이 법 시행 이후 변하거나, 회사에서 괴롭힘과 관련된 사규·교육을 마련하는 등의 변화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괴롭힘 문화이기에 단번에 사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 법이 기존의 수직적인 직장 문화를 수평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작은 씨앗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이렇게 관련 법안이 만들어지고 「직장갑질119」와 정부를 비롯한 민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의 고충을 알리는 데에 망설이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A.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불이익에 대한 우려다. 고충을 신고했을 때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인 자신이 불이익을 받을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또 자신이 어떠한 문제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도 있다. 이 외에 고용노동부 등 정부에 대한 불신도 공존하고 있다. 이같은 요인들로 인해 우리 단체에는 하루 102건의 제보가 들어온 반면 고용노동부에는 하루 16건 정도의 신고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우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비롯한 보호 제도 홍보가 필요하다. 또 회사들이 법규에 따라 사칙을 바꾸고 있는지 정부 차원의 점검을 해야 한다. 신고자의 익명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정부 기관의 적극적인 행정 처리도 필요하다.

Q. 본교 학우들을 비롯한 대학생의 경우에는 정직원보다는 아르바이트나 인턴, 근로장학금 제도를 통해 근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대학생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나?

A. 인턴과 아르바이트도 법적 신분은 노동자기 때문에 정직원과 똑같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 이 둘의 경우 정직원보다 더 많은 괴롭힘에 노출된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괴롭힘이나 불이익을 당했다면 마찬가지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아르바이트나 인턴이라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다만 근로장학금 제도를 통한 근무의 경우 각각 사례에 따라 법적 판단 기준이 달라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 대학원의 조교 또한 근로자로 인정받는 판례와 그렇지 못한 판례가 공존하고, 판례 자체도 대학원생이 괴롭힘을 쉽게 고발할 수 없는 위치여서 충분하지가 않다. 이처럼 대학교 내에서의 경우에는 사례 하나하나를 면밀히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Q.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릴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과, 앞으로 직장이라는 사회로 나아갈 본교의 청년들에게 충고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 기록을 남기고 입증 자료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가해자와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괴롭힘의 내용을 날짜와 시간 등과 함께 자세히 기록해야 한다. 또 자신을 탓하면 안 된다. 괴롭힘이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결과물이 아닌 부당하고 위법한 행위임을 인식해야 한다. 신고하기 전에 노동 상담이나 심리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대학생 또한 이미 다양한 형태로 노동을 하고 있으므로, 자신의 직장에서 갑질을 당하고 있는지 확인을 해 보는 게 중요하다. 괴롭힘에 대한 대응도 경험이 쌓여야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으므로 지금부터 갑질을 당하고 있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