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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뻗은 고속도로, 세상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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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차량들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차량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옛말이 있듯이 한 나라의 교통로는 인체의 혈맥 또는 신경 조직과 같은 역할을 한다. 과거 넓은 영토를 자랑했던 대제국 로마는 중앙과 지방을 긴밀하게 연결하고 전쟁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군대를 파견하기 위해 약 29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도로망을 건설했다. 실제로 여러 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도로 관리가 철저했던 시대가 곧 국가의 기동력이 뛰어난 전성기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도로는 국가의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사회 간접 자본이다. 현대에는 교통이 더욱 발달하면서 그에 맞는 교통로 또한 발달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고속도로다. 고속도로는 주요 도시와 거점을 연결하는 도로로서 자동차 외의 다른 교통수단의 통행이 제한되고 사람이 보행할 수 없는 도로로 정의되며, 고속도로는 국가의 대동맥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에게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고속도로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다양한 나라들의 사례와 함께 알아보자.

다양한 나라의 고속도로 이모저모

 

▲독일 고속도로의 속도 무제한 표지판
▲독일 고속도로의 속도 무제한 표지판


다른 나라의 고속도로들은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어떻게 다를까? 우선 우리에게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로 알려진 독일의 ‘아우토반(Autobahn)’은 실제로는 특정 도로의 이름이 아닌 독일 전체의 고속도로 시스템을 의미한다. 아우토반은 취임 후 서독을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아 우리나라에 고속도로를 건설할 비전을 처음 가지게 되었다고 전해질 정도로 잘 정비된 도로 시스템이다. 한편, 아우토반은 속도 무제한 구간이 전체의 60%를 차지함에도 우리나라 교통사고율의 절반 수준으로 독일은 매우 낮은 사고율을 기록한다. 이는 독일 정부의 엄격한 단속과 처벌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치원 때부터 이어진 교통교육과 평균 6개월이 걸릴 정도의 까다로운 면허 발급 덕분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한편, 프랑스의 고속도로 톨게이트(Tall Gate)는 여행객들에게 진입이 어렵기로 악명이 자자하다. 톨게이트에서 통행요금을 결제방법에 따라 차선을 구별해서 진입해야 하고, 이를 나타낸 표지판이 작고 판독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처럼 잘못 진입했을 경우 추후 정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뒤차에 양해를 구해서라도 수납 방법에 맞는 게이트를 진입해야 해서 여행객들에게 톨게이트 이용이 더욱더 어렵게 느껴진다. 미국의 고속도로는 다른 나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카풀레인(Carpool Lane)’ 즉 다인승 전용차선이 존재한다. 이는 우리나라 버스전용차로와 비슷한 개념으로 유동인구가 많고 혼잡한 도시에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표지판에 카풀레인이 표시돼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기름값보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더 비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통행료가 비싼 편에 속한다. 일본 고속도로 통행료의 경우 일반 승용차 기준 1km당 한화로 약 300원 정도로, 우리나라 고속도로 평균 통행 요금이 1km당 50원인 것과 비교하면 일본의 통행료가 약 6배 정도 비싼 셈이다. 

경제와 함께 발전해온 한국의 고속도로

 

▲서울-부산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식 모습
▲서울-부산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식 모습


다양한 특징을 지닌 다른 나라의 고속도로에 이어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를 살펴보자. 1968년 개통된 한국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는 서울부터 인천까지 한나절이 걸리던 것을 30분 이내로 단축했다. 또한 1970년 개통된 경부고속도로는 한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국가 경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실제로 경부고속도로가 개통했던 1970년과 2018년을 비교할 때 한국의 국내 총생산은 81억 달러에서 1조 6,194억 달러로 1인당 국민 총생산은 254달러에서 30,600달러로 증가했다. 이러한 가파른 경제 성장은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경우라고 평가받는데, 한국의 고속도로는 바로 이 경제 성장과 운명을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1960년대 당시로서는 당장 눈앞에 닥친 생활고 해결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미래의 경제 성장 동력 확보보다는 공장 건설을 강력히 주장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또한 건설 사업을 구상했던 당시 예산, 기술, 장비의 세 필수요소 모두가 매우 부족한 상태였기에 어떻게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수 있겠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 공사를 통해 만들어진 경부고속도로는 그야말로 땀과 피의 결정체였다.
이후 1970년대 중반부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굵직한 고속도로인 △언양-울산 간 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등 내륙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들이 생겨났다. 1970년 40,244km였던 고속도로 길이가 1980년 46,950km까지 달하며 연 평균적으로 670km의 도로가 건설됐다. 서울을 중심으로 주요지역으로 뻗어간 고속도로망은 지역 간 접근성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국가의 산업개발을 촉진시켰다. 또한 교통이 편리해짐에 따라 운송비의 제약이 줄어들어 고속도로 주변에 대규모 공업단지가 들어서고, 농산물 시장이 전국 범위로 확대되어 채소류 등 경제작물의 재배가 늘어나 농촌 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한편 고속도로는 지역 간 교통뿐만 아니라 도시 내부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고속도로로 인해 고속버스터미널이 설립되고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진출입로가 있는 지역에 부도심(副都心)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촘촘한 고속도로망의 형성으로 우리나라는 전국 주요 지역을 하루에 왕복할 수 있는 1일 생활권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정체로 인해 차량들이 서행하고 있는 모습
▲정체로 인해 차량들이 서행하고 있는 모습


한편, 고속도로가 가장 붐비는 명절이나 휴가철에는 어김없이 고속도로가 막히고, 도로 위는 순식간에 주차장이 되어버린다. 한정된 도로에 많은 차량이 동시에 몰리다 보니 교통체증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 발달한 것이 바로 휴게소다. 우리나라의 휴게소는 외국과 달리 단순히 주유나 휴식의 목적에서 더 나아가 하나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휴게소에 들러 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특색있는 먹거리를 찾아서 맛보거나 문화공간을 즐기고 있다. 이렇듯 고속도로 위 휴게소는 더 이상 경유지만이 아닌 목적지가 되어가고 있다. 

수많은 땀방울이 녹아있는 고속도로

 

▲한국도로공사 교통센터 상황실에서 화면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출처: NEWS 1
▲한국도로공사 교통센터 상황실에서 화면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출처: NEWS 1


한편 고속도로는 이용객들에게 다양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의 일터이기도 하다. 그들은 가장 바쁜 명절에도 고속도로 위에 머물며 자기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수행한다. 그중 한 곳인 한국도로공사 대전충남교통센터 상황실은 7개 고속도로에 걸쳐 총연장 400.71㎞를 관리하며 가장 바쁜 명절을 보낸다. 이곳에서는 11명의 근무자가 4조 3교대로 교통상황을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며,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빠른 수습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고속도로 순찰대원들은 고속도로의 특성상 시속 100km 이상의 고속으로 질주하는 차량들 사이에서 △교통사고 처리 및 조사 △사고차량 탑승자 구호 및 이동 △2차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 등의 활동을 통해 자신의 안전을 뒤로 한 채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다 보면 한 번쯤은 지나치게 되는 곳, 톨게이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요금수납원들은 3교대를 원칙으로 하루에 8시간씩 근무하고 있다. 특히 그들은 명절에 3000대 이상의 차량과 고객들을 상대한다. 하지만 이들의 일자리는 곧 없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한국도로공사가 하이패스 사용량 증가와 미래의 스마트톨링 시스템 도입을 이유로 요금 수납원들을 정리해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법원은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한국도로공사가 요금 수납원들을 직접고용해야 할 의무를 진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직접고용이 가능해진 인원은 300여명에 불과하고, 1500명 중 고용되지 못한 나머지 수납원들에 대한 판결은 아직 1·2심에 계류돼 있기 때문에 노조는 전원이 고용될 때까지 긴 싸움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이렇듯 고속도로는 단순히 점과 점을 잇는 직선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공간과 추억을 만드는 입체적인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이번 가을 다가오는 추석, 가족들과 함께 고속도로에서 즐거운 추억을 쌓아 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문헌
류철호, 『고속도로의 인문학』, 한국도로공사, 2010.
강정규, 『한국 도로 60년의 이야기』, 건설정보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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