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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연(동양화86) 동문이 시대의 자화상을 담는 화가

  지난 2월 미국 뉴욕의 한 갤러리에 흰 저고리와 검은 치마 한복을 입은 소녀 그림들이 전시되었다. 그 소녀들은 한국의 미인도를 그리는 화가 이동연 동문의 작품이다. 이동연 동문은 1992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수의 전시를 통해 미인도를 선보여 왔다. 본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한 후 일반대학원에서 동양화 석사학위를 받은 이동연 동문은 작품 활동과 동시에 여러 대학의 강사로도 활동하였다. 이후 2012년에 다시 본교 일반대학원 동양화를 전공으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15년부터는 개인 작업에만 전념하고 있다. 현대를 담은 미인도를 그리는 화가, 이동연 동문을 만나보았다.

Q. 다양한 미술 장르 중 동양화를 선택한 이유와, 그중에서도 미인도를 그리는 이유를 듣고 싶다.

A. 고등학교 시절 대학 진학을 위해 전공을 선택하려 할 때쯤, 책상에 앉아서 하는 일이 적성에 맞을지 의문이 들었다. 의문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문득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방과후 학교에서 했던 붓글씨 수업이 기억이 나더라. 한복을 입고 사군자를 치는 우아하고 멋스러운 모습을 상상하며 동양화를 선택하게 되었다. 미인도라는 것은 하나의 상징이다. 사람들의 기준은 다양하기 때문에 사람마다 생각하는 미인의 기준은 다를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미인도는 상대방을 보며 나 자신을 찾는, 나를 반영한 타자의 모습이다. 타자를 통해 나를 보고, 이를 바탕으로 그린 미인도로 타자를 비추는 것이다. 미인도를 ‘타자의 거울로서의 자화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사람들은 실제와 다른 자신의 모습을 인터넷 상에 올리며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도 한다. SNS에 자기 자신보다 예쁘고 과장된 모습을 프로필로 올리면 사람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반대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 일상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면 사뭇 심심한 반응이 돌아온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비슷한 작품이라 할지라도 작가의 외모에 따라 그림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달라지는 사회 현상을 보며 미인이라는 것은 세상의 소통의 도구이자 무기가 된다고 생각했다.

Q. 작품에 나타나는 여성은 대부분 우리나라 전통의상인 한복을 입고 있지만, 현대적인 외모를 띄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사진과 영상이 발달한 지금,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똑같이 그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각각 상징하는 것이 있는 요소들을 모아 하나의 아이콘과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먼저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의 얼굴은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의 모습이다. 주변에 있는 젊은 친구들을 바라보며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참 예쁘다’라고 과거를 그리워하면서도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철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러한 결핍을 채우고 싶은 욕망이 반영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복은 과거를 뜻하기도 하고, 전통을 상징하는 것으로써 등장시켰다. 그리고 한복뿐만 아니라 첨단 기기도 함께 등장하는데, 그중 스마트폰은 지금 누구나의 일상생활에서 함께하며, 없으면 불안하기도, 뒤숭숭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필수품이다. 현대인들은 카페에 모여 앉아서도 각자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의 세상으로 들어간다. 같이 마주 앉은 상대와 소통하는 것보다 가상의 세계에 떠돌아다니며 환용(換用)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미인도라는 상징적인 대상을 통해 은유하고 있다. 이러한 매체들이 결합되어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 아니면 다른 여자들, 굳이 여성이 아니더라도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상징 하는 것이다.

<현대미인도>

Q. 장자의 호접몽의 철학을 반영하여 작품을 만든다고 들었다. 그 철학이 어떻게 작품에 반영되었는지 궁금하다.

A. 장자의 호접몽은 장자가 나비의 꿈을 꾸고 있는 장자인지, 장자의 꿈을 꾸고 있는 나비인지 잠시 헷갈려 하는 일화이다. 나 자신을 포함한 현대인들이 스마트폰과 같은 첨단 기기를 사용하며 현실이 실제인지, 가상의 세계가 실제인지 그 경계를 오가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또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일반인인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이 아닌 다른 일을 하면서도 의식적으로는 그림을 생각하고 있고, 그림 속에서 꿈을 꾸고 있다. 글을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머릿속으로는 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할 것이고, 다른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환용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장자의 호접몽에서 힌트를 얻어 표현하였다.

<야단법석>

Q. 미인도는 여성을 표현하는 그림이다. 여성으로서 살아온 삶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궁금하다.

A. 전통의 상징으로써 한복을 등장시키기는 했지만, 한복을 통해 여성이 가부장적 사회에서 태어나서부터 겪게 되는 유교적인 관습, 굴레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한 관습을 지켜나가는 것은 힘들고 불편하다. 한복은 나를 돋보이게 해주고 아름답게 해주는 특별한 장치이지만, 실제로 이를 갖춰 입으려면 굉장히 불편하다. 그렇지만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입어야 하는 특별한 옷이기도 하다. 여성으로 태어나서 화가, 특히 남편도 함께 그림을 그리는 부부 작가이다 보니 여성으로서 감수해야 할 것들이 여러 가지 있었다. 시댁, 살림, 육아, 강의, 집안의 대소사 등등. 여러 것들을 같이 두루두루 하면서 작업을 했기 때문에 밤잠을 안 자고 작업을 해야 했다. 10시까지 집안일을 끝내고 그때부터 새벽까지 작업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여자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했던 많은 것들을 한복에 비유해 표현했다.

Q. 리그오브레전드 소환전에 참여했다. 게임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주제일 수 있으나, 처음 접했을 때는 생소했을 것이다. 어떤 계기로 해당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는가.

A. 인터넷을 통해 자기 홍보를 하는 시대인 만큼 나 역시도 블로그,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와 같은 SNS에 나의 작품을 자주 개시한다. 전시를 통해서만 작품을 알리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아 2003년부터 블로그에 작품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해당 전시를 기획하던 사람에게서 전시에 참여해줄 수 있겠냐는 연락이 왔다. 인공지능까지 등장한 첨단 시대에 자칫 잘못하면 동양화의 역할과 위치가 불분명해지는 일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동양화가 고루한 영역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고, 계속해서 동양화의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과 시도를 좋아해 동양화를 동화나 일러스트레이션과 접목시키는 등 동양화의 영역을 넓이기 위한 연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동양화의 아름다움을 게임 캐릭터와 접목시켜 예술성 있게 승화해보겠다는 도전심을 안고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다. 잠을 거의 못 자며 고민을 하고 매달렸던, 재미있는 시도이자 도전이었다.

<매혹미인도(아리)>

Q. 마지막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A. 순수예술이 돈벌이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같은 분야의 후배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지금까지 그런 것들을 다 느끼고 견디며 이 나이가 되어 후배들을 바라보니 얼마나 힘들지 안쓰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인생 총량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인생을 살며 견뎌야 할 아픔, 힘듦, 슬픔, 애환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법칙이다. 이 힘든 시기를 다 견디고 나면 좋은 시간만이 남을 것이다. 이렇게라도 스스로를 위로하며 힘든 시간을 잘 견뎠으면 좋겠다. 아이를 가진 여인만이 아이를 낳듯이 꿈을 가진 사람만이 꿈을 이룰 수 있다.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언젠가는 다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루고자 하는 꿈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인생 총량의 법칙을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고, 견디고 이겨내면 꽃길이 열릴 것이다.

조은빈 기자  eunbin7072@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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