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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안전을 지키는 권역외상센터열악한 지원부터 솜방망이 처벌까지, 그 현실을 알아보다
출처: 의사신문

응급실을 떠올리면 어떤 장면이 연상되는가? 환자를 살리기 위해 급하게 뛰어다니는 의사와 간호사, 고통에 몸부림치며 소리를 내지르는 환자 등 우리가 떠올리는 응급실의 장면은 평화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생과 사의 갈림길에 가까운 응급실보다 생명의 최전선에 더욱 맞닿아 있는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몇 년 전부터 끊임없이 대한민국에서 화두에 오르고 있는 ‘권역외상센터’다. 일반 응급실 처치 범위를 넘어서는 총상·다발성 골절·출혈 환자(중증 환자)를 ‘골든아워(Golden hour)’ 안에 치료해 죽음에서 구해내는 것이 바로 권역외상센터의 주된 업무다. 한 명이라도 더 살려내고자 매일 고군분투 하는 그곳, 권역외상센터가 처한 현실에 대해 알아보자.

권역외상센터의 현주소를 알아보다
권역외상센터의 존재와 열악한 환경을 국민에게 알려 권역외상센터 개선과 관련해 20만 이상의 국민청원을 이루어낸 이국종 교수. 그가 권역외상센터에서 근무한 이야기를 서술한 책 『골든아워』(2018)에는 “우리는 절박하고 절박한데, 그 절박함이 어디에도 가 닿지 않아 처참하기만 했다”라는 문장이 있다. 이는 현재 권역외상센터의 열악하고 절박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점들이 권역외상센터의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것일까?
권역외상센터가 첫 번째로 앓고 있는 문제는 의료진 인력 부족 문제이다. 외상센터 직원의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근무 비율은 60.9%이고, 한 달 평균 야간 당직 횟수가 7-10일이 42.0%, 10일 이상이 24.6%로, 권역외상센터 의료진들은 매일 많은 업무량과 끊임없이 밀려드는 환자로 쉴 틈 없이 일하고 있다. 이처럼 강도 높은 업무와 진료는 자연스럽게 의료진의 ‘외과’ 또는 ‘외상 분야’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외과 분야에 유입되는 의료진 인원이 부족해 외과 분야 의료진의 업무가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의정부 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조항주 교수는 “권역외상센터의 업무는 힘들고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에 의료진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라며 “이는 의료진 1인당 담당하는 환자의 수 증가로 이어진다”라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권역외상센터가 연중무휴로 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외과·흉부외과·신경외과·응급의학과 각 5명, 정형외과·마취통증의학과·영상의학과 각 1명씩 총 23명의 의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의 전문의 수는 센터당 평균 11명에 불과해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준다.
두 번째 문제는 병원의 지나친 경제적 이윤추구 현상이다. 환자를 헬기나 비행기 등으로 옮겨 최대한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려고 노력하는 권역외상센터는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정반대로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는 병원 측의 지나친 경제적 이윤추구 현상은 권역외상센터의 공익성을 해하고 있다. 권역외상센터의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모두 심한 상처를 입은 중증 환자로 정형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다양한 분야의 수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험료 지급 기준으로 한 번에 인정되는 수술의 개수는 2~3개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치료에 대한 비용은 환자 본인 또는 병원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중증 환자의 경우 환자 본인 부담률은 5~10%이므로 나머지 90%에 대해서는 병원이 온전히 부담하게 된다. 이러한 병원의 부담은 적자로 이어져 권역외상센터는 병원의 수익 증대를 방해하는 ‘눈엣가시’로 전락하는 것이다. 실제로 권역외상센터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 사용한 소독약의 양이 많다는 이유로 의사들의 월급이 삭감되고, 센터에 배정된 예산이 줄어드는 등 부족한 인력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권역외상센터가 오히려 병원 내부에서는 외면받고 있다. 이 외에도 체계적인 권역외상센터 운영 시스템의 부재, 의료진 근무 환경 열악 문제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이 대한민국 권역외상센터의 현주소다.

막대한 예산투자에도 여전히 열병을 앓고 있는 권역외상센터
지난 2011년 아덴만에서 해적에게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이 권역외상센터에서 살아난 이후 정부는 권역외상센터의 중요성을 깨닫고 권역외상센터 운영에 약 4000억 원의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당시 실제로 투입된 예산은 약 2000억 원으로, 애초에 계획된 예산의 절반 정도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재 운영되고 있는 권역외상센터 재정비를 위해 쓰인 것이 아닌, 아직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지도 못한 권역외상센터의 개수를 늘리는 데 사용됐다. 또한,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조금씩 사그라들며 권역외상센터와 관련한 제도 및 지원은 점점 흐지부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북한에서 귀순한 병사를 살려낸 이국종 교수가 다시 화제가 되며 권역외상센터는 다시 한번 주목을 받게 되었다. 20만 명 이상의 청원과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 중요성을 다시 국민들에게 알린 권역외상센터가 다시 막대한 비용의 투자를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늘어난 예산에도 불구하고 권역외상센터의 현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의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보건복지부에서는 작년 인건비 지원을 기존 1억 2000만 원에서 1억 4400만 원으로 인상했지만, 외과 분야를 지원하는 전공의가 적어 인력 미채용으로 인한 예산 불용이 발생했다. 
교묘하게 권역외상센터의 운영을 조작하고 있는 병원 측의 꼼수 또한 권역외상센터의 발전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권역외상센터 지침서에 따르면 ‘중증외상환자의 진료를 거부해서는 안된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병원을 옮길 경우 병원은 보건복지부 측에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사유서 속 전원의 가장 많은 사유는 보호자나 환자의 요청에 의해 병원을 옮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유 속에는 병원 측의 꼼수가 숨어있다. 치료가 시급한 중증 환자에게 치료가 오래 걸린다는 핑계로 다른 병원을 선택 할 수밖에 없이 만드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한 기성언론이 취재해 보도한 권역외상센터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일부 병원에서는 권역외상센터의 인력을 응급실에 투입하는 등 악용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국가의 도움을 받지만 병원 측의 부담이 많아, 교묘하게 권역외상센터를 등한시 하는 병원의 태도는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권역외상센터,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은?
현재 우리나라의 권역외상센터는 정부의 막대한 예산투자에도 불구하고 인력 부족과 병원의 지나친 이윤추구, 병원의 꼼수를 방관하는 보건복지부의 솜방망이 처벌로 본래의 공익적인 목표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미국은 선진화된 권역외상센터의 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국은 중증 환자가 발생하면 1시간 이내에 병원 외상센터에 도착해 치료를 받을 확률이 82%다. 나머지 18%는 오지에서 사고가 난 경우로, 이는 극한의 상황을 제외하고서는 골든아워가 지켜진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대조된다. 이처럼 미국의 발전된 권역외상센터 시스템의 비결은 보편화 된 ‘닥터헬기’에 있다. 골든아워를 지키기 위해서는 환자의 이송을 빠르게 돕는 닥터헬기가 필요한데, 특히 이는 의료 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환자를 이송할 때 필수적이다. 이에 이국종 교수는 여러 차례 닥터헬기의 확대를 주장한 바 있다. 현재 경기도에서 최초로 24시간 상시 운영되는 응급의료전용 ‘24시 닥터헬기 사업’이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기존 소방헬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장소를 늘리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환자를 최대한 빠르게 이송하려는 목적의 사업이다. 하지만 아직 해당 사업은 경기도에 한정적으로 시행되어 보급률이 낮고, 병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소음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헬기에 탑승하는 의사는 비행사고에 대해 국가에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만약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닥터헬기를 보편화시킨다면 골든아워 안에 치료받는 환자의 수는 훨씬 증가할 것이다. 또한, 골든아워를 지키기 위한 제도적·수단적 방안과 현재 투입되는 예산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철저한 감시 및 평가가 함께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 역시 체계화된 권역외상센터 운영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매년 보건복지부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 하지만 병원 측은 평가에서 안 좋은 평을 받더라도 소속 센터의 부실 운영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예산이 감축하는 등의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는 바로 해당 지역의 권역외상센터가 운영 부실로 사라지는 것보다 유명무실하더라도 운영을 하는 것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매년 권역외상센터 운영을 위해 막대한 예산이 투자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병원 측의 부실 운영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이 매년 반복되지 않고 권역외상센터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의 확실한 평가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천지예 기자  jiye110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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