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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발 염색, 세상에 화려한 색을 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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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노랗게 물들었네, 빨갛게 빨갛게 물들었네” 거리를 거닐다 보면 새로운 계절을 맞아 다양한 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나무들처럼 머리카락을 알록달록 물들인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는 기분 전환 혹은 단순 미용 등 저마다의 목적으로 머리카락에 색을 입힌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중 다수도 한 번쯤은 염색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편, 현 시대의 대중화되고 과감해진 모발 염색을 보면 염색을 현대의 전유물로 보기 쉽지만 사실 염색은 우리의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어두컴컴했던 머리카락 세상에 색을 선물한 모발 염색, 그 유구한 역사를 함께 알아보자.

내 이름은 ‘모발 염색’, 나이는 5000살 이상이죠.

 

▲비니아드리스 동굴 입구/출처:그라나다대학홈페이지
▲비니아드리스 동굴 입구/출처:그라나다대학홈페이지


모발 염색은 원시문명에서부터 시작됐다. 스페인 그라나다 대학의 고고학자들은 기원전 2000년에서 기원전 1000년 사이에 고대인들이 사용한 메노르카 섬에 있는 비니아드리스 동굴에서 그 흔적을 발견했다. 이 동굴에서 고대인들은 장례 의식을 행했는데 그 의식의 일환으로 시신의 머리카락을 염색한 흔적이 발굴됐다. 고고학자들은 이것이 별도의 용기에 담겨 특별한 장소에 숨겨진 것으로 보아 모발 염색이 장례 의식의 중요한 일부였다고 추정했다. 염색의 발자취는 기원전 3000년 경의 이집트 문명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집트 무덤에서 발굴된 문서를 보면 이집트에서는 헤나(henna:염료로 쓰이는 관목)를 사용하여 머리를 염색한 기록이 있다. 헤나의 잎을 빻으면 보통 초록빛의 갈색 가루가 되는데 이를 염색에 사용하면 잎에 함유된 로소니아 성분이 모발을 붉은색이 도는 갈색으로 염색시킨다. 기원전 1570년 경 이집트의 공주였던 휴누타메후는 헤나 염색을 이용해 옆머리를 염색했다고 한다. 이때의 모발 염색 행위는 조상들의 선행이나 계급의식의 일부분으로 모발에 다른 색을 입혀 신분의 차이를 나타내는 목적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숙성시킨 호두 껍질로 만든 염료
▲숙성시킨 호두 껍질로 만든 염료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땠을까? 조선 후기에도 머리카락을 검게 하기 위한 염색은 행해졌다. 다만 오늘날 사용하는 화학성 염색제와는 달리 당시에는 식물성 염색제를 사용했다. 실제로 조선 후기의 실학적 농촌‧경제‧정책 서인 『임원경제지』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호두의 푸른 껍질과 나무껍질을 벗겨 염색을 했다는 기록을 찾을 수 있다. 호두의 푸른 껍질과 나무껍질을 함께 달여 그 물에 머리를 감아 일시적으로 머리카락을 검게 염색시킨 것이다. 또한 기름 두 되와 오디 한 되를 병에 넣어 볕이 들지 않는 처마 밑에 석 달 동안 두어 염색제로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한편 화학 성분이 주원료인 오늘날의 염색약은 19세기부터 비롯됐다. 1864년 화장품 회사인 프랑스의 모네사가 백색 염모 물질인 파라페닐렌지아민(PPD)을 발견해 1883년 염모제로 사용 허가를 받은 것이 현대 염색의 시초이다. 이 염색제들은 현대의 염색약처럼 물과 알코올에 쉽게 산화되며 제2염색제와 함께 사용하면 모발에 매우 자연스러운 색상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1920년대 이전의 인조 합성 염색약은 흰머리를 가리는 용도에 불과했으며, 요즘처럼 다양한 색상의 염색약은 20세기에 들어서서야 등장했다. 염색약의 제조법이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은 모발 염색을 쉽게 접하게 됐다. 1970년대에는 영화나 드라마 등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카메라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탈색이나 염색으로 모발을 다양하게 변화시켰으며 현재에는  대중들 또한 모발 염색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염색을 통해 자신을 가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다채로운 색의 향연 뒤에 감춰진 안전성 논란

 

▲염색 부작용으로 얼굴이 부어오른 학생/출처:프랑스 Huffpost
▲염색 부작용으로 얼굴이 부어오른 학생/출처:프랑스 Huffpost


1960년대 이전에는 단지 7% 정도의 여성들만 모발을 염색했던 반면 오늘날에는 그 비율이 75%에 달할 만큼 염색은 자연스러운 행위가 됐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염색을 행함에 따라 안전성에 관한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염색약에는 머리카락 큐티클(생물의 체표 세포에서 분비하여 생긴 딱딱한 층)을 옅게 해 색깔 성분이 스며들게 하는 암모니아, 색깔을 만들어내는 온갖 화학성분, 그리고 화학성분에 화학 합성을 촉진시키는 과산화수소 등이 포함된다. 또한, 흰머리 또는 새치 염색약에 포함된 PPD의 경우 알러지 유발 물질로 이는 미국의 접촉성 피부염 학회에서 2006년 ‘Allergen of the Year’로 뽑힌 성분이기도 하다. PPD 성분은 두피에 자극을 주고, 특유의 냄새로 인해 두통을 유발하거나 눈을 따갑게 만든다. 실제 한 보도에 따르면 머리카락 염색 후 두피와 얼굴이 부어오르고 머리에 진물이 흥건했다는 20대 남성은 병원에서 ‘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또한 집에서 셀프 염색을 한 여성은 염색 후 얼굴이 붓기 시작했으며 호흡곤란까지와 입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혈관부종과 안면부종으로 실명 위기까지 왔다고 한다. PPD로 인한 부작용의 심각성 때문에 유럽연합에서는 염모제에서 PPD 성분이 6%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PPD 함량을 3%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PPD를 포함한 염색제가 전체 염색약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고, 새치용 염색제의 경우 90% 이상이 PPD를 함유하고 있어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PPD를 함유하지 않거나 천연염색약 등이 출시되고 있는데 이들 역시 사용 시 제품 성분을 필수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한편, 과산화수소와 반응해 생성되는 PPD 중간 생성물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의심되기도 했으나, 이에 관해서는 현재 연구 결과가 확실하지 않아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성분 안전성 의심을 이유로 시중에 판매하는 염색약에는 사용 전 알러지 테스트를 권유하는 문구가 쓰여 있다. 알러지 테스트를 통해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고 싶다면 염색 전 염색약을 팔이나 손등, 귀 뒤 등의 피부에 소량 묻힌 뒤 약 5분에서 10분 뒤 반응을 확인하면 된다. 이는 간단한 테스트이지만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염색을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들

 


최근 모발 염색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염색에 대해 차별적인 눈길을 던지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학생이 탈색이나 염색을 했을 경우 어른들은 해당 학생을 “모범생은 아니다”라고 쉽게 판단하기도 한다. 이처럼 염색을 ‘학생답지 않은 행위’ 또는 ‘비모범적인 행위’로 바라보는 시선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국내 초, 중, 고등학교의 두발 규정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한편, 문화적 측면에서도 염색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모델계에서는 염색에 대한 인종차별이 존재하기도 했는데, 과거 모델계에서는 동양인들의 검은 머리가 동양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여 서양인 모델들이 염색을 자유롭게 하는 것에 반해 동양인 모델들은 흑발을 고집해야 했다. 또한 동양인이 서양인처럼 염색을 했을 경우 서양인의 모습을 따라 한다고 비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염색을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여기게 됐고 ‘동양인 모델은 무조건 흑발이다’라는 생각 또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늘날에는 인종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염색을 하는 모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의 가치관을 변화시킨 염색은 서서히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었다. 염색의 보편화에 따라 염색약 또한 생필품으로 취급되고 있지만 성분의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 만큼 우리는 안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한 몸에 직접 닿는 성분이며 대중적으로 자리잡은 미용 행위인 만큼, 염색약 성분의 안전성은 앞으로도 보완해야 할 숙제다. 점차 발전하는 제품을 통해 개성 표출의 본능을 자유로이 충족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 문헌>
김병미, 김지향, 「모발염색에 관한 연구 (Ⅰ) = A Study on Hair coloring(Ⅰ)」, 공주대학교 과학교육연구소, 2001.
베탄 패트릭, 존 톰슨, 『1%를 위한 상식백과』, 써네스트,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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