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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설렘과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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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남들보다 조금 더 걸리기 때문에 항상 처음이 힘들다. 그래서 기자 활동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기자 생활에 언제쯤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자주 들었다. 하지만 한 학기 동안 열심히 취재를 다니고 회의를 하며 하계기초훈련까지 거치고 나니, 어리버리했던 수습기자에서 준기자가 돼 이름 석 자가 새겨진 명함도 생겼다.

기자가 신문사에 들어온 계기는 참 단순하다. 예비대학 때 선배 기자님의 홍대신문 홍보를 보고 기자가 너무 멋져 보여 기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논술 시험과 면접까지 거쳐 부편집국장님의 최종합격문자를 받았을 때 매우 기뻤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을 맛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 신문사에 출근한 날, 글쓰기 교육을 받고 마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듣고 나니 ‘신문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많은 일을 하고 계시는 선배 기자님들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고 기사를 배분하는 보도회의를 거쳐 처음으로 기사를 맡게 되었다. 기자가 맡은 기사는 문과대학에서 진행하는 인문학 강연에 참석해 강연 내용을 취재하고 학우 인터뷰를 하는 짧고 간단한 기사였다. 사실 지금이라면 강연 기사는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기자는 ‘기사를 어떻게 써야 하나’라는 두려움과 막막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강연 당일 특강을 하시는 교수님 사진을 신문에 싣기 위해 신문사에서 카메라를 챙겨야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카메라를 챙겨 신문사를 나온 기자의 귀에 사수 기자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카메라 배터리랑 SD카드 챙겨가야죠!” 다급했던 사수님의 목소리와 당황한 기자의 모습이 생각난다. 사진 찍겠다는 사람이 배터리도 없이 카메라를 가져가다니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실수다. 우여곡절 끝에 강연 장소에 도착해 교수님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 버튼을 누른 순간, 카메라 셔터소리에 강연을 듣고 있던 학우들의 이목이 기자에게 집중돼 당황했다. 그리고 카메라 초점을 맞추는 일도 기자에겐 어렵게 느껴지기만 했다. 기자는 제대로 된 카메라 사용법도 모른 채 버튼을 이것저것 눌러보았다. 그 결과 카메라 화면이 노랗게 필터를 씌운 것처럼 변했고 그 날 보도사진은 노랗게 실리게 되었다. 기자의 황당한 사연들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강연이 끝나고 학우 인터뷰를 위해 학우 한명을 붙잡고 용기 내어 소속과 이름을 밝히며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짧고 간단한 인터뷰라서 쉽게 끝날 줄 알았지만 예상보다 쉽지 않았고 기자가 좌절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학우들은 강연장을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좌절할 틈도 없이 재빨리 다른 학우에게 다가가 인터뷰 요청을 했더니 고민 끝에 승낙해줬다. 학우들에게 인터뷰를 부탁하면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인터뷰를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본인의 사진도 실리는 것이냐고 묻곤 한다. 인터뷰에는 자신의 소속과 이름만 들어가니 다들 부담 갖지 않고 편하게 인터뷰에 응해줬으면 좋겠다.

기자가 기억하는 첫 번째 취재기는 여기까지로, 지난 기억을 떠올려 보니 당황스러웠던 기억만 가득 남아있다. 앞으로 이어나갈 기자생활에는 처음 취재하면서 느낀 설렘과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 더욱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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