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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공론장이 필요하다

대학은 지식의 전당이다. 설령 건물이나 교실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과 지식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 사이에서 지식의 전달이 이뤄진다면, 그것이 바로 ‘대학’이다. 물론 시대가 변해가고 대학이 하나의 교육제도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면서 이런 이상적인 지식 공동체로서의 대학을 고집하기는 힘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것도 사실이다. 교수와 학생이기에 앞서, 하나의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인간이 쌓아올린 가장 가치 있는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기능의 학제로서의 대학은 더 이상 의미를 잃었고, 단지 대학의 이름과 건물, 그리고 구성원들의 존재만이 대학공동체를 설명하는 물리적 조건의 전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처럼 대학이 과거의 빛을 잃고 있는 현상은 현재 한국의 모든 대학이 겪고 있는 문제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에서 학문과 지식의 전당이자, 학문에 기반하여 가장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한 기관이 바로 대학이어야 한다는 대의는 망각되거나 부정되고 있다. 지금 한국의 대학은 ‘취업사관학교’나 ‘교육브랜드상품’으로 간주되어, 인간을 길러낸다는 교육의 기본 원칙으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다. 과거에 비한다면, 대학들의 건물들은 더 번듯해졌고, 브랜드 이론이 적용된 대학은 깔끔한 광고 카피로 포장되었다.

물론 대학도 인간이 그 속에 존재하고 있으니 건물 같은 외적 요건도 중요하고, 이미지 본위의 시대에 대학의 이미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대학 내에서 학문을 존중하는 문화를 세우는 일이고, 지식에 기반하여 인간 상호간에 자유로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대학문화를 정립하는 일이 아닐까. 번듯한 건물과 이름 뒤에 바로 그러한 대학의 가능성이 점차 소멸되고 있다는 것은 다만, 우려일 뿐일까.

학령인구의 감소, 학문지형도의 급격한 변동, 학습권에 대한 인식의 변화, 대학 시간강사의 처우와 법령 제정, 대학 내 권력과 폭력의 문화에 대한 저항, 국가의 대학 지원 문제 등 지금 한국의 모든 대학들은 태풍과도 같은 변화에 직면해 있다. 대학이 시대적인 변화에 맞서 그러한 변화를 부정하거나 도외시하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정치적 독재에 반대했던 과거를 제외하고 사회적인 변화를 거부할 임무는 대학에 주어진 것이 아니다. 대학은 어디까지나 지식을 매개로 인간 본위의 의미와 가치를 도출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앞으로의 사회적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타개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만 한다. 단지 대학의 존속만이 아니라 학문의 존립과 필요, 그리고 향후의 변화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한국에 대학에 가장 필요로 하고 있는 논의이고, 또한 대학이기 때문에 가능한 논의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기저기를 둘러보아도 대학의 안쪽과 바깥에서 진지한 논의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 것만 같다. 대학에서 논의되는 지식의 의미와 가치는 고작 대학의 강의 하나가 갖는 3학점이라는 숫자에 갇혀 버렸다. 지금 여기에서부터라도 우리는 ‘3학점’이라는 숫자를 넘어서, 인간의 지식과 사유와 권리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통해, 앞으로의 대학이 나아가야할 바에 대한 논의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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