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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숲속에서 아침이 오고〉, 1983, 판화, 55×40cm, 소장번호: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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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숲속에서 아침이 오고〉, 1983, 판화, 55×40cm, 소장번호:2217.
김정수, 〈숲속에서 아침이 오고〉, 1983, 판화, 55×40cm, 소장번호:2217.

홍익대학교박물관에서 이번 학기에 소개하는 세 번째 작품은 김정수(金貞洙)의 〈숲속에서 아침이 오고〉이다. 새벽이 지나고 해가 세상을 밝게 비추는 아침이 찾아오면, 도시는 활기를 띠고 바빠지기 시작한다. 반면 숲속은 날이 밝아 와도 고요하고 평온한 모습이 도시와는 다른 차분한 느낌을 전달한다. 〈숲속에서 아침이 오고〉는 숲속의 아침 장면을 평면적이고 추상적으로 표현하여 정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보이듯 기하학 추상 형태와 초록색, 황갈색 등의 색 요소는 숲이라는 장소성과 아침이라는 시간성을 나타낸다. 그림을 3곳으로 구획해서 살펴보면, 제일 외곽의 황토색 사각 테두리와 중간의 짙은 흑색의 사각 테두리, 중앙의 초록 사각형으로 구분된다. 이 세 구획은 모두 어우러져 한 점의 그림으로 녹아드는데 기하학 요소와 색의 사용이 주목할 만하다. 먼저 옅은 황토색 바탕에 흰 선이 거미줄처럼 엉긴 표현은 토양 깊이 뿌리내린 자연의 표현처럼 보인다. 그 위로 초록 선이 구성하는 직사각형의 칸과 칸마다 중앙의 점은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식물의 세포벽과 유사한 형상이다. 햇빛을 받아 옅은 황토색을 띠는 가장자리에 비하여 그 안쪽의 짙은 흑색은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숲이라는 자연을 미시적으로 바라보는 옅은 황토색의 구획과 달리, 짙은 흑색의 구획은 다가오는 햇빛이 아직 닿지 않은 깊은 숲속의 대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흑색의 바탕 위에 흰 선은 모눈을 이루고 그 안마다 자갈을 닮은 작은 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고요한 숲속의 표현은 추상 안에서 무생물의 형상으로 드러난다. 마지막 중앙의 초록 사각형 형상은 숲의 거시적 표현으로 볼 수 있는데, 긁어내는 판화기법으로 다양한 선이 새겨졌다. 사선과 곡선 등이 교차하면서 이뤄지는 선의 화합은 아침을 맞을 준비를 하는 나무들의 움직임처럼 느껴진다.

본 작품은 총 5판으로 제작되었고, 홍익대학교박물관에서는 4번째 판을 소장하고 있다. 이 작품이 제작되던 1983년에는 국내 미술계에 판화가 이미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고, 판화의 다양한 제작기법이 판화만의 독자적인 장르특성으로 인정받는 시기였다. 김정수는 1977년에 개인전을 개최한 이력이 있는 판화가이다. 〈숲속에서 아침이 오고〉는 당대 한국 추상 판화의 일례로 볼 수 있는 홍익대학교박물관의 소장품이다.

 

※ ‘박물관에 가다’에 소개된 소장품의 이미지는 홍대신문 홈페이지 <문화> 섹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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