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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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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의 마감을 더 남기고 있다. 9월이 지나가고 10월이 왔다. 아직 중간고사도 지나지 않은 학기 초반이지만, 나는 지금을 막바지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본인이 남들보다 급한 성격이라는 것을 부정하진 않는다.

중간고사 기간을 보내버리고 11월이 되면 연말 기분은커녕, 그저 정신없이 바쁠 것이다. 소소한 학내 소식이나 교내 전수조사에 집중을 쏟는 건 꿈도 꿀 수 없고, 가능한 기사들은 어느 정도 차기 편집국장에게 맡겨두고 총선거에 정신이 팔려있을 것이 눈에 선하다. 아직 후덥지근한 여름의 기운도 온전히 가시지 않은 시점에, 왜 벌써 롱패딩 입을 소리를 하나 싶을 것이다. 그러나 여름방학부터 학기 말 계획에 집착해오던 국장으로서는 뭐라도 놓치고 지나갈까 조급해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한 생각들에 빠져, 2학기의 9개 신문들 중 겨우 4번째 신문을 마감하면서도 지난 신문들을 돌아보며 한번 괜한 청승을 떨어보고 싶다.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언제 어떤 기사 코너가 사라지고 또 생겼는지, 언제 디자인이 대폭 바뀌었는지, 전부 다 섞여버려 헷갈릴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본인이 수습기자부터 편집국장을 역임하기까지, 디자인은 물론 기사의 형태들도 많이 변화해왔다. 2017학년도에는 2학기의 신문 지면 디자인이 1학기와는 대폭 바뀌었고, 2018학년도에는 지면 배치와 코너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 또 하나의 기사를 여러 면에 분할해 싣고, 각 기사들에 좀 더 과격한 차별화를 두고 편집하는 등의 시도를 하기도 했다.

올해 2학기에는 한 호의 고정란과 기획기사 주제들을 유사하게 연결하여 각 호마다 나름의 성격을 부여하고자 했다. 지난 1282호에는 권역외상센터를 7면 시사파수꾼과 12면 인터뷰에서 함께 다루며 이와 관련한 거시적인 사회적 시선과 직접적인 당사자의 인터뷰를 교차해 보여주고자 했다. 이번 1283호에서도 나름대로 유사한 주제들을 고정란마다 숨겨두었다. 이는 독자들이 찾아내주길 바라며, 올해 신문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과 후배들에게 넘기고자 한다.

편집국장으로 막 임기를 시작했을 때가 생각난다. 주기적으로 개최되는 학기별 행사들과 매번 대두되는 고질적 문제들을 죄다 짚어 놓으며 조급함이 묻어나는 계획들을 세우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하던 당시, 지난 신문들의 기사 라인업은 마치 지침서와도 같았다. 그러나 지금에 와 그 라인업은 하나의 반복적인 사이클처럼 보이기도 한다. 웬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겠지만, 정말 그렇다! 매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화두가 던져졌고, 매년 유사한 시기에 같은 논점이 제시됐다.

“주제 반복되는 게 자랑이냐?” 반복이라는 이야기를 하니, 누군가 꾸짖어 올 것만도 같다. 본지 기자실에서는 이전에 다룬 주제를 반복해서 다루는 것을 질색하며 최대한 금기시했기에 기사 내용을 겹치지 않게 하는 것을 목숨처럼 여기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엄청난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한 세상은 생각보다 비슷하게 흘러가고, 중요한 개념은 계속 중요하며 흥미로운 주제는 영원히 흥미로울 것이다. 그리고 이때 집중해야 하는 것은 공통점뿐만이 아닌 차이점들이다. 여러 기사들이 유사한 주제를 반복해 다뤘더라도, 결코 똑같지만은 않았다. 마치 반복된 사진들을 모아 보임으로써 나타나는 필연적인 차이점들에 집중하도록 하는 유형학 사진들처럼, 유사한 것을 나열했을 때 때로 중요한 것은 이들의 공통점이 아닌 차이점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얼마나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이 그 변화를 가져왔는가, 라는 쟁점으로 귀결된다.

역사가 가치 있게 느껴지는 순간은 지금이 엄청난 변천사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반복은 항상 시간성을 동반한다. 반복된 내용도 언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유사한 기사들 속 돋보이는 차이점들이, 매년 달라져온 기자들과 본지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우리가 ‘반복’하는 것은 세상이 동일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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