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은 서기전 2333년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 건국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국경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개천절은 본래 고조선 건국일보다 124년 이전인 서기전 2457년 음력 10월 3일을 기리는 것으로, 천신인 환인의 뜻을 이어받아 환웅이 처음으로 하늘을 열고 백두산 신단수 아래 신시(神市)를 열고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이화세계(理化世界)의 대업을 시작한 날을 의미한다.

우리 민족은 먼 옛날부터 개천절을 고유한 전통적 명절의 하나로 여기고 고구려의 동맹, 부여의 영고, 예맥의 무천 등의 행사와 함께, 마니산의 제천단, 구월산의 삼성사, 평양의 숭령전 등에서 각각 제천행사를 거행해 왔다. 한해 농사를 추수하고 햇곡식으로 제사를 차리는 제천행사를 하기에 10월은 가장 적당한 시기였고 3일은 우리민족의 길수를 택한 것이라 전해진다.

그러나 개천절은 위와 같은 역사적, 문화적 전통의 의미를 넘어, 우리에게 국가적 시련이 닥칠 때마다 단군정신이라는 고유의 신념과 공통된 인식을 바탕으로 민족의 역사적 뿌리를 굳건히 하는데 특별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일제 통치하에서 단군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함으로써 독립운동의 정신적 동력이 되어 일제에 대한 총체적 저항의 중심이 되었다. 단군의 정신은 민족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함께 국권회복을 통한 자주독립의 당위성과 민족의식을 고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정신은 오늘날 ‘나’와 ‘너’가 아닌 ‘우리’를 지향하고 ‘더불어 사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과 연결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대한민국과 그 구성원인 국민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재 나라 밖에서는 모든 국가가 협력하여 인류의 번영과 행복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전개하기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여 목소리를 높이고 이웃 및 주변 국가들을 무시하고 외면하는 행태가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다. 한편 나라 안에서도 전 국민이 화합하기보다는 세대간, 지역간, 계층간에 갈등과 반목을 되풀이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나’ 보다 ‘우리’를 지향하고 ‘홀로 사는 삶’이 아닌 ‘더불어 사는 삶’을 철학적 바탕으로 하는 홍익인간의 정신은 더욱더 그 가치를 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홍익인간은 현재의 교육이념이기도 하다. 현행 교육기본법 제2조에 의하면,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홍익인간의 정신이 교육현장에서 미래 세대를 키우는 교육이념으로써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다시 한번 음미해 보게 된다.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자율성과 민주성을 지닌 인재, 주변을 배려하고 공동체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지닌 인재, 꿈을 가지고 긍정적인 자세로 도전하는 미래지향적 인재를 키워나가는 일이야말로 홍익인간의 정신을 교육현장에서 되살리는 일이다. 제4351주년 개천절을 맞이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개천절의 의의와 함께 홍익인간의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