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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과 외면으로 얼룩진 미혼모의 현실부실한 정부 지원과 제도의 실효성 미비로 소외되는 그들
▲출처: Unsplash

“다른 모든 생명도 나의 생명과 같으며 신비한 가치를 지녔고 따라서 존중하는 의무를 지닌다” 알베르트 슈바이처 (Albert Schweitzer, 1875~1965)가 한 말이다. 새 생명의 탄생은 무한한 축복이며 축하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 순간이 곧 불행의 시작이며 그로 인한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이 비극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미혼모가 겪는 현실이다. 대한민국 미혼모의 수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 미혼모 보호시설에 입소한 10대 미혼모의 비율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눈초리는 냉정하고 따갑기만 하다. 이러한 시선은 미혼모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사회 진출 또는 다른 이들과의 교류에 걸림돌이 된다. 이렇듯 사회에 만연한 미 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그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미혼모가 마주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은 어떠할까?

증가하는 미혼모, 역부족인 지원 

미혼모와 관련된 통계는 3년 전에서야 처음으로 국가 공식 통계로 인정받을 만큼 그들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외된 집단으로 여겨져 왔다. 그동안 미혼모와 이들의 자녀 추이는 △국내 입양기관을 통해 파악한 미혼모 및 입양아동의 수 △한부모 가구 수 △혼외 출생아 수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수준이었다. 또한 그들이 받는 제도적 지원과 사회적 관심은 매우 미비한 수준이다. 지난 2015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양육 미혼모는 약 2만 4,000명이다. 그중 사회적 기반과 양육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10∼20 대 미혼모는 약 5,300명으로, 전체 미혼모 수의 약 22%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듬해인 2016년 해외로 입양된 아동의 약 98%가 미혼모의 아동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한민국이 일명 ‘고아 수출국’이라 불리게 된 배경을 뒷받침 하고 있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한부모가족지원법」을 토대로 미혼모에 대한 지속적인 △심리치료 △주거 △출산 △양육 등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 지만, 점점 늘어나는 미혼모의 수를 모두 감당하기엔 힘든 현실이다. 결국 해를 거듭할수록 베이비박스(Baby box) 에 맡겨지거나 해외로 입양되는 아동의 수 역시 증가하고 있다. 베이비박 스란 부득이한 사정으로 키울 수 없는 아이를 두고 가도록 설치된 시설이다. 베이비박스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주 사랑 공동체 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영아는 1,500명이 넘는다.

진정 미혼모를 위한 정책인가 

우리 정부는 미혼모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제도적 지원과 정책 개선을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개정되는 정책들과 현재 시행되고 있는 지원들이 미비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미혼모들의 발목을 잡는다며 비판한다. 특히 「입양특례법」은 현재까지 계속해서 논쟁이 이어지는 대표적인 미혼모 정책이다. 「입양특례법」은 입양아의 친부모의 정보 열람에 대한 접근 성을 높이고, 양부모의 입양 자격 조건을 강화해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2년에 개정됐다. 그러나 기대했던 효과와 다르게 특례법 시행 이후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되는 영유 아 수가 급감하고, 오히려 영유아 유기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특례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정 이전에는 미혼모가 지방자치 단체에 신고만 하면 입양자는 신분 노출 없이 입양이 가능했지만, 개정 이후엔 미혼모가 영유아 출생신고를 필수로 해야만 입양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추가되었다. 그 결과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베이비 박스에 맡겨진 영유아들의 수가 2010년 4명, 2011년 35명에 서 특례법이 시행된 직후인 2012년에는 79명, 2013년에는 252명으로 급증했다. 출생신고를 하게 되면 친부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산 사실이 남게 되는데,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날카로운 시선 속에서 임신 사실을 알리기 두려운 이들이 많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편 국내의 많은 양육 미혼모들은 주거 문제와 경제적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미혼모의 양육 및 자립실태조사’에 따르면 월세와 같이 불안정한 주거 형태에 사는 미혼모는 조사 전체 인원(727명)의 약 81%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한다. 이와 상대적 으로 안정적인 주거 형태인 개인 주택 이나 전세에서 생활하는 미혼모의 비중은 각각 약 8%와 9%에 불과해 정부의 주거 지원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이에 정부는 미혼모를 위한 주거 지원정 책을 펼치고 있지만, 미혼모 가정의 실정에 맞지 않아 실질적인 도움은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정부는 전세·매입임대주택이나 국민임대주택 제도를 통해 미혼모에게 주택 공급 1순위 자격을 부여해 그들의 주거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매입임 대주택 제도의 경우 부양가족의 수와 당해 사업대상지에서의 거주 기간 등을 조건으로 두고 있어, 이 제도는 다 른 일반 가정보다 미혼모 가정에 불리 하다는 문제가 있다. 미혼모는 대부분 부양가족이 아이 1명일 뿐만 아니라 주변의 시선을 피해 자신이 살던 지역을 벗어나 거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임대주택 제도의 경우 3천만원 이상의 보증금이 필요해 경제적으로 열악한 미혼모들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표한 ‘양육 미혼모 실태 및 욕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미혼모의 월평균 소득액은 약 92만 원에 불과했다. 또한 설문 당시 근로 소득이 없다고 대답한 비율은 전체의 약 61%에 육박해 미혼모의 경제적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여성가족부가 만 24세 이하 미혼모들에게 최대 20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들 전체가 지급 대상이 아닐뿐더러 생활비로 사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긍정적인 미래로 나아가는 위한 발걸음 

지난해 2월 주사랑 공동체 교회 이종락 목사는 「임산부 지원 확대와 비밀 출산에 관한 특별법」(이하 비밀출산제) 을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과 함께 주도해 발의했다. 이는 정부가 미혼모의 출산 기록이 남지 않도록 비밀을 보장하고 미혼모가 아이를 유기하는 일을 방지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출 산한 미혼모와 관련된 정보는 법원에서 직접 관리하며 타인이 미혼모에 대한 정보를 열람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이종락 목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소중한 아이를 지키고 싶지만 미비한 법과 제도로 인해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 미혼모들이 많다”며 하루빨리 비밀출산제가 시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밀출산제」 도입에 앞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 가 필요하다는 주장 또한 나오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미혼모가 정부에만 의존하여 자녀의 양육 책임을 회피하고 친권을 포기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본 제도를 통 해 산모가 양육을 포기하면 지방자치단체 등이 개입하므로 이전에 비해 보육이나 입양이 수월해진다.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아기들이 증가한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이처럼 정부의 제도적 장치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혼모에 대한 포용적 분위기 형성 역시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민국의 심각한 문제로 저출산이 자리 잡은 지금도 미혼모의 임신과 출산에 대 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다. 지난 2017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아동 유기예방 및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 연구’ 에 따르면 미혼모가 베이비박스를 찾은 이유로 ‘사회적 낙인이나 주변의 반대 등에 대한 공포’가 전체의 32.4%를 차지했다. 이는 정부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 해소를 통해 그들이 건강 하게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야 함을 시사한다. 또한 미혼모와 같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역시 그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진행된 미혼모에 관한 다양한 연구들은 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냉대를 지속해서 지적해 왔으며, 미혼모들 역시 사회적 지원과 사회적 편견 해소에 대해 강하게 요구해 왔다. 미혼모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시선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성 가족부는 미혼모를 위한 분야별 정부 지원 서비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미혼모·부 한부모 가족을 위한 복지서 비스 안내 책자’를 제작 및 배포해 실질적인 대책 강구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우리 정부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지유 기자  kdj080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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