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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송송, 계란 탁! 간편식의 대명사, 라면

“꼬불꼬불, 꼬불꼬불 맛 좋은 라면. 라면이 있기에 세상 살맛 나! 하루에 열 개라도 먹을 수 있어.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맛 좋은 라면!”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에 나온 ‘핵폭탄과 유도탄들’의 <라면과 구공탄>이라는 노래의 가사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라면은 값이 싸고 조리하기도 쉬워 한국인들에게는 ‘제2의 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세계 인스턴트 라면 협회가 발표한 자료에서 한국의 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76.1개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 사람당 일주일에 평균 1.5개의 라면을 먹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인의 ‘국민 식품’으로 당당하게 자리 잡은 라면은 과연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꼬불꼬불 라면의 등장

 

▲1958년 출시된 최초의 인스턴트라면 '닛신 치킨 라멘'


라면의 어원은 중국의 ‘납면(拉麵)’으로 ‘끌어당겨 만든 면’을 뜻한다. 중국식 발음으로 ‘라미엔’이라 불리는 납면은 칼로 자르지 않고 손으로 여러 번 늘려 길게 뽑아낸 면을 말한다. 중국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타 자장면도 납면의 종류 중 하나다. 이러한 납면은 메이지 유신 직후 일본에 전해졌다. 1870년대 요코하마 등 일본의 개항장에 들어온 중국인들이 인근 노점에서 납면을 만들어 팔면서 일본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일본인들은 중국식 납면에 일본의 맛을 더하고 면발을 굵게 해 일본식 ‘라멘’을 만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라멘은 국내에서 일식으로 판매되는 반면, 일본에서는 중화요리로 구분된다. 하지만 이러한 라멘은 우리가 현재 가정에서 흔히 끓여 먹는 인스턴트 라면과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인스턴트 라면을 처음 만든 사람은 일본의 안도 모모후쿠(1910~2007)다. 라면이 발명될 당시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며 심각한 식량 문제를 겪었다. 당시 일본에는 전쟁 구호물자였던 밀가루가 넘쳐났는데, 이에 ‘닛신식품’의 사장인 안도 모모후쿠는 밀가루를 원료로 한 식품을 개발해 식량난을 해결했다. 어느 날 그는 술집에서 튀김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관찰하던 중 밀가루 면을 튀겨 국수를 만들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오랫동안 연구를 진행한 끝에 그는 1958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닛싱 치킨 라멘’을 개발했다. 이후 미국을 방문한 모모후쿠는 미국인들이 인스턴트 라면을 컵에 넣어 포크로 먹는 것을 보고 1971년 컵라면을 개발하기도 했다. 2001년 우주 비행사를 위한 ‘우주식 라면’ 개발에도 참여한 그는 죽을 때까지 매일 인스턴트 라면을 먹었으며 인류의 식량문제 해결에 큰 기여를 했다.

▲삼양라면의 초기 광고/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그렇다면 라면은 우리나라에 어떻게 등장했을까? 한국 최초의 라면은 1963년 삼양식품의 전중윤 회장이 제조한 ‘삼양(三養)라면’이다. 그는 1960년대 초 한국인들이 식량난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이를 해결할 것이라고 결심했다. 일본이 패전 후 라면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한 것을 보고 한국에도 인스턴트 라면을 출시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당시 안도 모모후쿠가 인스턴트 라면에 대한 제조 특허를 독점하지 않았던 덕에 삼양식품은 일본의 ‘묘조식품’에서 인스턴트 라면의 제조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었다. 그 결과 1963년 국내에 처음 출시된 라면의 가격은 한 봉지(100g)당 10원으로, 한 잔에 35원인 커피와 1인분에 30원이었던 김치찌개와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했다. 하지만 곡식 위주의 생활을 하던 한국인들에게 라면은 그저 낯선 음식일 뿐이었다. 그러다 1965년 박정희 정권에서 혼분식장려운동을 벌이고, 라면회사에 자금을 지원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라면을 개발할 수 있게 되면서 라면의 대중화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라면의 변신은 어디까지?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결합해 만든 '짜파구리'/출처: 농심 블로그


국내 라면 시장 간의 경쟁은 한국의 라면 소비량이 많은 만큼 굉장히 치열하다. 올해 2분기 라면 업계의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농심이 51.8%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오뚜기가 라면 부문에서 처음으로 월간 시장 점유율 25%를 달성하며 농심의 독주에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라면 회사들은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라면 업계는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현재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한 오뚜기의 경우 지난해 7개의 신제품을 출시한 것에 이어 올해는 9월까지 7개의 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농심도 올해 9월까지 13개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1위 굳히기’에 나섰다. 한편 올해 라면 업계의 신제품 추이를 살펴보면 기존 라면보다 가격을 올리고 품질을 고급화한 ‘프리미엄 라면’을 다수 개발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마라’ 열풍에 힘입어 마라향을 첨가한 라면은 오뚜기와 농심, 삼양식품 등 라면 업체에서 연이어 출시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프리미엄 라면 시장이 동력을 잃어 업계는 저렴하면서 기본에 충실한 라면 개발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가성비’를 전략으로 각각 ‘오!라면’과 ‘삼양 국민라면’을 출시하였고, 농심은 지난 2월 단종된 ‘해피라면’을 저렴한 가격으로 재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라면의 종류가 다양해진 만큼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 또한 한 가지 조리법만을 고수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라면 봉지에 명시된 기존의 조리법을 고수하는 사람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 직접 조리법을 개발해 라면을 먹는 ‘모디슈머(Modisumer)’가 늘고 있다. 모디슈머는 영어의 ‘modify(수정하다)’와 ‘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로 제조업체가 제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활용하는 적극적인 소비자를 말한다. 이러한 모디슈머의 탄생 배경에는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모디슈머 조리법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결합해 만든 ‘짜파구리’다. 이는 TV 프로그램인 ‘아빠 어디가’를 통해 알려진 후 인기를 끌다 올해 개봉한 영화 <기생충>(2019)에 등장하며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이외에도 요리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삼겹살 라면, 트러플 짜장라면 등 새로운 라면 조리법이 계속 생산됐다. 또한 최근 간편식의 성행 기류에 따라 ‘편의점 꿀조합’이라 불리는, 다양한 간편식들과 결합한 라면 조리법들도 인기를 끌었다.

라면으로 ‘때우는’ 사람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긴 김모 군을 추모하는 위령표 /출처: 뉴스1


라면은 가격이 저렴하고 조리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건강상 좋지 않다. 2017년 한국영양학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라면을 일주일에 3회 이상 먹은 사람이 한 달에 1회 이하로 먹은 사람보다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2.6배 높다고 한다. 또한 미국 건강 의학 포털 Medical Daily에서는 라면이 △소화 불량 △심장 질환 △나트륨 과량 섭취로 인한 고혈압 등을 유발할 수 있어 건강에 해롭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시간에 쫓겨 식사를 빨리 해결해야 하는 이들로, 대표적인 예가 바로 노동자들이다.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중 사망한 김모 군(사고 당시 19세)은 그의 가방에서 삼각김밥과 함께 컵라면이 발견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또한 집배원의 경우 컵라면에 물을 부은 후 컵라면이 익는 동안 우편물을 배달한다고 보도되며, 초 단위로 일을 해야 하는 그들의 노동 현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노동자들 외에도 라면에 식사를 의존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바로 결식 우려 아동이다. 지난 2015년 서울시가 발표한 ‘결식 우려 아동 급식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을 위한 연구’에서는 급식 카드를 사용하는 결식아동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으로 라면이 삼각김밥(40.5%)과 편의점 도시락(16.5%)에 이어 7.5%를 차지했다. 이는 결식아동에게 지급되는 급식 카드가 보통 끼니당 5000원의 식대를 지원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금액 내에서는 편의점 음식으로만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는 실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라면은 4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한국인들의 끼니를 책임져 왔다.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간편식으로써 라면을 먹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라면이 갖는 의미도 다양해졌다. 혹시 오늘 라면을 먹을 생각인가? 그렇다면 냄비 속 꼬불꼬불한 면발의 수만큼 라면에 얽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규회, 『의심 많은 교양인을 위한 상식의 반전101』, 끌리는 책, 2012.
김지룡, 『사물의 민낯 1498~2012: 잡동사니로 보는 유쾌한 사물들의 인류학』, 애플북스, 2012.
노완섭, 「라면의 역사」, 동아시아식생활학회, 2006.
하창수, 『라면에 관한 알쓸신잡: 라면 인문학』, 달아실, 2018.
 

우시윤 기자  woosy0810@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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