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0.8 화 17:19
상단여백
HOME 문화 살롱 드 홍익
<내 이름은 빨강머리 앤> 展“중요한 건 제 삶을 제 스스로 결정하는 거니까요. 이름 끝에 ‘e’를 붙이기로 했던 것처럼요”

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 1874~1942)의 소설 『초록 지붕 집의 앤(1908)』은 1980년대 국내에 방영되며 큰 인기를 얻은 일본 애니메이션 ‘빨간머리 앤’의 원작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란 어른들에게 주인공 ‘앤(Anne)’은 어린 시절의 향수로 남아있다. <내 이름은 빨강머리 앤> 展은 고집이 센 개구쟁이 소녀로 기억되는 앤을 색다른 관점으로 보여준다. 소설 속 앤의 행적을 좇아 12개의 섹션으로 나뉜 이번 전시는 섹션마다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이용하여 관광객들이 앤의 삶과 가치관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관람객들에게 소설에 대한 작가의 설명과 소설이 발간된 당시 캐나다의 시대상을 통해 근·현대사회의 시사점과 연관시키며 앤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돕는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람객들은 ‘Chapter 1 불쌍한 고아 소녀’ 섹션에서 일러스트레이터 ‘MAREYKRAP’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이 작품은 앤이 어린 시절 고아가 되는 과정을 풀어낸 애니메이션이다. 투박한 선과 허전한 채색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앤이 고아로써 겪었던 허전함과 고통에 공감하게 한다.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있는 벽 옆에는 『초록 지붕 집의 앤』이 출판되었던 1900년대 캐나다의 아동 노동 실태를 언급하며 앤의 고아 시절 이야기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아이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설명하고 있다. 


‘Chapter 1’이 앤의 마음속에 있는 아픔을 다뤘다면, 이후 ‘Chapter 4’까지 이어지는 섹션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앤의 장난스럽고 엉뚱한 모습을 보여준다. ‘Chapter 2 공상가의 방’에서는 이전 섹션의 어두운 분위기와는 다르게 작가 ‘LEEGOC’의 다채롭고 아기자기한 색상의 작품들이 가득 찬 모습을 보여준다. 섹션 한 켠에 마련된 앤의 ‘공상가의 방’을 모티브로 한 공간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소설 속 앤이 되어볼 수 있도록 한다.
앤의 엉뚱한 상상과 밝은 모습을 보여준 섹션들을 지나면, 관람객들은 다시 한번 그녀의 내면의 아픔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Chapter 5 빨강머리’에서는 앤이 빨강머리라는 이유로 주변에서 겪었던 모욕과 차별을 보여준다. 빨간색 벽지 위 거칠고 굵은 글씨의 모욕적인 말들은 앤이 겪었던 불쾌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방 한쪽에 관람객들이 자신의 콤플렉스를 종이에 적어 지우개로 지우고 버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그들이 앤처럼 자신에 대한 선입견에 대해 대항하고 당당해질 수 있도록 한다.
‘Chapter 8 주체적인 여성’에서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현재보다 극심한 시대 속에서도 주체적인 주인공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섹션에서는 ‘Chapter 1’에 참여했던 MAREYKRAP이 앤의 다소 거칠지만 당당한 모습을 미디어 작품으로 표현했다. 그의 뮤직비디오 <I’m Just Me>는 앤이 선글라스를 쓰거나 달리기를 하는 장면 등 활동적인 모습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앤의 당당함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더 나아가 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타파하고자 하는 작가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전시는 관람뿐만 아니라 사진 촬영과 SNS 업로드 목적으로 방문하는 최근 관람객들의 소비 경향에도 알맞은 구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 전시회들은 어렵고 딱딱하다는 선입견을 타파하기 위해 쉽고 익숙한 내용을 다루고 체험형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이 전시 또한 단순히 작품 전시와 그에 대한 의미 전달에 치중하지 않고, 섹션 곳곳에 다양한 인테리어로 이루어진 포토존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경험과 추억을 선사한다.
<내 이름은 빨간머리 앤> 展이 익숙한 소재를 주제로 한 전시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 관객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확실하다. 전시를 보기 전 앤에 대한 기자의 생각은 그저 고집이 세고 장난꾸러기인 소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기자를 비롯한 관람객들에게 앤이 실은 내면에 남모를 아픔을 가졌지만, 누구보다 주체적이고 당당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전시는 이러한 앤의 모습을 통해,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었다. 앤이 자신의 이름 ‘Anne’에 ‘e’를 붙인 것처럼.

전시기간: 2019년 06월 28일(금)~2019년 10월 31일(목)
전시장소: 서울숲 갤러리아 포레
관람시간: 10:00~19:00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성인요금 15,000원

김영진 기자  kyj2901@mail.hongik.ac.kr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