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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 사고와 글쓰기> 김훈기 교수가 추천하는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홍지수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2014

첨단 과학기술의 성과가 그야말로 정신없이 쏟아지고 있다. 인공지능이나 유전자 변형 생명체처럼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문명의 이기들이 일상을 파고든다. 이러한 흐름 속 필자는 한편으로는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여러 자료를 부지런히 탐독하기도 한다. 하지만 잠시 시간을 멈추고 삶을 찬찬히 돌아보며 성찰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이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 가운데 하나가 『월든』이다. 사실 『월든』을 처음 만난 시기는 오래 전인 20대 후반이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개인적으로 삶에 대한 고민이 새롭게 시작되던 때였다. 우연한 기회로 환경단체에서 일했고, 자연스레 생태학과 관련된 읽을거리를 찾다가 눈에 들어온 책이었다. 하지만 조금 훑어보다 금세 덮었다. 숲속에 은둔하며 사는 어느 낭만주의자가 한가하게 쓴 글이려니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를 단순한 낭만주의자라고 여긴 것이 큰 오해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기는 40대 후반이었다. 당시 대학교에서 고전 읽기 강좌를 운영하며 선택한 책이 그나마 익숙한 『월든』이었다. 이번에는 수업 준비 때문에 열심히 완독했으며 관련 논문들도 찾아 읽었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몇 차례 더 완독했다. 읽을수록 감탄스러웠다. 20년 전 눈에 들어오지 않던 구절들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월든』을 읽었고 훌륭한 교양도서로 추천해 왔다. 19세기 미국 북동부를 중심으로 급성장하던 자본주의 시대, 물질문명과 인간의 끝없는 탐욕에 대항하기 위해 홀연히 월든 호숫가로 떠나 2년간 절제된 생활을 실천하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사실 처음 완독했을 때 느낌은 이랬다. ‘꼰대 아냐?’ 과학기술 덕분에 편리한 생활에 익숙해지고 어떻게 하면 안락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을지 늘 걱정하는 나에게 잘못 살고 있다며 계속 훈계하는 투로 서술했기 때문이다. 가령 “집이라는 불필요한 재산을 보유하면 장례비용을 넉넉히 마련한다는 이점밖에 없다”라든지 “인생에서 가장 가치 없는 노년기에 자유를 누리기 위해 인생 최고의 순간인 젊음을 돈 버는 데 허비하는 모습”이라는 문구에서 그랬다. 특히 ”고전을 원어로 읽지 못하는 이들은 인간의 역사에 대해 아주 불완전한 지식을 갖게 된다”라는 대목에서는 반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읽으면서 반감은 경외감으로 바뀌어 갔다. 일단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의식주만 확보하며 사는 절제력이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작가의 남은 시간은 오로지 영적 성숙을 위한 실천뿐이었다. 호수에서의 목욕과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독서와 산책으로 마무리하는 생활이 꾸준히 이어졌다. 

작가는 낮에는 최소한의 식량을 얻기 위해 몸소 농사를 지었다. 또 한 번 감탄한 부분이 바로 농사에 대한 그의 생각과 표현에서였다. 농경은 “성스러운 기술”이며 “콩을 심어 얻는 것은 콩만이 아니다...콩은 어떤 의미에서는 우드척(설치류의 일종)을 위해서 자라지 않는가?”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소로는 무척이나 신중한 작가였다. 그는 1846년부터 집필을 시작해 무려 일곱 차례나 고쳐 쓴 후 1854년에야 『월든』을 출판했다. 수정 과정에서 자연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집중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실제로 『월든』의 후반부에는 호수와 동식물에 대한 박물학자 수준의 섬세한 묘사로 가득하다. 그래서 책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다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월든』에서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영성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이 명확히 제시되지는 않는다. 다만 고귀한 영성에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고독하고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소로가 세상과 등지고 자신만의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은둔형 인간은 아니었다. 책에서 구체적으로 묘사되진 않지만, 소로는 노예제 폐지를 위해 남다른 활동을 펼친 실천가였다. 위험을 무릅쓰고 틈틈이 노예의 탈출을 도와주기도 했고, 과격한 군인 한 명이 노예소유주를 살해하고 무기고를 습격한 죄로 교수형에 처해지기 전날 그를 지지하는 대중연설을 홀로 감행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그가 쓴 『월든』은 내게 잔잔하면서도 거대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정리 김지유 기자  kdj080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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