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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W. Winkler, <밤거리>, 에칭판화, 27.5 x 15.5cm, 1960년. 소장번호: 124.

박물관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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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에서 다루게 될 존 윌리엄 윈클러(John W. Winkler)는 판화가로 유명한 작가이다. 윈클러가 사용한 에칭 기법은 판화 대표적인 기법의 하나로 그림이 새겨질 동판에 밀랍, 역청, 송진 등이 혼합된 에칭 그라운드를 입힌 뒤, 금속 바늘로 형태를 새겨 노출된 부분만 산에 담가 부식시키는 방식이다. <밤거리>에서는 이러한 에칭 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마치 펜이나 연필로 그린 것처럼 자연스러운 선들로 밤거리의 풍경을 표현하였다.

기법적인 부분에서 에칭을 사용했다고 한다면 형식적인 부분에서는 먼저 명암 대비가 부각되어 나타난다. 밤이라는 시간이 배경이기 때문에 그림 안에서는 창문을 통해 빛이 빠져나오는 곳을 뺀 나머지 부분들이 어둡게 표현되어 있다. 물론 어둠 속에서도 반사광을 통한 형태 및 윤곽들이 드러나면서 입체감을 형성하고는 있다. 그러나 그림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두움 속에서의 형태 구분이 아니라 빛과 어둠의 극명한 명암 대비가 나타나는 골목의 중심부이다. 그리고 흑백 대비가 나타나는 골목의 중심부에서 확인되는 사람들을 향해 자연스럽게 시선이 흘러가게 된다. 

한편 그림의 구도는 대각선 구도를 취하고 있는데, 전형적인 수평적 대각선이 아니라 왼쪽과 오른쪽 사선이 기울어져 있어서 일반적으로 그려지는 거리의 안정적인 느낌과는 차이가 있다. 눈에 보이는 바와 같이 작품에서 나타나 있는 거리의 폭은 2-3명이 지나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작가는 비뚤어진 대각선 구도를 사용함으로써 좁은 거리의 느낌과 역동성을 극대화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화면 전경을 탁 트인 공간으로 두면서 답답한 느낌을 사라지게 하였다. 

이와 같은 전체적인 형식하에 그림의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작가의 섬세한 표현력이 잘 드러난다. 그림 속에서는 각자의 일을 끝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보이는 밤거리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재미있는 점은 전경에서 밤거리의 풍경을 살펴보고 있는 누군가의 그림자가 있다는 것이다. 빛의 방향을 고려했을 때 전경에 나타나 있는 사람의 그림자는 분명 작가가 일부러 집어넣은 장치이다. 동시에 이 누군가의 그림자는 자칫 허전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전경을 꾸며주는 역할을 한다. 전체적으로는 답답하지 않으면서도 세세하게는 볼거리가 있는 조화로운 균형감을 이루는 것이 이 그림의 특징이다.

 

※ ‘박물관에 가다’에 소개된 소장품의 이미지는 홍대신문 홈페이지 <문화> 섹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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