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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는 말이야"

초등학생 시절부터 ‘애늙은이’ 같다는 얘기를 꽤 들어왔다. 아이라면 해맑고 희망에 가득 찬 눈빛을 보여야 한다는 지침이라도 있던 건지. 비교적 과묵한 성격에 눈도 또렷하게 뜨지 않던 나의 모습이 ‘세상 다 산 늙은이’ 같았나 보다. 그 단어가 꼭 싫었던 것만은 아니지만 어린 내가 쉽게 납득하긴 어려웠다. 그저 ‘이렇게 생겨먹은 것을 어떡하나’라는 생각뿐이었다.

얼마 전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tvN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을 보게 되었다. MC 2명이 1명의 일반인 회사원을 인터뷰하고 있었다. 인터뷰이는 회사에서 부장 직책으로 근무 중인 20년 차 회사원으로, 인터뷰 중에는 이전과는 달라진 회식 분위기나 자율출근제에 대한 언급이 간간이 이뤄졌다. 이때 방송에서는 토크 사이사이에 ‘라떼는(나 때는) 말이야’라는 등의 자막이나 편집으로 세대 격차를 부각하며 유희를 끌어내곤 했다. 동시에 2000년경 당시 20대였던 배우들의 방송 인터뷰 장면들을 짧게 보여주었는데, 그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다. 20년 전 방송 화면 속의 청년들은 ‘기성세대들은 본인들이 살아온 시대에 우리를 맞추면서 평가하려 하는 것 같아요’라는 등의 언급을 했다. 지금은 40~50대가 된 배우들의 지난 모습들에서 현시대 청년들이 겹쳐 보였다. ‘청년’이란 다 비슷한 걸까.

반면 이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내는 이들의 이야기도 들려왔다. 지난 3일(목)에는 서울캠퍼스 인근 KT&G 상상마당에서 ‘제15회 와우북페스티벌’이 열려 도서 『청년팔이 사회』(2019)를 주제로 한 저자의 강연이 진행됐다. 강연에서 저자는 ‘90년 대생’, ‘N포 세대’ 등 2000년대 후반 이후의 청년을 하나의 세대로 묶어 특정 단어로 호명하여 주목하는 행태에 대해 비판했다. ‘세대주의’는 변화할 수 있는 청년들을 세대라는 고정관념으로 묶어버림으로써 변화 가능성을 삭제하고 청년들의 개별성과 차이를 지운다는 것이다. 분명 ‘청년’이라는 단어 자체가 불러오는 인식이나 편견이 세대 간의 갈등이나 잘못된 일반화를 야기하는 것은 사실이다. 강연에서 저자가 언급했듯이, 청년들이 국회에 입성한다고 해도 그들 각자의 배경에 따라 대의(代議) 하는 집단이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며, ‘청년’이라는 타이틀이 청년들을 대의할 순 없다. 그럼에도 ‘청년’이라는 단어에 꼬리표로 붙기도 하는 정치 무관심과 개인주의, 취업난 등의 정의들은 청년들을 특정 성향으로 동일시해버린다. 이러한 시선이 습관화된다면, 청년들의 목소리는 ‘너네 얘기야 뻔하지’라는 식으로 무시될 수 있으며, 한편으론 청년들 간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되는 가치 있는 담론들이 쓸데없는 다툼으로 치부될지도 모른다. 심지어 유사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이들 간에도 ‘다른 세대’라는 이유로 협력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이는 세대 간의 불필요한 갈등과 소통 단절이라는 비극만을 불러올 것이다.

대학 사회나 학내에서도 ‘학생’이라는 이유로 이들의 목소리나 입장이 한 방향으로 묶여버리는 경우가 잦다. 때로는 이들이 청년이라는 이유로 아직 온전하게 사고하고 결단을 내리기에 미숙한 ‘아이들’이라는 시선이 형성되기도 한다. 평소에는 ‘젊어서’ 부럽다지만, 막상 결단을 내리거나 함께 논의를 하는 순간에는 그저 ‘어린’ 상대로 전락하는 것이다. 물론 학교 측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부서에서 각기 다른 직책을 맡고 있는 교직원 개개인의 의견이 ‘학교’라는 말로 단숨에 일반화될 때가 있다. 이렇다 보니 학내는 학생-학교라는 이분법적 형태로 표상되어 양 측의 흑백논리적인 갈등만이 부각되기도 한다. 또한 학교·학생대표자협의회에서의 대표자 간 협의가 원활했더라도 학생, 교직원들의 불만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이러한 현상을 고려해보자니, 매번 대표자의 역할과 그들의 의견 수렴 능력이 강조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안타깝지만 위와 같은 ‘청년’ 일반화는 우리의 현실이다. 이에 분노가 치밀거나 억울함이 밀려온다면 우리는 차후에 더 나은 기성세대가 되어 청년들과의 소통에 주력하겠다는 다짐을 해야 할 것이다. 과연 지금의 청년들은 다음 세대를 향해 ‘젊은 친구들 말이야 뻔하지’ 등의 말로 그들을 좌절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끝으로 올해 봄 발매된 가수 선우정아의 미니 앨범 <Stand>의 타이틀곡을 추천하고자 한다. ‘쌤쌤(SAM SAM)’!

편집국장 홍준영  (mgs0503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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