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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디자인과 보이지 않는 디자인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 복귀하고 얼마 후 ‘포천(Fortune)’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화제가 되고 있던 애플의 신제품인 컬러플한 아이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가 생각하는 디자인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디자인은 ‘겉모습’을 뜻합니다. 하지만 내 생각엔, 그건 디자인의 의미와 정반대입니다. 디자인은 인간이 만든 창작물의 근간을 이루는 영혼입니다. 그 영혼이 결국 여러 겹의 표면들을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는 겁니다.”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에게뿐만 아니라 일부 디자이너들에게조차 디자인이 무엇인가 내용의 겉모습을 보기 좋도록 치장하는 장식의 역할로 이해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스스로는 디자이너가 아니었음에도 디자인 가치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던 잡스의 통찰력과 사람들의 흔한 오해를 바로잡으면서 그 핵심을 전달하는 언어적 표현능력이 새삼 대단하게 다가온다. 그런 깊은 이해가 있었기에 애플은 디자인을 표피적으로만 활용하지 않았고 인간을 이해하는 인문적 통찰에 기술을 이상적으로 통합하여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지가 그 이후의 인류를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라고까지 표현하게 한 스마트폰의 시대를 열었다.  

우리는 경험적으로 과일의 빛깔이나 윤기 등 겉으로 드러나는 시각적 정보를 이용해 그 과일이 얼마나 잘 익었는지 혹은 얼마나 신선한지 등의 내용에 관한 사실을 능숙하게 유추해낸다. 우리는 또한 안색으로 그 사람의 기분이나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도 하며, 의도적으로 가장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로 사고방식이 자유로운 사람은 평소의 옷차림에서도 그 성향이 드러나고 격식을 선호하는 사람은 옷을 고르고 입을 때도 갖추어 입기 마련이다. 내용이 겉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사례들이다. 

작가나 기자, 학자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글’로 표현하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창작물을 ‘소리’에 담아 전달하듯이, 미술이나 건축 혹은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창작하는 내용을 최종적으로 ‘형태’에 담는다. 최근 들어 디자인이 다루는 분야가 넓어지면서 그 결과물이 예전처럼 시각적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많은 경우 디자인 결과물이 담기는 매체는 형태이고 그 시각 매체를 창의적이면서도 완성도 있게 다룰 수 있는 디자이너의 조형 능력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하다. 하지만 그 시각적 표현형식 못지않은 중요도를 가지면서도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가려져 간과되기 쉬운 부분이 디자인이 담고 있는 내용과 의미이다. 

디자인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성향이나 성격을 사람이 창조하는 인공물에도 심어주는 역할을 하며 그 가장 바깥쪽 레이어인 겉모습을 통해서도 그 의도하는 바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계획한다. 어떤 제품은 무미건조하게 기능만을 수행하지만 어떤 디자인 결과물에서는 경험의 레이어마다 구석구석 사용자에 대한 친절한 배려가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디자인 결과물에서는 위트와 유머, 혹은 의미나 주장이 전달되기도 한다. 만든 사람의 배려나 철학이 전이되어 인공물이 성격이나 영혼을 지닌 창조물로 승격되는 순간이다. 우리가 생활 주변에서 접하는 사려 깊고 책임감 있게 만들어진 좋은 디자인 결과물들은 우리들의 삶의 질을 높여 준다. 마찬가지로 좋은 디자인을 알아볼 수 있는 수용자의 관심과 안목이 자연스럽게 창작의 수준 또한 끌어올린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앞으로는 우리 주변에서 디자인 결과물을 접할 때 눈에 보이는 부분 못지않게 보이지 않는 의도와 숨겨진 배려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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