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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금속으로 따뜻한 추억을 선물하다귀금속 공예 1호 명장 진용석

돌잔치부터 연애, 나아가 결혼기념일까지 사람들은 특별한 매 순간을 형형색색의 금속으로 이루어진 액세서리로 기념하곤 한다. 또한 각종 대회나 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은 참가자에게는 반짝이는 금속 메달과 화려한 트로피가 승리의 기쁨을 전해주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한 형태로 변신한 귀금속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기쁨과 추억을 간직한 채 빛나고 있다. 그러나 이 차가운 금속이 따뜻한 추억과 명예의 상징이 되기까지는 숙련된 기술자의 오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금속을 섬세한 손길로 다루어 사람들에게 따뜻한 추억을 선사하는 우리나라 첫 번째 귀금속 공예 명장, 진용석 명장을 만나보자.

Q. 현재 우리나라 첫 번째 귀금속 명예명장으로 다양한 금속 공예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귀금속 공예가 어떤 일인지 간략한 소개 부탁한다.

A. 귀금속 공예란 금, 백금, 은 등 세상에서 귀하다고 여겨지는 금속부터 텅스텐, 티타늄 등 희귀하고 생소한 금속까지 모두 이용해 각종 도구와 작품을 제작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주로 귀걸이나 목걸이 같은 장신구를 만들지만, 밥그릇이나 접시 등 생활에 밀접한 도구를 만들기도 한다. 또한 상패같이 무언가를 기념하는 물품을 제작하기도 하고, 요즘에는 신라시대 때 왕관과 같은 역사적 유물을 재현하거나 복원할 때도 공예 기술이 쓰이는 등 귀금속 공예 작업 범위는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다.

▲진용석 명장의 귀금속 작품, 레베렌테 홈페이지 제공

Q. 귀금속 공예를 17살 때 처음 시작했다고 알고 있다. 전문적인 일을 시작하기에는 상당히 어린 나이였을 텐데, 어떻게 귀금속 공예를 시작하게 됐나?

A. 우선 당시에는 생계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밖에 없었다. 6·25 전쟁 직후 대다수의 국민은 폐허 속에서 자본력과 기술력 없이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냈는데, 나는 종전 후 몇 년 뒤에 태어났다. 그때 당시 지금과 같은 생활은 기대할 수 없었다. 당연히 대학에 입학하는 것도 매우 부유한 계층을 제외하고는 불가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술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귀금속 공예를 접하게 됐다. 당시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일하지만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근무환경이 열악했음에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작업을 즐겼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3년 동안 금속을 제품의 재료로 만드는 기본적인 기술을 배운 뒤 본격적으로 귀금속 공예 일에 뛰어들게 됐다.

 

Q. 1988년 귀금속 공예 분야에서 최초 그리고 최연소로 명장이 됐다. 34살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본인의 경력과 성과를 인정받은 것인데, 명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A. 기본적인 기술을 배운 뒤, 일본에 귀금속을 수출하는 회사에 입사해 수년을 기술 수련에 몰두했다. 이후 사내 경시대회에서 직접 제작한 반지로 일본인 기술자들을 제치고 1등을 차지했고, 자신감이 생겨 1974년 출전한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직접 제작한 브로치로 1등 상을 받았다. 다음 해 국제기능경기대회에선 2등 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1987년 한국에 처음 생긴 명장 제도에서 명장 자격에 도전해 종합 평가에서 만점 120점 중 115점을 받아 1등을 했다. 그러나 주최 측에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1등 대신 2등 상을 수여하고자 했다. 당시 2·3등을 하게 되면 다음 해에는 명장에 도전하지 못하게 돼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명장이 되기 위해선 당시 수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다음 연도에 명장 자격에 재도전하여 다시 1등을 수상해 대한민국 최초로 귀금속 공예 부분 명장이 될 수 있었다.

Q. 크기가 작은 금속을 다루는 작업인 만큼 제작자의 기술력과 섬세함이 중요할 것 같다. 작업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무엇인가?

A. 귀금속 공예 작업을 할 때는 무엇보다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기본기란 금속을 다듬고 형태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들이 정확한 치수에 따라 이뤄지지 않는다면 완벽한 귀금속을 제작할 수가 없다. 

또한 모든 예술품은 누가 봐도 대칭적으로 정밀도가 어긋나 보이지 않아야 한다. 사람이 좌우가 대칭적이지 않으면 좋은 인상을 남기기 어려운 것처럼, 귀금속 작품 또한 대칭이 정밀하게 맞춰지지 않으면 상품으로서 생명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정밀성과 정확성, 즉 기본기가 기반이 된 제작과정이 갖춰져야 완벽한 제품이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작업해야 한다. 

다루는 금속마다 달리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도 들 수 있다. 가령 백금은 타 금속에 비해 단단해서 세세한 세공이 가능하지만, 금 같은 경우는 백금에 비해 단단함도 덜하고 녹는점도 낮아 이 점을 유의해서 작업해야 한다. 은은 금보다도 녹는점이 더 낮아서 전용 도구와 기술로 다뤄야 한다. 이처럼 각 금속의 특징에 따라 다른 방법으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

 

Q. 귀금속 분야에서 50년에 가까운 세월을 종사했다. 어렵고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함에도 이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

A.  귀금속 공예는 오랫동안 한 자세로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면에서 고되지만, 오랜 시간을 거친 작업으로 이뤄낸 결과물이 누군가의 인정을 받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일례로, 일본에서 예전에 같이 작업했던 동료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 동료가 30년 전 작업한 내 작품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또 부산에서 온 손님이 내 작품을 건네받은 뒤 내 손을 잡고 감사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동료와 손님이 내 실력과 작품을 인정해 줬듯이 타인이 내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을 인정해줄 때 많은 보람을 느낀다. 

또한 귀금속 공예는 금속 다듬기에서부터 설계, 조립, 광내기까지 모든 작업이 제작자 하나의 손을 통해 진행된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끝에 나온 결과물을 바라보면 마음이 깨끗해지고 앞으로도 이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되는 것 같다.  

▲진용석 명장의 귀금속 작품, 레베렌테 홈페이지 제공

Q. 오랫동안 귀금속 분야에 종사한 전문가로서 국내 귀금속 산업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A. 우리나라는 금속 생산량이 적어 재료 대부분을 해외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이때 수입 과정에서 금속에 대한 높은 세금이 부과되고, 이는 최종 귀금속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귀금속 시장의 규모가 작아 발전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해외 시장의 진출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높은 세금과 인건비 등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현재로서는 해외의 귀금속 제품과 가격 면에서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교육적 측면에서는 국내 대학의 귀금속 관련 학과의 개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현장과 적합하지 않은 이론교육만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단순히 이론에만 치중하지 말고 보석 제품 전용 캐드(Computer Aided Design, CAD: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디자인 작업용 프로그램)와 같은 실용·실습 위주의 교육을 통해 전문 기술자 육성에 힘써야 우리나라 귀금속 시장과 종사자들이 해외 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다. 

 

Q. 귀금속 관련 분야에 종사하길 희망하는 본교 학우들에게 충고와 격려의 말 부탁드린다.

A. 귀금속 관련 학과 학생의 80% 정도는 전공 관련 일에 종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집안의 재력이 받쳐주지 않는 이상 개인 공방을 차리거나 사업을 하기에는 더욱 어렵다. 그럼에도 한국의 기술자는 여전히 강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귀금속 공예로 유명한 일본에서 활동하는 기술자들의 상당수가 한국인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도 이런 기술자들과 기술을 배우길 희망하는 사람들을 연결하여 지원해주는 도제 교육 제도(수공업 기술자 양성 제도)를 운용하고 있기도 하다. 귀금속 업계가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열정이 있는 사람은 실제 작업 현장에 적합한 교육과 지원을 받으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갖길 바란다. 노력과 희망, 열정이 똘똘 뭉쳐진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김영진 기자  (kyj290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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