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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우 영감, 하늘의 별이 되다> 展서민에 의한, 서민을 위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고바우 영감’을 떠올리며

1958년 1월 23일(목) 발행된 어느 만평을 소개한다. 일반 똥지게꾼들이 경무대(현 청와대)에서 나온 똥지게꾼을 보며 “귀하신 몸”이라고 부르며 허리를 굽신거리며 인사한다. 이에 고바우 영감이 옆에 있던 이에게 “저 어른이 누구냐”고 묻자, 그는 “경무대에서 똥을 치우는 분”이라고 대답한다. 당시 이승만 정권의 독재 정치가 극에 달하자, 작가는 만평으로 대통령 집무실의 똥을 치우는 사람마저 권력을 쥐고 있다고 비판한다. 위 4컷 만평이 발행되자, 작가는 경찰의 심문을 받으며 곤욕을 치른다. 하지만 해당 사건 이후 한국언론의 만평은 단순 만화를 넘어서 정통 저널리즘(Journalism)의 단단한 한 축으로 성장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렇게 한국 만평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김성환 화백은 지난 9월 8일(일) 향년 87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이에 우리 나라 만평계에 한 획을 그은 김성환 화백의 타계를 추모하고자 <고바우 영감, 하늘의 별이 되다> 展이 개최되었다. 김성환 화백은 1950년대부터 2000년까지 대한민국의 역사적 굴곡을 4컷 만평 <고바우 영감> 시리즈로 그려냈다. 앞서 소개한 만평도 <고바우 영감> 시리즈 중 하나이다. 故 김성환 화백의 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 때문에 그의 만평은 위 사건 이후에도 언제나 권위주의 정권의 감시 아래에서 발행되었다. 특히 박정희 정권 때는 그를 둘러싼 권력의 압박이 더욱 심해졌다. 1963년 「AP통신」의 ‘말을 함부로 못 하게 된 한국인’ 보도 등 김성환 화백에 대한 해외 언론의 주목 덕에 그는 고문이나 구타와 같은 공권력의 물리적 폭력은 피할 수 있었지만 끊임없는 미행과 취조가 계속해서 그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는 정권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1970년 11월 21일(토) 또 하나의 대표작을 세상에 내놓는다. 고바우 영감이 먼발치 떨어진 거리에서 대학생들이 “근로조건 개선하라”라고 쓰여 있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러자 경찰이 몽둥이로 행진하던 학생들을 때린다. 고바우 영감이 그 경찰에게 다가가 “노동청서도 개선한다고 한 건에 왜 때리는 거요?”라고 묻는다. 경찰은 고 영감에게 “이걸 보여주려 했다”라면서 몽둥이에 적힌 “개선한다. 알간?”이란 글귀를 보여준다. 위 만평 내용을 이해하려면 1970년 11월 13일(금)에 발생했던 ‘전태일 분신 사건’의 전후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70년대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에 저항하던 전태일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나서야 사회는 노동 문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에 박정희 정부가 근로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나섰지만 이후 구체적인 대책 수립에 소홀한 채 대학생들의 대책 수립 요구를 폭력으로 무마하려했다. 이에 김성환 화백은 해당 만평을 통해 고바우 영감의 목소리를 빌려 권력의 반인권적 행동 양상을 비판하고자 했다. 이외 작품에서도 그는 고바우 영감을 통해 약자의 편에 서서 권력을 비판하는 저널리스트(Journalist)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김성환 화백의 활약상은 주춤하게 된다. 그의 타계를 알리는 여러 기사에서도 김성환 화백의 기록은 80년대 이전에 머무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1980년대 이후 「경향신문」의 故김상택, 「한겨레」의 박재동 등 다른 언론사 만평 작가의 영향력이 커지며 김성환 화백이 만평계에서 차지했던 존재감이 이전보다 수그러들었다는 평가가 있다. 또한 4컷 만평 자체가 90년대 민주화를 거친 이후 퇴보하기 시작한 것도 원인 중 하나이다. 민주화 이후 본격적으로 ‘한 컷 만평’이 등장하며 4컷 만평의 위상은 이전보다 낮아지게 된다. 김성환 화백이 90년대 이후 새로워진 사회적 경향을 간과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그가 민주화 이후 비대해진 자본 권력을 이전처럼 가감 없이 비판하지 못하고 페미니즘(Feminism) 등 다양해진 사회적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해 아쉽다고 말한다.
<고바우 영감, 하늘의 별이 되다> 展에서는 앞서 소개된 만평이 다수 실린 역대 만평집과 그의 만평이 담긴 병풍, 도자기 등 여러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전시에서는 그가 은퇴 직전 남긴 김대중 전(前)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관련 만평 등 많은 대중이 알지 못했던 비교적 최근 작품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서민의 목소리로 권력을 비판하며 우리 만평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평가받는 김성환 화백의 발자취를 기념하기엔 전시품이 적은 편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든다. 
<고바우 영감>의 故김성환 화백. 그의 위상을 뛰어넘어 소신 있는 비판 정신과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해진 목소리가 작품에 잘 녹아들게끔 할 만평 작가를 또 언제쯤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전시기간: 2019년 9월 10일(화) ~ 2019년 10월 31일(목)
전시장소: 국립중앙도서관 
관람시간: 09:00~18:00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월요일/일요일을 제외한 관공서의 공휴일 휴관)
관람요금: 무료

 

박주형 기자  timpark0912@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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