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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무더위만큼 뜨거웠던 ‘자사고 존폐’ 논란'이상적인 교육'이라는 같은 목표와 이를 달성하는 다른 방법들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점을 넘어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된 서울 동성고등학교의 모습이다.

“학교가 아니라 전쟁터라고 했어 안 했어!” 이는 지난겨울 최고시청률 23.8%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JTBC 드라마 <SKY 캐슬>의 명대사 중 하나다. <SKY 캐슬>에서 학생들은 일명 ‘피라미드 꼭대기’라 불리는 명문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전쟁과 같은 입시경쟁을 펼친다. 실제로 대한민국에서는 높은 교육열로 인해 청소년들이 과도한 입시경쟁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대한민국 입시제도의 중심에는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가 있다. 최근 자사고의 존폐는 교육개혁의 화두였으며, 사람들은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져 팽팽한 대립구조를 이루었다. 이에 본지는 올여름 대한민국을 뒤흔든 ‘뜨거운 감자’, 자사고에 대해 파헤쳐봤다.

자사고, 너는 누구냐
자사고는 교육과정과 학사 운영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학교별로 다양하고 개성 있는 교육과정을 실시하는 고등학교다. 따라서 자사고로 지정되면 정부의 보조금이 지원되진 않지만, 학생 선발, 교과과정 등이 학교 자율에 맡겨져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게 된다. 자사고의 등장 배경에는 2002년부터 시행된 「고교평준화제도」가 있다. 제도가 시행된 당시, 공교육이 교육의 획일성을 일으킨다는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방식의 교육이 가능한 ‘자립형 사립고등학교’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후 이명박 정부 때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와 같은 성향인 ‘자율형 사립고등학교’가 등장해 2010년 12월엔 50개교가 자사고로 확장 지정되었으며, 2011년에는 기존의 모든 자립형 사립고등학교가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로 전환됐다. 그 결과 현재 전국에 43개의 자사고가 운영 중이다.
한편 현재 5년마다 자사고 지위 유지 여부를 평가하는 ‘운영성과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운영(5점) △기초교과 편성 비율(5점) △전출 및 중도 이탈 비율(4점) 등 32개의 지표에 따라 △매우 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의 5등급으로 점수가 배점되는 식이며, 모든 평가지표의 점수 총점이 기준점(2019년 기준 서울시 등 70점, 전북 80점)을 넘지 못하면 자사고 지정이 취소된다. 올해는 지난 7월 9일(화) 전라북도 상산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진행된 자사고 24곳의 운영성과평가 결과 발표가 진행됐다. 그 결과 서울 동성고등학교 등 13개교는 평가 기준을 넘었지만, 상산고등학교, 해운대고등학교 등 11개 학교가 운영성과평가 결과 기준점을 넘지 못해 자사고 지정취소 판정을 받았다. 이에 자사고 폐지와 유지를 두고 엄청난 논란이 일어났다. 지난 7월 22일(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서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에 대한 국민 여론 조사에서 자사고 폐지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1%로 과반수의 결과가 나왔다. 반대의 의견은 37.4%, 모름·무응답은 11.6%였다. 물론 찬성과 반대의 격차가 존재하지만, 37.4%라는 수치는 결코 무시할 수치가 아니다. 자사고 존폐 논란이 이렇게 팽팽히 대립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자사고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고교 서열화 조장 vs 하향 평준화 보완
자사고 폐지를 찬성하는 측은 주로 자사고를 ‘교육계의 황소개구리’라 칭한다. 자사고는 학교 간의 격차를 유발하며, 이로 인해 고교 서열화를 증가시키고 사교육을 증대해서 공교육을 발전시킬 수 없다는 의견이 그 중심에 있다. 본래 자사고의 설립 취지는 교육의 획일성을 보완하고 특수 분야에 전문성을 높이기 위함인데 오늘날의 자사고는 고교 서열화를 조장하는 입시 전문기관으로 변질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7년 서울대학교 합격자 중 자사고는 18.7%였고, 외국어고등학교(이하 외고) 및 특성화고등학교 출신의 입학생은 15.7%, 순수 일반고의 비율은 53%였다. 당시 전체 고등학교에서 자사고 학생 수의 비율이 약 2%임을 고려한다면 자사고 출신 학생들이 인원수에 비해 현저히 높은 명문대 입학 비율을 차지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자사고의 비싼 등록금 문제도 지적받고 있다. 자사고 학비는 1년에 일반고 3배가량 되는 약 천만 원으로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하는 사회적 기본권인 교육의 공공성과 공정성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이로 인해 자사고를 ‘귀족학교’라 칭하는 이들이 많다. 경제적 능력과 성적을 갖춘 사람만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기에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자사고가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들은 자사고 등 특수목적 고등학교들의 존재로 인해 교육과정의 다양화가 일어나고, 이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 기회가 확대된다고 주장한다. 자율권을 가진 사립고가 확대되면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교육을 자유롭게 실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사고는 획일적인 교육을 해소하고 외국어 등 전문적인 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이를 폐지할 경우 교육에 대한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사고 폐지를 찬성하는 측의 주장인 ‘고교 서열화’에 대해서는 오히려 ‘고교 평준화’ 실행 이후에 따라온 하향 평준화를 보완하기 위한 좋은 정책이라며 맞받아쳤다. 모든 학생이 비슷한 수준의 수학능력을 갖출 수 없기에 수학능력의 차이, 진로의 차이에 따라 다른 수준의 교육이 제공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자사고는 무작위 배치가 아닌 지원과 합격을 통해 입학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학생들은 스스로 선택한 학교에 대한 긍지를 갖고 공부할 수 있으며, 교사들도 교육 연구를 하는 등 면학 분위기를 조성해 교육 발전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학부모들은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었을 때 일어날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자사고는 일반고와 학비가 약 3배 차이 나는데, 자사고 시절 비싼 등록금으로 지어진 시설과 프로그램들이 일반고로 전환된 후 들어온 학생들이 사용한다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끝나지 않는 싸움, 이제는 법정으로…해결책 있을까?
이런 논란 가운데, 지난 7월 26일(금) 상산고등학교는 전북교육청의 지정 취소 결정을 교육부가 동의하지 않아 자사고로 남게 되었다. 뒤이어 부산 해운대고등학교와 안산 동산고등학교도 8월 28일(수) 각각 부산지방법원과 수원지방법원에서 지정 취소 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게다가 8월 30일(금) 세화고등학교를 포함한 서울의 8개 자사고가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모두 인용해서, 행정소송이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자사고 지위를 한동안 유지하게 되었다. 그 결과 올해 자사고 지위를 잃은 학교는 스스로 일반 고등학교 전환을 신청한 △서울 경문고등학교 △전북 군산 중앙고등학교 △익산 남성고등학교 △대구의 경일여자고등학교로 교육 당국에 의해 당장 자사고 지위를 잃는 곳은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완전한 유지가 아닌 ‘보류’이므로, 행정소송이 마무리될 때의 상황은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
내년에도 서울 자사고 9곳을 포함해 전국 16개 자사고를 대상으로 운영성과평가가 이뤄질 예정이다. 또한 내년에는 외고, 국제고등학교를 포함한 기타 특수목적 고등학교의 심사도 계획되어있다. 이에 본교 교육학과 A 교수는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 예견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종교계와 과학계 등 특수한 시스템이 필요한 고등학교만을 자사고로 지정해 운영 중”이라며 자사고 시스템에 대한 명확한 정책평가와 시스템 재설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제도 설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정책 추진에만 급급해 논란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A 교수는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익이 가야 한다’고 주장한 미국 철학자 존 롤스(John Rawls, 1921~2002)의 ‘정의론’을 내세우며 국내 교육의 전반적인 개선점을 역설했다. ‘정의론’의 제1원칙에서는 ‘모든 사람이 기본적인 자유와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교육도 마찬가지로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북유럽의 경우에는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는 북유럽 정도는 아니더라도 “10년 후를 내다보고 ‘이상적 교육’이라는 상위가치를 교육 관계자들이 같이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뜻을 전했다.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자사고가 고교서열화를 조장해 올바른 교육이 이뤄지지 못한다고 말한다. 반면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은 자사고가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 교육의 발전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자사고 존폐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 모두 ‘이상적인 교육’이라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각자의 입장을 지나치게 고수한다면 공동의 목표에 도달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들은 자사고의 존폐에 대한 의견 제시를 넘어 대한민국 고등교육 자체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즉, 모든 학교가 ‘가고 싶은 학교’, ‘가도 되는 학교’가 되어 학생이 어떤 학교를 선택해도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교육 당국은 고교학점제 등을 통한 교육과정 선택 다양화를 고려하면서 지역 안에서 선호, 비선호 학교들의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학습권이 골고루 보장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자사고의 설립이유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그 목적에 맞는 운영방침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백상민 기자  catmin97@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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