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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개미지옥’ 알고리즘에서 빠져나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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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SBS D포럼이 열렸다. D포럼은 민주주의(democracy), 다양성(diversity), 데이터(data), 존엄(dignity)과 같이 현대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하며 지식과 영감을 교류하는 행사이다. 그동안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 소설가 알랭드 보통 등 세계적인 연사들이 이 포럼에 초청되어 우리의 시야를 세계와 미래로 넓혀주었다.   

올해 SDF의 주제는 ‘변화의 시작 : 이게 정말 내 생각일까?’였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우리는 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는 풍성한 세계에서 살아가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많은 사람이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미디어는 민주주의를 밝은 미래로 이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오히려 진영 간의 갈등이 더 심해지고 서로를 점점 더 혐오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번 포럼에 강연자로 나선 기술사회학자 제이넵 투팩치는 개인의 생각에 영향을 미쳐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비판하였고, 언론가 이브 펄먼은 분열과 분쟁을 부추기는 미디어에서 벗어나는 대안으로 대화 저널리즘을 제안하였다.  

먼저 제이넵 투팩치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가 가지고 있는 추천 알고리즘이 단순히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것을 추천해주는 것을 넘어서서 사용자를 그 페이지에 더 오래 묶어놓기 위해 고안된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일단 클릭해서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추천 알고리즘은 사실 회사의 광고 수익을 높이기 위한 전략인데, 그 목적을 위해 인공지능은 흥미로운 것에 이끌리는 인간의 본성을 이용하여 더 자극적이고 더 극단적인 정보로 사용자를 유혹한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우리의 관심사는 더 좁아지고 가치관은 더 강경해진다. 동질적 집단 내부의 결속은 더 공고해지지만, 의견의 양극화가 심해져서 집단 간의 갈등은 더 격화된다. 심지어 디지털 미디어가 조장하는 갈등은 경기 시간도 없고 심판도 없는 권투시합 같아서 끝없이 서로를 향해 주먹질을 하게 만든다. 디지털 미디어 회사들은 그 시합이 끝나지 않아야 계속해서 광고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사각의 링 안에서 피 흘리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젠더 갈등, 세대 갈등, 정치 갈등이 심해져서 급기야 상대편이 바보 아니면 괴물로 보이고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존재들로 느껴진다면, 그때는 곧 제이넵 투팩치가 말한 그 권투 경기장에서 스스로를 구해내야 하는 때인 것이다. 우리에게는 소통과 화해의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이브 펄먼은 미국에서 대화 저널리즘(dialogue journalism)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고 동의하는 것만 계속해서 보여주고 자신과 다른 생각은 차단하는 인터넷 미디어에 의해 이른바 필터 버블(filter bubbles) 현상에 갇힌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트럼프 지지자와 트럼프 반대자가 만나서 상호 존중에 입각한 대화를 나눈다. 사람들은 ‘상대편에 대해 무엇을 알고 싶나요?’, ‘상대편이 이쪽에 대해 무엇을 알았으면 좋겠습니까?’, ‘상대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상대편은 이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한다고 생각하나요?’와 같은 질문을 받고 서로 대화를 나눈다. 대화의 결과로 지지자가 반대자로 돌아서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큰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말을 경청했으며 상대방에 대한 선의와 신뢰가 생겼다고 했다. 

SDF의 강연들은 모두 유튜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 개미지옥에 빠지는 것을 조심하면서 유튜브에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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