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야구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야구전문기자 이용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야구는 공이 득점을 결정하지 않는다…사람이 들어와야 점수가 새겨진다. 공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야구는 인본주의(Humanism)다”- 『야구의 인문학9』 中

국민 스포츠 야구. 사람들이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관중들이 150km/h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 그렇게 빠른 공도 거뜬히 담장 밖으로 쳐내는 타자에 열광해서일까? 많은 이들이 야구의 화려한 볼거리에 주목할 때, 여기 야구의 본질적 가치에 주목하는 이가 있다. 이용균 야구전문기자는 다른 종목에선 볼 수 없는 ‘희생’이라는 공식 기록이 야구의 공동체주의적 성격을, 홈플레이트(Home plate)는 가족주의적 가치를 상기시킨다고 말한다. 

국가 대항전 <프리미어 12> 개막을 목전에 두고 야구 열기가 식지 않은 가을. 이용균 야구전문기자와 함께 야구의 사람 냄새 나는 매력에 더 깊숙이 빠져보자.

Q. 야구전문기자는 특정 야구 경기가 열릴 때 경기장에서 해당 경기와 관련된 기사를 작성하는 직업인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지에 대해선 모르는 이들이 많다. 야구전문기자로서의 일상을 자세히 듣고 싶다. 

A. 시즌 중 아침에는 메이저리그(Major League) 경기 결과 등 관련 정보를 살펴본다. 특히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인 류현진·추신수·최지만 선수의 경기 기록이나 세 선수와 관련된 화젯거리를 집중적으로 찾아본다. 특이 사항이 있으면 이 과정에서 기사를 작성하기도 한다.

오후에는 KBO(Korea Baseball Organization· 한국야구위원회) 리그 평일 경기가 보통 저녁 6시 30분에 시작되기에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야구장에 도착한다. 직후 홈팀과 원정팀의 주요 선수와 감독 인터뷰 등을 진행하며 해당 경기와 관련된 여러 사안을 취재한다. 경기가 시작되면 기자석에서 경기를 보며 경기 상황을 지속해서 확인한다. 경기 종료 후 경기 결과 등 경기에서 일어난 상황을 포함해 취재가 완료된 정보를 토대로 기사를 완성한다. 저녁 경기는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때도 경기 상황을 놓치면 안 되기에 경기 내내 기자석에서 움직이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체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 건강이 안좋아지기도 한다. 또한 저녁에 휴식을 취하는 다른 직업인들과 달리 야간에 일이 많아 인간관계가 동료 기자들로 제한적이게 된다. 다만 인물이나 제도에 대해 비판적 성격의 기사를 주로 쓰는 정치·사회부 기자들과 달리 대중과 웃으며 공감할 수 있는 기사를 많이 쓸 수 있는 것이 이 직업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용균 기자의 취재 과정/이용균 기자 제공
▲이용균 기자의 취재 과정/이용균 기자 제공

Q. 칼럼 모음집 『야구의 인문학9』 와 소설 『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 등 야구 관련 저서를 다수 집필하고 스포츠 토크쇼 <이광용의 옐로우카드 3>(KBS)·오디오 클립 <이용균의 야구학개론> 등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야구의 인문학9』에선 야구로 사회 이슈를 풀어내는 칼럼이 인상적인데, 이와 같은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야구전문기자로서 야구에 대해 대중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기존의 신문 기사는 제한된 분량 등 야구의 가치를 전하는 데 여러 제약이 있다. 최근에는 오디오 클립이나 TV 토크쇼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야구의 매력을 이전보다 쉽게 전할 수 있는 것 같다. 야구전문기자가 되겠다고 했을 때, 지인들로부터 야구전문기자가 언론인의 사회적 소명인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할 수 있겠냐는 비아냥을 들었다. 처음에는 그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그러나 오디오 클립이나 TV 토크쇼에 출연하며 야구로 사회 문제를 풀어내는 것은 그들의 질문에 “야구도 사회를 의미 있게 바꿀 수 있다”라고 자신 있게 답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광용의 옐로우카드3> 속 이용균 기자(오른쪽)/이용균 기자 제공
▲<이광용의 옐로우카드3> 속 이용균 기자(오른쪽)/이용균 기자 제공

Q.세상의 모든 일은 야구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고 보는 ‘야구환원론’을 강조한다. 그만큼 사회 속 야구의 가치를 높게 보는데, 야구의 사회적인 의미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먼저 야구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회 문제를 쉽게 풀어 설명하면서 구성원이 각종 사안을 쉽게 이해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더불어 야구는 우리 사회가 알아두어야 할 가치를 상기시킨다. 지금 한국 사회는 한마디로 ‘지면 안 되는 사회’로 보인다. 어떠한 경쟁에서든 패배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야구는 패배를 두려워하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질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야구 선수나 팬들은 여러 경기를 치르며 직·간접적으로 패배하는 경험을 겪는다. 그들은 이 과정을 통해 패배를 성장의 디딤돌로 삼는 법을 깨닫게 된다. 즉, 선수나 팬들은 자신의 팀이 경기에서 졌을 때 느낀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가며 내면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야구는 많은 이들의 ‘회복 탄력성’을 키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선수들은 중요한 경기에서 패배했을 때 자신을 성찰하며 각오를 다지는 계기로 삼기도 한다. 2013년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패배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 소속 박병호 선수가 생각난다. 박병호 선수는 당시 경기에서 극적인 동점 홈런을 치며 맹활약했지만, 그가 속한 팀은 5차전에서 패배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해당 경기가 끝나고, 그는 인터뷰에서 “그때, 시즌 마지막 날 한화전(넥센의 2013년 정규 시즌 최종 순위가 결정된 경기) 때 내가…, 쳤어야 했는데…”라고 밝힌 바 있다. 박병호 선수는 자신이 활약한 경기보다 부진했던 이전 경기를 곱씹고 있던 것이다. 박병호 선수의 그때 목소리엔 다음 시즌을 향한 당찬 각오가 묻어나 있었다. 선수들과 팬들의 성장을 보며 사회 구성원 모두가 패배를 어떻게 활용할지 일종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전(前) 감독과 이용균 기자/이용균 기자 제공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전(前) 감독과 이용균 기자/이용균 기자 제공

Q. ‘야구 환원론’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면 야구 외에 다양한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져야 할 듯 하다. 이를 위해 따로 준비하는 방법이 있는가?

A. 국문학 전공자로서 평소에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읽는 편이다. 요즘엔 이북(e-book)을 활용해 책을 더욱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셀 수 없는 양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독서는 정보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양질의 스포츠 기사를 쓰는 외신을 많이 참고한다. 뉴욕 타임스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에서 발행된 기사를 꼼꼼히 확인한다. 특히 외신의 스포츠 분석 기사를 상세히 읽으며 향후 칼럼 작성의 지침으로 삼기도 한다. 신문 읽기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기자들이 공들여 쓴 칼럼·오피니언, 각 언론사가 다방면으로 준비해 발행하는 기획 기사도 생각을 정교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더불어 기자로서 중요한 정보를 메모 혹은 스크랩하는 습관을 꾸준히 지켜나가고 있다.

Q. 이번 2020 KBO 신인 지명부터는 대졸 선수를 1명 이상 의무적으로 선발해야 하는 제도가 시행되었지만, 오히려 작년 대졸 지명 선수 19명에 비해 1명 줄어든 지명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대학 야구의 위기’라고 진단한다. 고사 위기에 처한 대학 야구를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있을까?

A.  프로 구단으로선 대졸 선수를 지명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감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각 구단은 갓 지명된 신인 선수를 제대로 된 프로 선수로 육성하는 데 긴 시간을 투자한다. 그러나 대졸 선수는 고졸 선수에 비해 이른 군 입대 시기 등으로 구단의 선수 육성에 어려움이 따른다.

해결책으로는 프로 구단이 대졸 선수 지명의 당위성을 가질 토양을 다지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먼저 대학 야구부 선수를 위한 대학 내 커리큘럼 개선이 필요하다. 스포츠 생리학 등 야구계 현장에 필요한 과목 위주로 야구부원 맞춤형 교육이 강화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야구부 선수들이 조별 활동 등을 통해 여러 학문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확충되어야 한다. 고졸 선수들의 인간관계는 보통 야구계에 속한 사람들로 한정된다. 대학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과 만나는 기회는 야구부원들의 협업 능력을 키워 이들이 프로 구단 등 사회에 진출할 때 적응력 면에서 효과적일 것이다. 결정적으로 관중들의 호응을 불러일으킬 대학 야구만의 매력이 발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 야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치가 있다면 관중 수 감소 문제는 해소되지 않을까. 덧붙여 대학 야구 선수 개개인에게는 프로 지명 전 군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 것을 제안한다.

 

Q. 야구전문기자 등 스포츠 기자를 꿈꾸는 본교 학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린다.

A. 앞서 말했듯 다독을 하는 습관은 무엇보다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를 꿈꾸는 이들이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골고루 많이 읽는 일을 잊지 말고 지켜주었으면 한다. 더불어 후배 기자들에게 항상 하는 조언을 전해주고 싶다. “공만 쫓아다니지 말고 공을 움직이는 사람에 집중하라” 사람에 집중할 때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그제서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구전문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은 ‘야구는 사람이 들어와야 점수가 새겨진다’라는 구절을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그만큼 야구는 사람 중심의 스포츠다. 스포츠 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공을 넘어 ‘사람’을 볼 수 있는 기자가 되길 바란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