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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인종, 재능을 초월한 스포츠의 마법

‘불가능은 없다’ 스포츠 영화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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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스포츠를 드라마 혹은 인생에 비유하곤 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매우 큰 열세를 보이던 팀이 보란 듯이 강팀을 격파하며 이변을 연출하는 모습이나 부상, 부진 등 온갖 시련을 겪으며 내리막길을 걷던 선수가 부활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모습, 팀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인생사가 만들어내는 휴머니즘 드라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이런 드라마는 당사자의 국적, 인종, 재능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점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래에서 소개할 3편의 영화는 각각 프로 선수와 국가대표, 스포츠팀 운영자의 입장에서 만들어내는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다. 과연 이 영화들은 어떤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주려 하는 걸까? 그리고 이 영화들을 공통으로 꿰뚫고 있는 내용은 무엇일까?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슈퍼스타 감사용>(2004)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전(前) 한국프로야구 투수 감사용(1957~)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감사용은 직장 생활을 하며 야구를 가끔 즐기는 정도였던 평범한 인물이었지만, 왼손잡이 투수를 찾던 ‘삼미 슈퍼스타즈’ 팀의 눈에 들어 프로 무대에 데뷔하게 된다. 그러나 삼미는 리그 최하위 팀이었고, 감사용은 매 경기 ‘패전 처리 전문 투수’로나 등판하며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비운의 투수가 되어갔다. 그러던 중 리그 1위 팀인 ‘OB 베어스’의 ‘20연승의 에이스’ 박철순과의 경기가 예정되고, 팀원들이 서로 나서지 않겠다고 미룬 끝에 결국 감사용이 선발로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모든 이들이 입을 모아 박철순의 압도적 우세를 점쳤지만, 감사용은 박철순과 대등한 경기력을 보이며 모두를 놀라게 한다. 이에 팀 동료들은 감사용의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온 힘을 다하지만, 결국 감사용은 역전 홈런을 허용하며 승리를 거두는 데에는 실패한다. 보통 스포츠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주인공이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매우 강하거나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이 영화는 평범한 소시민적 모습이 등장인물에 잘 투영되어 있어 보는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1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는 감사용의 모습과 그의 승리를 위해 단합하는 팀원들의 모습도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작품의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간다”라는 명언은 작품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후 감사용은 그토록 바라던 1승을 거뒀다’라는 자막과 연결되어 감상하는 이들에게 긴 여운을 준다.


<슈퍼스타 감사용>이 평범한 이들이 만들어낸 잔잔한 모노드라마에 가깝다면, <쿨 러닝(Cool Running)>(1993)은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이들이 만들어내는 스포츠 시트콤이라고 할 수 있다. 동계 스포츠와는 전혀 접점이 없는 ‘자메이카’라는 나라의 네 청년은 봅슬레이 국가대표라는 꿈을 가지고 훈련에 매진하지만, 주변의 시선은 냉랭하기만 하고 오히려 그들을 ‘멍청한 작자들’이라며 비웃는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캐나다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본선에 참가한 주인공들은 3차 시기에서 봅슬레이가 부서져 실격 처리되었음에도 부서진 봅슬레이를 들고 결승점까지 걸어가 완주하면서 일반 관중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도전을 비웃고 반대하던 이들에게도 박수갈채를 받는다. 동계스포츠의 종주국 중 하나인 스위스 대표팀의 구호를 따라 하다가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자 주인공들은 “자메이카 사람은 자메이카 사람답게 해야지”라며 팀 구호를 "리듬을 타자! 라임을 타자! 신나게 봅슬레이 탈 시간! 쿨 러닝!(Feel the rhythm! Feel the rhyme! Get on up, it‘s bobsled time! Cool Runnings!)”으로 바꾸고 좋은 성적을 거둔다. 이러한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은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또한 등장인물들은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자칫 경기 묘사에만 치우쳐 지루해지기 쉬운 스포츠 영화의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그들의 밝은 모습은 ‘스포츠는 즐기는 것’이라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앞선 두 작품이 선수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면, <드래프트 데이(Draft Day)>(2014)는 그 선수들을 지명하는 단장, 스카우트 등 프런트(Front Office)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미 최대 스포츠인 미식축구(NFL)의 빅 이벤트라 할 수 있는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미식축구팀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단장 ‘써니’는 우여곡절 끝에 획득한 1순위 지명권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고민 끝에 써니는 다른 이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카우트와 팬들 등 다른 이들이 극찬하던 쿼터백* ‘보 캘러한’이 아닌 ‘본테 맥’을 지명하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다. 그 이유는 캘러한이 쉽게 흥분하는 성격이라 그의 포지션(쿼터백)과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구단주와 스카우트들은 격분하지만, 그 덕에 원했던 선수들을 지명해내며 오히려 칭송받게 된다. 이 영화는 선수들만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라 프런트 등 구단을 운영하는 이들 역시 드라마의 당당한 주역 중 하나임을 일깨워준다. 또한 프런트만이 중심이 아닌 선수의 성장 배경 및 특성 등도 영화 내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드래프트를 할 때 어떤 기준으로 선수를 뽑는 걸까?’라는 팬들의 궁금증에도 답하고 있다. 영화는 다른 이들의 평가나 타 구단 단장들의 회유 등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자기 생각이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장의 모습을 비추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공은 둥글다’, ‘필드 안에서는 누구나 공평하다’ 등 스포츠계의 명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명확하다. 무엇이든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는 절대로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3편의 영화도 그러하다. 어느 누가 패전처리 투수가 리그 최고의 에이스와 대등하게 맞서고, 열대 지방 국가가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며, 1순위 지명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선수 대신 다른 선수를 지명하리라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이 스포츠의 묘미이고, 이로부터 느껴지는 카타르시스에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만일 당신이 하려는 일에 누군가가 “과연 되겠어?”라며 가능성을 의심한다면, 지긋이 웃어 보이며 이렇게 말해보자. “It ain’t over till it’s over(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쿼터백(Quarterback): 미식축구의 포지션 중 하나로, 모든 공격 플레이에 관여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냉철한 판단이 주요 덕목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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