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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 크루거 : Forever>展텍스트로 보는 ‘우리가 사는 세상’

오늘날 사진과 텍스트의 과감한 결합은 자연스러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법의 시작이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1945~)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바바라 크루거에게 텍스트는 그의 메시지를 전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작품의 일부이다. 그는 대중적인 명언, 정치 문구 등으로부터 유래된 풍자적인 글을 사진에 덧붙임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그는 사진을 직접 찍기보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기존의 광고물, 신문, 잡지에 사용된 것을 차용해 그 의미를 재구성한다. 즉, 작가는 아이러니하게도 일상에서 접하는 문구와 매체를 통해 우리가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 구조적 모순과 불평등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대체로 사회구조, 권력, 욕망의 메커니즘 등 사회적인 메시지에 큰 의미를 둔다. 이번 <바바라 크루거 : Forever>展은 작가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으로 그의 1980년대 주요 작품과 최근까지의 작업, 더불어 최초로 한글을 이용한 설치 작업까지 선보인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Untitled(Forever)>이라는 제목의 거대한 작품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커다란 방의 모든 면을 빼곡히 채우는 수많은 흑백의 텍스트들은 관람객들을 압도하고, 그들을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한다. 마주하는 두 벽에는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1882~1941)의 『자기만의 방』의 문장이, 바닥에는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의 『1984』에서 인용한 문장이 적혀있다. 마치 볼록 거울로 비춘 듯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인용문은 ‘당신(You)’이라는 단어로 단번에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다. 해당 작품에서 작가가 사용하는 평서문 또는 고발문 톤의 ‘당신(You)’와 ‘우리(We)’라는 대명사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저항의 의미가 담겨 있다. 또 작품 앞에 선 관람객들은 대명사가 지칭하는 그 대상이 무엇일지 생각하며 순식간에 그의 작품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작가는 ‘당신(You)’의 대상이 보는 사람에 따라 바뀐다는 점에 주목했고 관람객들이 이 글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기를 의도했다. 여러 방향으로 적힌 문장들을 읽기 위해 관람객들은 작품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하는데, 이러한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텍스트에 대한 새로운 체험을 선사한다. 
이어 볼 수 있는 <당신의 몸은 전쟁터이다(Your body is a battleground)>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후 진행된 그의 모든 작업의 기초가 되는 이 작품은 1980년대 컴퓨터와 디지털 프린터가 개발되기 이전 수작업으로 오려 붙여 완성한 ‘페이스트 업(Paste up)’의 작품 중 하나이다. 해당 작품은 여성이 처한 부당한 현실의 상황을 텍스트로 표현하며, 여성이 주체가 되어 선택할 권리가 있음을 내세우고 있다. 한편, <Face it>이라는 작품을 통해 작가는 이념화되고 있는 자본주의와 소비주의를 비판하기도 한다. 해당 작품에서는 붉은색 테두리를 자주 사용하는 작가의 특징이 나타나는데, 이는 작품을 마치 상품처럼 보이도록 해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현대사회의 소비문화에 종속되는 예술을 비판한다. <Face it> 시리즈의 바로 맞은편에는 <Good Buy>라는 작품을 볼 수 있다. 작별인사인 ‘Good bye’에서 철자를 바꾸어 ‘싸게 잘 샀다’라는 의미의 ‘Good Buy’로 탈바꿈했다. 이 작품과 더불어 마주 보고 있는 <Face it>은 대중매체와 광고가 만들어내는 소비주의의 판타지에 대한 풍자적인 시선을 보인다.
그의 작품 속 짧은 말들은 모두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고정관념과 부조리를 시각적으로 제시하는 색다른 충격을 안겨준다. 작가의 최초 한글 작품으로 제시된 <제발웃어제발울어>라는 작품은 다소 강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힘든 사회 속 위축된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말인 듯하다. 이처럼 강렬하게 와닿는 전시의 내용은 현실의 숨겨진 불평등을 낱낱이 보여주어 전시가 끝난 이후에도 여운을 남긴다.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답을 찾으려 하는 작가와 함께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사회의 단면과 고정관념을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기간: 2019년 6월 27일(목)~2019년 12월 29일(일) 
전시장소: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무) 
관람요금: 학생(만 7~18세), 만 65세 이상 : 9,000원 / 성인(만 19세 이상) : 13,000원

김채원 기자  won6232@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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