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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문

제44회 홍대 학・예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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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

 

나이

위경미

 

누군가에게 마지막 개나리였을

풍경을 병원 가는 길에 보았습니다

아래로 곱게 휘어진 줄기에

지나간 눈웃음이 포개어지고

나는 잊지 못하고

받았던 사랑을 밤에서야 떠올립니다

나이가 들면서

통증은 사랑으로, 사랑은 통증으로

노랗게 물들어가고

나는 언제나 다시는 느끼지 못할 생을

더듬어보는 미련한 사람으로 남습니다

 

최우수 당선소감

위경미(동양학과3)

4년이 지났습니다. 애처롭게도 사랑은 받을 때보다 받고 난 후에, 기쁠 때보다 아플 때 더 떠오릅니다. 그래서 사랑은 통증의 다른 말인 것 같습니다. 이 사실을 몇 년이 지나서야 깨달았습니다. 

그 떨림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내 안의 한 생이 사람의 사랑이 얼마나 무거울 수 있는지 알려주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줍니다. 내가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언제나 그립겠지만 마음을 쓰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기회를 주신 우리 학교 신문사와 교수님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우수

 

첫눈

박관하

 

지금 제 고향에는 눈이 오네요

그대 사는 그곳에도

눈이 오나요

 

눈이 온다는 소식에

설렌 마음 가득 안고

잠든 어젯밤

 

옷매무새 다듬으며

몇 번이고 쳐다봤던

그 거울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이 거리

 

그댈 기다리다

뿌옇게 서린 이 마음에

그대 이름 석자 적어봅니다

 

지금 제 고향에는

이 밤을 밝힐

눈이 오네요

 

그대 사는 그곳에는

내일쯤이나 눈이 오려나요.

 

우수 당선소감

박관하(회계학전공 3)

우선 입상을 하게 된 것에 대하여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첫눈. 첫눈이 주는 설렘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어린 동심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무언가를 기대하게 하고 들뜨게 합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에 받게 되는 실망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러한 설렘에서 아쉬움으로 이어지는 작중 인물의 심경 변화에 초점을 두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주인공이 되어 나라면 어땠을까 하고 감정을 실어 보기도 하고, 어쭙잖은 실력이지만 글의 장면을 그려보기도 하며 글을 쓰는 내내 행복했던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느덧 글을 써 온 지도 2년이 되어갑니다. 저의 창작 활동에 의심을 품어가던 도중 조그마한 확신을 쥐여준 본 공모전 입상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우수

동네 오로라

 

김다슬

 

1.

이따금씩 나는

동네에서 오로라를 보았다

 

처음 목격한 때는

참새가 떨어뜨린 나뭇잎에서였다

 

오로라는 몽롱한 살갗이 흐르며

결코 사라지지 않을 

돌올한(또는 천진한) 영혼처럼 느껴졌다

 

2.

그 후로도 나는 

동네에서 오로라를 보았다

 

아유, 해바라기가 옥상까지 자라면 어쩌요-

라면서도 활짝 웃는 아저씨와

 

거름이 좋아서 그렇지유-

라며 절경을 읊는 할머니에게서,

 

늘 작은 꽃이 묻어 있는 

큰 엉덩이 노견을 보기 위해 

둘러 둘러 걸은 골목길에서,

 

지구 반대편 오로라를 

말이다

 

우수당선소감

김다슬(광고홍보학부 4)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마음이 곧잘 화려해집니다. 해바라기, 어르신들의 대화, 나뭇잎, ‘노아’라 불리는 노견, 통통한 참새, 8월 29일의 여름. 저는 이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작은 주머니에 툭툭 담아냅니다. 크기는 겨우 10pt 짜리 몇 자에 불과하지만 우주도 담을 수 있는 저의 주머니, “시”에 말이지요. 이것은 연속의 시간을 잠깐 중단시키고 그 틈으로 ‘나’와 ‘세계’를 마주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덕분에 삶이 가끔 울적한 날에도 여유를 발견할 수 있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서툴지만 제가 사랑하는 것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에도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아직, 저는 잘 길들지 않은 뻣뻣한 주머니입니다. 그런 저에게 이 상은 부드럽게 낡아가길 바라는 격려로 느껴졌습니다. 따뜻한 힘을 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이승복(국어교육과 교수)

균형과 조화가 만드는 매력

 

많이들 외로웠나 봅니다. 시 쓰는 학생들이 한결 많아진 것이나 작품에 담긴 서술내용이나 모두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비중이 커진 시대라 그런가 봅니다. 

그렇습니다. 시는 혼자 하는 말 즉 독백의 성격을 바탕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시 읽기를 혼잣말의 엿듣기라고도 합니다. 그만큼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수도 있고 적극적인 실험성을 허용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에서 시 쓰기는 자칫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꼼꼼한 지적 탐색이 없이 자신의 감정에만 빠져 있는 상태를 시라고 한다거나,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생경하고 기괴한 표현을 두고 시적 허용이라고 말하는 경우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시적 진술이 독백의 성격을 지닌 것일 뿐 독백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시는 지적 탐색의 과정을 거치고 여기에 더하여 풍요로운 감각과 감정을 조화롭게 그리고 균형 있게 조성해 내면서 비로소 완성시켜가는 매력적 소통활동입니다. 

이번에 응모한 시들에게서도 이런 양가적 면면이 많았습니다. 그런 중에서 비교적 균형과 조화에 한 발 다가 선 작품들을 찾아 수상자로 삼았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약간의 차이일 뿐 많은 면에서 우수한 수준이었고 엄청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모쪼록 시의 매력을 이어가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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